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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분투기21

희노애락의 우주적 스케일, '중(中)'과 '화(和)'가 지극해지면, 천지가 제자리에 있게 되고 만물이 자란다. 중(中)과 화(和) 희로애락이 아직 마음에서 일어나지 않은 상태를 ‘중(中)’이라 한다. (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 희로애락이 일어나 모두 절도에 맞는 것을 ‘화(和)’라고 한다. (發而皆中節 謂之和) ‘중(中)’은 천하의 근본이다. (中也者 天下之大本也) ‘화(和)’는 천하에 두루 통하는 도이다. (和也者, 天下之達道也) ‘중(中)’과 ‘화(和)’가 지극해지면, 천지가 제자리에 있게 되고 만물이 자란다. (致中和, 天地位焉, 萬物育焉.) 중용 1장은, 하늘이 부여한 성(性)을 따르는 것이 도(道)이고 그것은 교(敎)에 의해 지켜진다는 첫 구절로 시작해서, 희로애락과 천지만물의 관계를 말하는 이 구절로 끝난다. 중용을 처음 읽었을 때 이 구절이 참 놀라웠다. 문맥으로 보아서 ‘중(中)’과 ‘화(和)’가 지.. 2016. 6. 30.
"군자는 신독해야 한다" 『중용』에서 말하는 '신독'이란? 군자의 전전긍긍, 신독(愼獨) 도라는 것은 잠시라도 떨어질 수 없다. 떨어질 수 있다면 성을 따르는 도가 아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다른 사람이 보지 않아도 신중히 행동한다. 다른 사람이 듣지 않아도 도에서 벗어날까 두려워한다. (道也者, 不可須臾離也. 可離, 非道也. 是故, 君子戒愼乎其所不睹, 恐懼乎其所不聞.) (도야자, 불가수유리야. 가리, 비도야. 시고, 군자계신호기소부도, 공구호기소불문.) 은밀한 곳보다 더 잘 보이는 곳은 없다. 작은 일보다 더 분명하게 나타나는 일은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신독(愼獨)한다. (莫見乎隱, 莫顯乎微, 故君子愼其獨也.) (막현호은, 막현호미, 고군자신기독야.)- 『중용』의 두번째, 세번째 문장 군자는 늘 전전긍긍하는 자다. 다른 사람이 보지 않아도 제멋대로 하지 않고,.. 2016. 6. 16.
『중용』: "하늘이 만물에게 부여해 준 것을 성(性)이라 한다." 天命之謂性(천명지위성)의 용법 몇 년 전에 스피노자의 『윤리학』 세미나를 하는데, 중년의 남성분이 참여하셨다. 스피노자가 기하학적 증명의 방법으로 자신의 철학을 펼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정도면 신뢰할 만 하다고 세미나에 참여하신다는 분이었다. 근데 이 분이 『윤리학』 1부 초반에서 소위 멘붕에 빠지셨다. 『윤리학』의 증명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윤리학』은 공리와 정의를 제시하고, 정리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그 선생님왈, 최초의 공리와 정의 역시 임의적인 것은 신학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 문제에 대해 여러 토론이 있었지만, 그 분은 영 개운치 않으신지 더 이상 세미나에 나오지 않으셨다. 17세기 유럽에서 데카르트와 스피노자는 신의 존재 증명을 시도했다. 두 사람 모두 기존의 철학과 .. 2016. 6. 2.
나의 고전분투기,『중용』을 시작하며 『중용(中庸)』은 어떤 책인가? '중용'이라는 말의 일상적인 용법은 '치우치지 않음'의 의미로 쓰인다. 이 용법의 근거는 12세기 북송시대의 정자의 “중(中)이라는 것은 치우치지 않음[不偏 불편]을 말한다.”라는 주석이다. '치우치지 않는다'는 의미는 대개는 중간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되곤 한다. 이때 중간이란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어정쩡함이나, 중립을 가장한 책임회피의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용법은 『중용(中庸)』이라는 텍스트가 의미하는 중용의 의미를 심히 오해하는 것이다. 정자(程子)가 말하는 '치우치지 않음[不偏]'은 중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주자(朱子)는 '치우침이 없고, 과함이 없고, 모자람이 없는 것[不偏不依 無過不及 불편불의 무과물급]'이라고 보다 상세한 주석을 덧붙이는.. 2016.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