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낭송 장자 씨앗문장 : '빈 배'를 무엇으로 채우고 있나요?


『낭송 장자』 씨앗문장
‘빈 배’처럼 살고 싶다고요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 빈 배가 와서 부딪혔습니다. 아무리 성마른 사람이라도 화를 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배에 한 사람이라도 타고 있다면 밀어라, 당겨라 고함을 칩니다. 한 번 고함 쳐도 듣지 않고, 두 번 고함 쳐도 듣지 않으면 세번째엔 욕을 퍼붓습니다. 
앞의 경우에는 화내지 않았지만 뒤의 경우에는 화내는 이유는, 앞의 경우엔 빈 배였지만 뒤의 경우엔 누군가 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빈 배처럼 자신을 비운 채 세상에서 노닌다면 누가 그를 해치겠습니까?“

― 장자 지음, 이희경 풀어 읽음, 『낭송 장자』, 62쪽


멸종 위기입니다. ‘빈 배’처럼 사는 사람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요즘은 가득가득 채우고 사는 것이 최고인 세상이어서 그렇겠지요. 저만 해도 뭘 그리 욕심을 내어 사들이는지, 살 때는 의식하지 못하다가 집안 가득 쌓인 옷이며, 물건들을 보면 우리 집이 ‘보물선’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들 지경이니까요. 그것들을 잔뜩 사들인 것은 저 자신이기도 하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다들 그렇지 않습니까? 마음속에서 떠들어 대는 무수히 많은 목소리들, 들어보시지 않았나요? ‘저거 사’, ‘아니야 있는데 뭘 또 사’, ‘에이 디자인이 다르잖아’, ‘그럼 그거 말고 그 옆에 껀 어때?’ 등등. 제 마음속은 결코 ‘빈 배’일 수 없습니다. 차라리 ‘만선’滿船이라고 하는게 더 옳을 겁니다.(여러분은 어떠십니까?)


'물건'에 집착하는 욕망은 고스란히 '화폐'를 탐하는 욕심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돈' 앞에 장사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음속에 들어앉아 한마디씩 거드는 그것들이 모두 욕심의 줄기들이겠지요. 그것들이 서로 돌아가며 ‘나’를 점령했다 놓쳤다 하는 것일 테고요. 그래서 나의 마음은 뭐다? 전쟁터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차례의 격전이 벌어지는 전쟁터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편하다’ 할 때의 ‘편한’ 상태가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때가 간혹 있습니다.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짧은 평화가 있기는 하죠. 주문한 물건이 도착하고, 택배박스를 딱 까고 난 후에 만족스럽게 물건을 이리저리 만져 보고 느끼고 하는 첫 만남의 20~30분 정도요. 온 마음이 하나의 욕망에 딱 점령되어서 다른 생각은 나지 않으니 얻어지는 쾌락입니다. 그 쾌감이 수그러드는 것과 동시에 또 이리쿵, 저리쿵, 쿵쿵거립니다. 그게 견디기 힘들어서 또 뭐하나 삽니다. 잠깐 즐겁고, 그러다 또 쿵쿵거리고요. 반복입니다. 반복. 이런 건 ‘편안’이 아니죠. 차라리 ‘소강상태’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 않겠습니까?


그나마 거기에서 그치면 다행이지만, 문제는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고스란히 ‘나’의 바깥, 나와 연결된 주변으로까지 확대됩니다. 내 마음이 그럴진데, 내 옆에 있는 누군가의 마음이라고 특별하게 ‘편안’할 리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내 욕망의 줄기들과, 내 옆 사람의 욕망의 줄기가 또 서로 소리를 높여 싸웁니다. ‘배’와 ‘배’의 전쟁입니다. 그 싸움 속에서 일어난 나쁜 마음들이 나의 내면으로 투사되고, 마음은 더 어지러워지고, 바깥 일은 풀리는 게 하나 없고. 답답하네요. 



언젠가 몸에 박힌 이 모든 언표들 마저도 흘려보내렵니다.



‘빈 배’처럼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사들인 물건을 고스란히 다 가져다 버려 버릴까, 어디에 기증을 해버릴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만, 아깝기도 아깝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뭐가 특별히 더 나아질 것 같지도 않습니다. 어렴풋하게나마 그렇게 다 버리는 것이 또 다른 욕심을 채우는 것과 긴밀하게 관련된 것이라는 느낌도 떨칠 수가 없고요. 그래서 조금씩 버려보려고 합니다. 장자처럼 단박에 ‘빈 배’가 되어 살아갈 수야 없겠지만, 조금씩 조금씩 물건과 물건에 얽혀 있는 집착을 물에 흘려보내다 보면 언젠가 욕심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나’조차도 물에 흘려보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빈 배’가 되어가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되고 싶네요. ‘빈 배’. 이마저도 ‘배’를 채우고 있는 욕심인데, 이것도 진짜 버리고 싶습니다. 쩝.


낭송 장자 - 10점
장자 지음, 이희경 풀어 읽음/북드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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