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동의보감 강의』 밑줄긋기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전염병들이 단적인 예죠. 메르스, 신종플루, 코로나까지, 대규모 전염병이 발생하는 주기가 계속 빨라지는 듯 합니다. 어떤 학자는 일 년마다 한 번씩 올 수도 있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태에 직면해서 이제는 우리가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코로나나 전염병이 닥치면 많은 전문가들이 분석을 합니다. 경제, 정치, 사회, 문화, 심리 등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상황을 진단하는데요.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분리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정치는 정치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대책을 마련해서는 안 먹히는 거죠. 가령 경제를 살리려면 거리두기를 하지 말아야 되는데, 방역 때문에 거리두기를 해야 되고…, 이런 딜레마에 부딪힐 수밖에 없도록 세상이 엮여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총체적인 사유를 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온 겁니다. 분석으로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 거죠. 그리고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유동적 지성이라고 생각합니다. 38~39쪽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개인의 몫이겠지만, 무엇을 선택하건 분석적 지성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어떤 인과들도 함께 도래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은 겁니다. 예측할 수 없는 기회비용이랄까요.

이렇게 나의 몸과 마음, 그리고 내가 만나는 세상을 통째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이런 틀 속에서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코로나 사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자본주의 시스템이 어떻게 팽창하고 유지되어 왔는지, 코로나가 없어지면 다시 이 자본주의의 팽창 시스템 안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한다는 거죠. 물론 생존도 중요하고, 경제가 다시 활기를 띠고 돌아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이런 시스템이 과연 우리에게 좋은 시스템인가를 고민해 필요도 있는 거예요.42~44쪽

코로나19 2년차를 살아가는 지금, 다양한 문제들, 엄청난 양의 분석들이 매일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관련 도서만 해도 500여 종이 발간되기도 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분석하고 그 결과를 찾게 되는 것이고요. 그렇지만, 그동안 해왔던 분석적 사유만으로 어떤 해답도 찾을 수 없다는 게, “그래서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총체적인 사유를 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온”거라는 저자의 말이 와닿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동적 지성’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당면한 사태를, 내가 만나는 세상을 통째로 인식한다는 것이 어떤 힘인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병은 조섭을 잘못해서 생긴다고 하는데요, 일상생활에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 대개 문제가 됩니다. 감정은 아주 디테일한 것이고요, 이 디테일한 감정이 일어나는 역사성을 봐야 돼요. 이 감정이 어떤 방식으로 나에게 도래했는지에 대한 탐사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어떤 오해 때문에 생긴 감정이 증폭된 것일 수도 있고요, 아니면 잠깐 느끼고 넘어갔어야 하는 감정에 인위적인 언어로 정의를 내려 버리거나 하면 그것을 반복하고 고착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정의를 내리기 전에는 지나가는 감정에 불과했던 것이 언표화되면서 실제로 물질화가 되는 거죠. 감정이 사물처럼 되어 버리는 거예요. 감정의 울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 위에 담음이 올라가고, 어혈이 올라가고 하면서 실제로 병이 되는 거거든요. 100~101쪽

그냥 지나가게 두면 될 감정을 굳이 붙잡아 세워서 이름까지 붙여 주고 거기에 자기를 꽁꽁 매어 놓고 번뇌에 시달릴 때가.... 참 많습니다. 내가 하는 말을 그냥 못 들었을 뿐인데 '무시'라고 이름 붙이고, 내 의견에 표하는 의문은 나에 대한 '도전'으로 느끼고, 잠깐 느낀 호감에는 '운명'이라는 단어를 붙여 보기도 합니다. 그런 것들이 반복되면서 '울체'가 생기게 되죠. 무엇으로 그 울체를 풀 수 있을까요. 결국 공부밖에 없는 듯합니다. 인문고전을 읽고 생각하고 자기 언어로 써보는 과정은 당장의 울체를 풀 뿐 아니라 미래의 울체에 대한 예방접종이기도 합니다. 함께 인문고전 공부의 길을 걸으면 참 좋겠습니다.
 

