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님 연암의 ‘슬기로운 수령 생활’과 ‘글쓰기’가 담긴
신간 『낭송 연암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북드라망 독자님들!
2021년이 시작되자마자 첫 책으로 북튜브의 『카프카와 가족』을 선보여 드린 데 이어, 오늘은 2021년 북드라망으로 내는 첫 신간, 『낭송 연암집』을 소개해 드립니다. 번역과 낭송집으로의 편집은 『낭송 열하일기』와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로 연암과 돈독한 정을 쌓아 오신 길진숙 선생님께서 맡아 주셨습니다!
『낭송 연암집』은 조선 후기 가장 뛰어난 문장가였던 연암 박지원(燕巖 朴趾源, 1737~1805)의 글들 가운데 특히 ‘생계형 벼슬길’에 나아간 50세 이후의 글들이 주로 담겨 있습니다. 왜 이렇게 만년 연암의 ‘슬기로운 수령 생활’을 드러낸 글들로 엮었는가에 대한 길진숙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요즘에 내가 유독 관심이 가는 건, 젊은 시절의 이야기보다 늙어 가는 이야기다. 굳이 분별심을 갖고 나눌 것까지야 없지만 그래도 더 많이 마음에 와닿는다. 그래서 연암 박지원의 낭송집을 기획했을 때 나는 중년 이후에 쓴 연암의 글에 끌렸다. 연암의 경우 젊은 시절 쓴 글이든 만년에 쓴 글이든 좋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다 좋다. 그럼에도 나는 연암을 대표하는 그 경쾌하고 창의적인 중년 이전의 글보다 만년의 글에서 더 치유를 받고 평화를 얻는다. 만년의 글이 치열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나이 들어서도 그 자유로움, 그 성실함, 그 따뜻함이 변하지 않아서이다. 아니 한층 더 깊어졌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연암의 중년 이후의 글을 읽으면 한층 더 마음이 맑아지면서 생에 대한 용기가 생긴다.”
네, 나이가 들어서도 “자유로움, 성실함, 따뜻함”을 잃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깊어지는 것이 얼마나 드문 일인지 그래서 귀한지 조금은 알 만큼은 나이를 먹어서일까요. 길진숙 선생님의 말씀이 제 마음에도 와닿았고요, 그리고 연암의 수령 생활을 다시 찬찬히 보게 되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만년의 연암을 만나고 싶은 분들은 『낭송 연암집』을 바로 찾아주셔요. 책은 늘 그렇듯, 서점에 있습니다!
나와 그대는 크게는 대과 급제를 하지 못했고 작게는 진사(進士)가 되지 못하여, 둘 다 일 없는 백수요 민가의 하찮은 백성으로서 농담으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우리 딴에는 선비의 옷차림을 하고 잘난 척했지만 남루해진 지 이미 오래며, 임기응변으로 양반이라 칭했지만 분수에 안 맞는 부끄러운 짓에 불과했습니다. 머리는 하얗게 세고 얼굴은 누렇게 되어 이번 생에 대한 기대를 버렸는데, 늘그막에 관직에 임명되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료가 되었으니 이 얼마나 운이 좋은 겁니까. 옛사람들은 마흔 살에 벼슬에 나아갔다는데 그 나이는 넘었지만 직무를 다하기로 한다면야 아직도 남은 날들이 많습니다. 오륙 년이 못 되어 그대는 중요한 고을을 두 번이나 맡았고 나 또한 현감 자리를 얻었습니다. 큰 흉년이 든 때, 백성을 구제하고 은혜를 베풀 절호의 기회가 우리에게 이른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씀바귀를 냉이처럼 달게 여기듯 백성을 이끄는 일에 기꺼이 정성과 힘을 다 쏟아야 할 터, 어찌하여 신세를 한탄하며 고달픈 처지에 놓인 것처럼 자신을 몰아간단 말입니까?(3-1. '구휼, 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어디 있으랴' 중에서)
천하 사람들과 함께 즐기면 넉넉하지만 자기 혼자 즐기면 부족하다. 옛날에 요 임금이 강구(康衢)에서 노닐 때에는 화평(和平)하여 천하 사람과 함께 즐긴다고 말할 만했다. 그런데 화봉인(華封人)의 축원을 사양할 때에는 근심과 슬픔으로 가슴이 두근거려 하룻저녁도 넘기지 못할 것처럼 탄식하였다.
아, 화봉인의 세 가지 축원은 인생에서 갖추어야 할 큰 소원이며, 천하의 지극한 즐거움을 다 말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찌 요 임금이 이 말에 기뻐하면서도 겸손을 가장하고 사양하는 척한 것이겠는가. 진실로 자신에게 근심되는 바가 있고 혼자 다 차지하는 것을 재앙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지금 한 망령된 남자가 야단스럽게 사람들에게 외치기를 “나는 독락(獨樂)할 수 있다”라고 한다면 어떤 사람이 그 말을 그대로 믿겠는가. 그럼에도 자기 서재를 이름하여 ‘독락’이라 한다면 더더욱 미욱하고 또 의심스런 행동이 아니겠는가.(4-5. '혼자 즐기기보다 여럿이 함께 즐기기 바라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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