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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사람입니다] ‘짱어탕’을 끓이듯이 마감하기 ‘짱어탕’을 끓이듯이 마감하기 몇 번이나? 목공수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를 꼽으라면, 그것은 마감과 관련한 것이다. 가구의 마감은 보통 칠을 의미하는데, 경우에 따라 나뭇결을 덮는 페인트칠을 할 때도 있고, 나무 본연의 색을 살려주기 위해 오일을 칠하기도 한다. 나뭇결이 보이면서도 좀 더 진한 색상이나 다른 톤의 색상을 표현하고 싶을 땐 스테인을 칠한다. 이처럼 칠은 물론 미적인 측면에서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원목 가구의 경우엔 보다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다. 칠을 하지 않은 목재를 흔히들 ‘백골’이라고 부르는데, 이유는 잘 건조되어 허연 뼈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백골 상태의 목재는 이물질을 바로 흡수해버린다. 칠을 하는 첫 번째 목적은 건조된 상태의 목재가 뭐든지 흡수하는 이런 현상.. 2022. 5. 12.
[이우의다락방] 아Q에게서 내 모습을 보다 아Q에게서 내 모습을 보다 -루쉰, - 1. 자기 합리화 아Q는 속에 있는 생각을 매번 뒤에 가서 내뱉었다. 그래서 아Q를 놀려 대는 자들 거의 전부가 그에게 일종의 정신승리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뒤 그의 누런 변발을 낚아챌 때는 아예 이렇게 못 박아 두는 것이었다. “아Q, 이건 자식이 애비를 때리는 게 아니라 사람이 짐승을 때리는 거야. 네 입으로 말해봐! 사람이 짐승을 때리는 거라고!” (루쉰, , 루쉰 전집 번역위원회, 그린비, p.113) 처음에 을 다 읽고 나서는 딱히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싱거운 줄거리라고 생각했고 사실 내용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슬퍼야 할 것 같았던 아Q의 죽음도 우습게 느껴졌고 다른 인물들의 행동도 딱히 다가오지 않았다. 내가 살면서 보지 않.. 2022. 5. 11.
[왕양명의마이너리티리포트] 2부. 슬기로운 유배생활(1) - 군자는 어떻게 유배지와 만나는가 왕양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 슬기로운 유배생활 2부. 슬기로운 유배생활(1) - 군자는 어떻게 유배지와 만나는가 내일이 아니라 매일 - 유배라는 시간 한편 유배에 관해 한 가지 더 말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유배라는 시간에 관한 것입니다. 유배라는 시간? 다소 모순 형용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보통 유배를 절해고도 혹은 깊은 산속 같은 공간의 차원에서 상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할 때 유배의 핵심은 오히려 시간 문제를 생각해보는 데에 있습니다. 예컨대 용장에서 지낸 양명의 유배생활은 채 2년이 되지 않습니다. 원인이 되었던 환관 유근의 전횡에 대한 비판 상소문 사건이 정덕 원년(서기 1506년) 일이고, 그로 인해 장형 40대를 맞고 만신창이가된 몸으로 좌천(유배.. 2022. 5. 10.
[레비스트로스와함께하는신화탐구] 감각의 제국, 구체의 과학 신화 논리 ② 구체의 논리_감각의 제국, 구체의 과학 감각의 제국, 구체의 과학 1. 마들렌 과자, 맛있고도 위대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913~1927)라는 소설은 과자 한입의 이야기로 유명합니다. 오후 늦게 눅눅해져서 귀가한 아들에게 어머니는 평소 잘 권하지 않던 홍차와 마들렌을 내어 놓지요. 화자는 아무 생각 없이 한 입 물게 되는데요,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그때부터 엄청난 시간 여행이 시작됩니다. 갑자기 온 과거가 그를 향해 달려들어 뜻밖의 생각들 속으로 그를 마구 몰아가기 때문이지요. 화자는 잃어버린 과거를 되찾으며 생이란 펼쳐내야만 하는 온갖 이야기의 밭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프루스트는 왜 맛과 우발적 회상을 지복(至福)과 연결시켰던 것일까요? 쉬이 날.. 2022.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