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하라, 그렇지 않으면 잃는다”
“유추의 과정, 추론의 과정, 공감의 과정, 배경 지식의 처리 과정 사이의 연결을 꾸준히 강화하면 읽기의 차원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차원에서 유리해집니다. 읽기를 통해 이런 과정들을 연결하는 법을 계속 배운다면 이는 삶에도 적용되어 자신의 동기와 의도를 구분할 줄 알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도 더욱 명민하고 지혜롭게 이해하게 됩니다. 그것은 공감을 통한 연민의 토대가 될 뿐만 아니라 전략적 사고에도 도움이 되지요.
하지만 오바마가 말했듯이 이는 노력과 실습 없이는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용하지 않으면 그대로 남아 있지도 않습니다. ‘사용하라, 그렇지 않으면 잃는다’라는 뇌신경의 기본원리는 깊이 읽기 과정의 모든 단계에 적용됩니다.”
(매리언 울프, 『다시 책으로: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 전병근 옮김, 어크로스, 2019, 103쪽)
인용문에 나오는 ‘읽기’는 ‘깊이 읽기’다. 읽는 뇌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인 인지신경학자 매리언 울프는 ‘깊이 읽기’를 통해 우리는 자신을 보다 잘 알고 타인을 보다 잘 이해하며 공감하는 데로 나아갈 수 있다고, 계속 사용하지 않으면 이 능력은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놀란 것 중 하나가 ‘공감’이 본능적으로 발현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공감’은, 그 씨앗은 우리 모두에게 있지만, 전적으로 배우고 익혀야 하는 능력이다.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 고통을 줄 수도 있다는 것, 혹은 내 행위와는 무관하지만 아파하는 타인을 볼 때 다가가 위로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누군가를 보고 따라 하며 키워 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자기만 바라보던 시선이 엄마와 아빠·가족에게로 넓어지고, 이웃들과 친구들에게로 넓어지고, 사회로 세상으로 넓어져 나가야 한다.
달라이 라마가 쓰신 자전적 동화 『연민의 씨앗』(바오 루 그림, 문태준 옮김, 불광출판사, 2021)은 “아이들에게는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 온 세상 사람들이 하나가 되게 할 수 있는 잠재력,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연민의 씨앗”임을 전하는 이야기다. 이 책에서 달라이 라마는 말씀하신다. 연민을 공부하는 데 일생을 바쳐 온 당신에게 그 씨앗을 심어 준 것은 어머니였다고. “어머니는 모든 사람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면 그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는 걸” 어려울 때를 대비해 저장해 둔 음식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어 주며 직접 보여 주셨다. 그러면서 수영과 피아노를 조금씩 천천히 배우는 것처럼 “우리도 날마다 연민을 키울 수” 있다고, 그러나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신다.
피상적이고 가볍게 읽을거리가 넘치는 오늘, 특히 공감과 연민이 메마르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읽는 뇌를 연구하는 매리언 울프마저도 어느 날 헤세의 『유리알 유희』를 다시 깊이 읽으려 했더니 ‘깊이 읽기’로 들어가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저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깊이 읽기’가 아니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글과 함께 있고, 통찰을 얻는 데로 나아가는 ‘깊이 읽기’는, 오늘날 그 자체로 수행처럼 보이기도 한다.
“친구가 얼굴을 찌푸리거나 속상해하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때 우리는 다른 걱정을 하느라 바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하면 널 도와줄 수 있을까?’ 하고 물어볼 수도 있어요.”(달라이 라마, 『연민의 씨앗』, 30쪽)
물론 이렇게 물어보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렇게 묻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의 연습이 필요하다. 데뷔 50년을 훌쩍 넘긴 어느 뮤지션은 나이가 들수록 매일 연습하지 않으면 기타도 안 쳐지고 소리도 안 나오기 때문에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잠에서 깨면 바로 기타를 들고 기본박자부터 연습한다고 한다. 이런 매일의 연습 앞에 그저 부끄러워질 뿐이다. 어제도 나는 연민을 키우는 연습을 놓쳤다. 이런 내게 달라이 라마가 말씀하신다. “오늘은 친절하게 행동하지 않더라도 내일은 친절하게 행동할 수 있어요. (......) 우리는 어제나 그제 있었던 일을 바꾸지 못해요. 지나간 일에서 배울 수만 있죠. 배우지 못해도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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