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이런 거 다 공부해서 무엇에 쓰나, 생각하는 거 그만 둘까?' 싶은가요?


『낭송 주자어류』 씨앗문장 

'욕심'과 '허무'를 넘는 공부



“천하의 도리라는 것은 원래 간단명료한 것일세. 사람이 거기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인욕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밝혀 천리로 복귀하는 것, 그렇게 천리를 명명백백하게 하는 것, 이것뿐일세.”

― 주희 지음, 이영희 풀어 읽음, 『낭송 주자어류』, 34쪽


가끔 그런 의문이 들곤 합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고, 과한 욕심을 부리지 말고 등등, 그러니까 훌륭한 사람이 되는 법은 되게 쉬운 것 같은데, 어째서 실제로는 그런 사람이 그리도 드문 것인가 하는 그런 의문입니다. 옛날 사람들이 쓴 책이나, 옛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보면 의문이 한층 더 심해집니다. 글 한자 모르고, 배운 것 하나 없는 농부 같은 사람들이 오히려 ‘도리’를 더 잘 지켜가며 사는 것 같으니까요. 오히려 ‘도리’를 배운 사람들, 그게 왜 ‘도리’인지 아는 사람들이 ‘도리’를 자기 욕심을 채우는 데 이용합니다. 이런 저런 명분을 붙여가면서 말이죠. 



주희(朱熹) _ 남송의 대유학자. 조선시대 전체를 관통하는 성리학을 집대성한 분. 특정 학문이 500년 넘도록 사람들의 가치관을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합니다.



“요즘 자네들의 악폐는 이런 것이야. 나는 리理를 가지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고. 어찌 그런 일이 있겠는가?”

― 같은 책, 같은


주희가 지적하는 바도 딱 그와 같습니다. ‘자, 내가 리(理)를 가지고 있다. 나는 이치에 통달했다. 내가 옳다.’ 그 다음 말은 무엇일까요? ‘그러니까 내 말을 들어라’겠죠. 그 사람이 진짜로 리(理)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말을 듣겠지만 그렇게 말하는 100명 중에 진짜 그런 사람이 한 명도 있기 어렵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해가다 보면 또 한숨이 나오고 맙니다. ‘이런 거 다 공부해서 무엇에 쓰나’. 율도국을 세워 문자(文字)를 폐지해 버린 ‘허생’의 마음이 완전히 이해가 됩니다. 허무합니다.


“리理는 단지 리理일 따름이야. 그것을 밝혀 가지 않으면 안 되네. 남들은 할 수 없는데, 나는 할 수 있다는 것이 어찌 가당하겠는가?”

― 같은 책, 같은 쪽


도대체 이 허무를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게 사실 ‘공부’의 핵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허무’를 이겨낼 방법은 그걸 몰아내거나 없애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허무를 옆에 두고도 공부해 나가는 ‘훈련’ 같은 게 아닐까요? 리(理)는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인데 공부를 설렁설렁 한 사람은 리(理)의 그림자만 가지고 제 욕심을 채워가며 살아갑니다. 그 보다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한 사람은 욕심 채우는 이들을 보고 허무에 길에 들어서죠. 그보다도 더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은 리(理)에서 욕심과 허무의 갈림길 사이로 없는 길을 만들며 나아갑니다. 


그만두려고 해도 그만둬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더불어 살아야죠. ^^



그런데,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는데도 사는 ‘도리’를 아는 농부도 있는데 그렇다면 배우지 않는 것이 더 나은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게 사실 최고이기는 합니다만……) 그게 또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죠. 여기서도 문제는 ‘욕심’과 ‘허무’입니다. 더 부자가 되기 위해 순박함을 버리는 사람, 올라가지 못해 ‘허무’에 빠지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마련이니까요. 누구나 힘써 공부해야 하는 이유, ‘리(理)’를 밝혀 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치부(致富)와 출세(出世)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겪을 수밖에 없는 ‘욕심’과 ‘허무’의 문제를 극복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사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원래 착하고 만족하는 사람, 그러니까 인생의 천재로 태어나지 못한 바에야 자기를 구원할 수 있는 길은 ‘공부’, 그 하나에 달려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다들 열심히 공부하자고요. ^^


낭송 주자어류 - 10점
주희 지음, 이영희 옮김/북드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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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조아하자 2015.01.06 17:29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빈곤국가들이 왜 그렇게 못사는지 문제를 살펴보면 이런 부분에 대한 대답은 간단합니다. 빈곤국가들은 국민들이 교육을 받을 만한 시스템이 안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이 아주 어릴 때부터 생업에 뛰어들어서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못하죠. 근데 너무 빈곤하니까 평균수명도 낮고 아이들은 생업에 뛰어들수밖에 없어서 교육을 또 못받고 그래서 또 제대로 돈못벌고... 악순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