 

코로나나 전염병이 닥치면 많은 전문가들이 분석을 합니다. 경제, 정치, 사회, 문화, 심리 등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상황을 진단하는데요.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분리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정치는 정치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대책을 마련해서는 안 먹히는 거죠. 가령 경제를 살리려면 거리두기를 하지 말아야 되는데, 방역 때문에 거리두기를 해야 되고…, 이런 딜레마에 부딪힐 수밖에 없도록 세상이 엮여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총체적인 사유를 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온 겁니다. 분석으로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 거죠. 그리고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유동적 지성이라고 생각합니다. 39쪽

바야흐로 전지구적 재난의 시대입니다. 백신만 개발되면 금세 종식될 것 같았던 코로나는 변종에 변종을 거듭하며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고,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위기는 지구를 끝도 없이 달구면서 기상이변과 재해를 빚어내고 있습니다. 마냥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믿고, 더 많은 생산과 소비를 향해 달려가던 인류는 이 거대한 변화 앞에서 속수무책인 듯 보입니다. 일상은 멈추었고, 극심한 더위와 추위, 산불과 폭우는 많은 인명을 앗아가기도 합니다.

이러한 전지구적 재난의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의역학을 통해 우리의 몸과 우리가 존재하는 세계를 탐구하고 있는 도담 안도균 선생님은 이 책 『팬데믹 시대에 읽는 동의보감 강의』를 통해 이러한 재난의 시대에 건강하고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해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바로 우리의 몸과 세계를 ‘유동적 지성’을 통해 바라보자는 것입니다. 그동안 과학과 의학을 발전시키고 물질적인 풍요를 가져온 서구적인 ‘합리적·분석적 지성’은 예측불능한 재난의 시대를 맞아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삶과 세계를 분절해서 바라보게 함으로써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것.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와 세계, 나와 다른 모든 존재들을 연결된 것으로 보는 ‘유동적 지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환자가 해야 할 일 중에 망념(妄念), 즉 헛된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얘기가 있어요. 예를 들어, 하루 종일 ‘저 사람이 나 미워한다’, ‘나는 왜 이러고 살까’, ‘아 너무 슬퍼’, 이런 감정에 빠져서 상황을 크게 보지 못한다는 거죠. 그래서 좁게 긁어 대고, 병이 생기는 패턴으로 가는 거죠. 이게 ‘함’입니다. […] 무위는 바로 이런 것에 저항하는 겁니다. 질병은 특정한 힘의 반복으로 인해 생기는데, 무위는 습관적 행위가 일어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는 양생적 실천이라는 거예요. 이렇게 실천을 해서 사전에 예방하여 유위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무위가 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을러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행위라는 것이고요.”(93~94쪽)

이 책은 『동의보감』을 중심으로 ‘유동적 지성’이 무엇인지, 그러한 생각의 전환을 통해 어떤 양생적 실천이 가능한지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특히 『동의보감』의 사상적 뿌리인 황로학과 ‘무위지치’를 오늘날의 양생을 위한 지침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무위지치’는 국가를 경영하듯이 몸을 돌보고 경영하는 것을 말하는데, 그것을 ‘무위’의 방법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도가의 대표적인 개념인 ‘무위’는 흔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오해를 받는데, 사실은 우리를 병들게 하는 ‘함’에 저항하는 적극적 행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우리의 ‘함’, 곧 ‘유위’는 상처를 계속 긁어 기필코 병을 만들고 마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는 창의적이지도 않고, 통념과 고정관념 속에서 이뤄지기가 쉬운데요. ‘무위’는 이러한 통념과 습관에 저항하고 멈추는 창조적인 에너지의 발산을 의미합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원심력적인 창조적 힘을 통해 병이 생기기 전에 치유하는 양생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되어야만 코로나로 멈춘 일상이 재개되더라도 이전처럼 속도와 경쟁으로 달려가는 일상이 아니라, 건강하고 자유로운 삶이 가능한 새로운 일상이 구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책은 2020년 연말에 있었던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의 일환으로 행해졌던 강의를 바탕으로 집필되었습니다. 동영상 강의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를 클릭하세요~

 https://youtu.be/7Cye4KbDVHA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