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보 활보(闊步)39 [활보활보] 지극한 사람, 무지한 마음 지극한 사람, 무지한 마음 찰떡궁합 새벽, 낮고 똥똥한 그림자와 길고 통통한 그림자가 나타난다. 낮고 똥똥한 그림자가 둔하게 손을 올려 한 곳을 가리킨다. 길고 통통한 그림자가 그 길로 후다닥 뛴다. 냉장고 앞이다. 길고 통통한 그림자가 냉장고에서 무엇을 꺼낸다. 그리고 그것을 낮고 똥똥한 그림자에게 가져간다. 봉지 뜯는 소리. 두 그림자가 빠르고 얕게 들썩인다. 그 뒤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한 사람. 빵 도난사건 현장의 재구성이다. 뇌병변 권진씨와 지적 장애 건홍씨가 일을 벌였다. 맛있는 빵이 들어왔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둘이서 몰래 냉장고의 빵을 훔쳤는데 직원분이 그 모든 범행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사건의 심각성;;과는 별개로 뇌병변과 지적장애인은 환상의 호흡을 갖추고 있다. 뇌병변 장애인.. 2017. 1. 6. [활보활보] 막무가네 G와 강아지의 동거 막무가네 G와 강아지의 동거 한 달 전 활보를 하러 G의 집에 갔는데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하얀색 말티즈인데 아주 많이 예쁘게 생긴 친구였다. 그리고 처음 만났을 때 강아지는 G보다 나를 더 따랐다. G는 그 강아지는 누가 와도 그렇게 반겨준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런데 G는 강아지가 나를 따르는 것이, 혹은 다른 사람을 따르는 게 못마땅했나보다. 약간 농담을 섞어서 “아무나 다 따르면 국물도 없어!” 라는 말을 말티즈에게 말했다. 이렇게 G와 강아지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사실 나는 고양이는 키워본 적이 있어서 익숙하지만 강아지는 길러본 적도, 가까이 한 적도 없다. 그리고 고양이와 달리 나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드는 강아지가 나는 좀 부담스럽다. 하지만 뭐 이것도 인연이거니 ~~ 하고 받아들이.. 2016. 12. 2. 안녕, H "진짜 소중한 것은 무엇?" 안녕, H"진짜 소중한 것은 무엇?" 한 달 전, 노들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내 이용자 H로부터 활동보조를 교체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관계가 흔들렸던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올 것이 왔구나 싶었지만, 같이 일 해온 시간이 몇 년인데, 어떻게 아무런 내색도 않고 센터에 얘기를 할 수 있나 서운한 마음부터 올라왔다. 재작년 4월부터 그녀를 만나면서 활보 일을 시작했으니 H를 만난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그녀는 내 첫 이용자였다. 또 H에게도 나는 첫 활동보조인이었다. 그녀에 대한 첫 인상은 소녀티를 채 벗지 않은 풋풋한 모습이었다. 센터에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난 좀 긴장했었다. 서먹한 가운데 초면의 H에게 여러 질문을 건넸다. “뭘 제일 신경 써주면 좋겠어요? 빨래? 청소? 외출.. 2016. 11. 4. 활·보 활보(闊步) - 내 신체성을 열어라 내 신체성을 열어라 일과 공부는 같이 간다활보를 하게 되었다. 하게 된 이유는 여러 연구실 선생님의 권유 때문이다. 평소 외부에 별 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 나의 이 좀비 같은 신체성을 바꾸기 위해선 활보가 제격이라는 것. 사실 나는 남에게 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어떤 사건이나 책을 읽을 때에도 내밀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처음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에는 활보를 하고 싶은 마음이 그다지 없었다. 왜냐하면 일과 공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어떻게 하면 책을 잘 읽고, 글을 잘 쓸 수 있을까라는 고민만 있었을 뿐 그것을 일과 연결시키는 것에서는 반감이 있었다. 또 당시 나는 사무실에 앉아서 모니터만 보면 되는 편한 일을 하고 있어서 생활비를 충분히 충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일은 정말 .. 2016. 10. 7. 이전 1 2 3 4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