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인생의주역] 술과 음식에서 기다린다는 것
술과 음식에서 기다린다는 것 水天 需 ䷄ 需, 有孚, 光亨, 貞吉, 利涉大川. 初九, 需于郊, 利用恒, 无咎. 九二, 需于沙, 小有言, 終吉. 九三, 需于泥, 致寇至. 六四, 需于血, 出自穴. 九五, 需于酒食, 貞吉. 上六, 入于穴, 有不速之客三人來, 敬之, 終吉. 살아간다는 건 늘 무언가를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인 것 같다. 어릴 적 동생과 함께 시장간 엄마가 돌아오길 버스정류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해질 무렵 두 손 가득 물건을 들고 내리는 엄마를 보며 뛰어가던 우리들. 그 기다림은 참 행복했다. 하지만 인생에는 그런 기다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올지 안 올지 모르는 것에 대한 기다림이다. 그래서 기다림은 늘 약간은 긴장되고 초조하고 애가 탄다. 수(需)는 기다림의 괘이다..
2020. 3. 24.
[내인생의주역] 높은 성벽 위에 오르면 보이는 것
높은 성벽 위에 오르면 보이는 것 雷水解 ䷧ 解, 利西南, 无所往, 其來復吉, 有攸往, 夙吉. 初六, 无咎. 九二, 田獲三狐, 得黃矢, 貞吉. 六三, 負且乘, 致寇至, 貞吝. 九四, 解而拇, 朋至斯孚. 六五, 君子維有解, 吉, 有孚于小人. 上六, 公用射隼于高墉之上, 獲之, 无不利. 올해 스물두 살인 딸이 드디어 독립하기로 했다. 어렸을 적부터 관계의 어려움을 겪어왔던 아이인지라 본인으로서는 큰 결정을 한 셈이다. 딸이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것을 지켜보는 엄마로서의 입장도 쉽지만은 않았다. 사회적 관계가 거의 없다 보니 딸아이는 자꾸만 방으로 숨어들었다. 그 아이를 바깥세상으로 내보기 위해 그동안 갖은 노력을 다해보았다. 마찰과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공부의 즐거움을 누리다가도 문득 자기만의 세상..
2020. 3. 17.
[내인생의주역] ‘浚恒(준항)’의 함정
‘浚恒(준항)’의 함정 ䷟雷風恒 恒, 亨, 无咎, 利貞, 利有攸往. 初六, 浚恒, 貞凶, 无攸利.九二, 悔亡. 九三, 不恒其德, 或承之羞, 貞吝. 九四, 田无禽. 六五, 恒其德, 貞, 婦人吉, 夫子凶. 上六, 振恒, 凶. 뇌풍항 괘는 오래도록 지속하는 도(道)를 이야기하는 괘이다. ‘항(恒)’이라고 하면 항상성, 항심, 지속하다, 꾸준하다, 변함없다 등등의 단어들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게 참 어렵다. 작심이 삼일에 그쳐서 좌절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마음을 단단히 먹지 못한 나를 탓하며 더 굳게 각오를 다진 것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항 괘의 초효에서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浚恒(준항), 貞凶(정흉), 无攸利(무유리). 정이천은 이렇게 풀이한다. 준(浚)이란 ‘깊게 하는 것’이..
2020.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