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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영24

[기린의 걷다보면] 시코쿠 순례길을 걷다 (1) 시코쿠 순례길을 걷다 (1)  1.  진짜 가는구나 일본의 시코쿠 순례길 걷기, 오랫동안 해 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삼십 대 중반부터 한번은 가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었다. 공동체에 온 후 같은 바람을 품은 친구를 만났고, 다른 친구까지 뭉쳐서 한 달에 5만원씩 여행경비를 모았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5년의 시간이 흘렀고 여행 일정은 마냥 미루어졌다. 올해는 꼭 가자고 9월 출발을 계획하고, 5월에 일본 마쓰야마행 비행기티켓을 예약했다. 각자 일정에 치여 별다른 준비도 못했다. 그 사이 8월 태풍이 일본 열도를 휩쓸고 갔다고 하고, 지진도 잦을 예정이라는 기사를 흘려들으며 가야 가는구나 했다. 9월인데 연일 34~5도를 찍는 온도계를 볼 때는 못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는 예정.. 2025. 2. 19.
[기린의 걷다보면] 무모한 도전, 그리고 '우리' 무모한 도전, 그리고 '우리'  1.‘걷⸱친⸱초’ 를 시작하다 친구들과 함께 걷기를 시작했다. (이하 걷친초) 라는 긴 이름의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걸었던 둘레길 중에서 친구들이랑 같이 걸으면 좋겠다는 길을 골라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렸다. 4월에 시작하여 첫 길을 양평 물소리길 4코스로 정하고 친구들을 모았다. 그러고 나면 그 길을 미리 사전 답사를 했다. 알고 있던 길이지만 다시 걸으면서 어느 지점에서 쉬어야 할지, 도시락을 먹으면서 수다도 펼칠 장소 등을 물색하기 위해서였다. 혼자서 걸을 때는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새록새록 눈에 들어왔다. 그 길을 친구들과 함께 걸을 상상을 하면 지루할 틈이 없었던 답사였다. 걸을 날짜가 다가오면서 수시로 일기예보를 검색하며 날씨를 체크했다. 첫 걷기가 예정된 날은 .. 2025. 1. 8.
[기린의 걷다보면] 아버지의 걷기 아버지의 걷기 영화 를 보았다. 노년의 주인공은 도쿄 시내 중심가에 있는 공중 화장실 청소부다. 영화가 시작되면 새벽녘 이웃집 할머니의 빗질 소리에 잠자리에서 눈을 뜨는 주인공이 나온다. 이부자리를 개키고 세수를 하고 수염을 다듬고 윗방에 키우는 식물들에게 물을 준다. 그러고는 작업복을 입고 문 앞에 정리해둔 소지품을 챙기고는 문밖으로 나선다. 집 앞 자판기에서 캔커피 하나를 뽑아 차에 오른다. 차 안에 보관해둔 낡은 테이프들 중에서 하나를 택해 틀어 놓고 캔커피를 마신다. 시동을 걸고 집을 나서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자신이 맡은 구역을 돌며 화장실 청소를 하는 동안 같이 일하는 젊은 동료의 수다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그저 빙그레 웃을 뿐. 변기를 닦고 세면대의 물기를 털어내고 휴지통을 처리하는.. 2024. 12. 10.
[기린의 걷다보면] 귀촌한 친구와 함께 강진을 걷다 귀촌한 친구와 함께 강진을 걷다  강진으로 귀촌한 친구 오래전에 논술 관련 일을 할 때 만난 친구가 귀촌을 했다. 4년 전에 따뜻한 남도부터 시작해서 전국을 돌아보고 살 곳을 결정하겠다며 강진에서 시작했다. 4년 동안 강진에서만 두 번 정도 이사를 하더니, 그냥 강진에 눌러앉기로 하고 집까지 샀단다. 6월 셋째 주 집들이를 겸해서 강진으로 친구를 보러 갔다. 같이 일했던 다른 친구와 각자 출발해서 나주역에 우리를 태우러 온 친구와 만난 시간이 밤 10시, 친구의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었다. 나주역에서 강진 친구 집까지 가는 내내 도로에 가로등이 거의 없어서 깜깜했다. 도시를 벗어났다는 실감이 났다. 도로에서 벗어나 논길을 따라 꼬불꼬불 들어서니 집 앞으로 모내기를 끝낸 논이 펼쳐져 있었다. 집 앞에 .. 2024.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