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동안의 강제 방학
그런 날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때 말입니다. 이럴 때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주변 사람에게 나의 짜증을 그대로 전달해 버릴 수 있거든요. 하지만 한번 다운된 기분은 쉽게 나아지질 않습니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2주 전부터 둘째 아이가 아팠고, 그 여파로 큰 아이까지 지난 주 내내 어린이집에 못 가게 되어서 그런 듯합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이들과 즐겁게 지내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몸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별것 아닌 일에도 아이에게 화를 내는 저를 발견했거든요. 아이들과 내내 집에 있어야 하는 와중에 일도 하고, 밥도 해야 하고, 아이들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집은 더 어질러져 있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답니다.
그럼에도 저희를 구해준 것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얼마 전, 강원도 함백에서 남편과 같이 낭송 공부를 하던 아이가 군대 전역 후 저희 집에 들르겠다고 했는데요, 그 친구 덕분에 맛난 음식을 시켜먹고 이야기를 나누니 뭔가 환기가 되는 느낌이들더라고요. 한 사람의 존재가 이렇게 큰 줄은 몰랐답니다. 또 큰아이의 친구 엄마가 힘내라며 집 앞 문고리에 걸어 두고 간 붕어빵! 붕어빵을 직접 사서 들고 와 저희 집까지 와준 그 마음에 참 따뜻해졌답니다.
아이들과 복작복작 지내고 있는 사이에 갑작스러운 경보로 혼란스러워졌는데요, 그 덕분에(?) 아이의 질병으로 어린이집에 못 가는 것은 아주 사소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답니다. 또 다시 아이가 아프고 다른 무수한 사건들 때문에 일상이 흐트러질 때! 그럴 때일수록 해야 할 일을 하고 더욱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길고긴 어린이집 방학이 끝날 무렵, 아이 아빠는 친구의 청첩장 모임에 큰아이를 데려가 함께 만났고요, 그다음 날에는 가족 모두 어린이 택견 수업을 들으러 감이당에 다녀왔습니다. 그렇게 할 일들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어느새 마음속 응어리들이 서서히 옅어진 듯합니다. 이번 주에는 드디어 큰아이가 어린이집에 갔습니다. 슬슬 집도 치우고 몸도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또다시 찾아올 위기의 순간을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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