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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슬기로운복학생활

슬기로운 복학생활을 위하여

by 북드라망 2018. 10. 24.

새연재 <슬기로운 복학생활>을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저희 블로그에 방문하시는 분들 중에 '대학생'은 몇분 없으실 줄로 압니다. ㅎㅎㅎ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어떻게 지내지?' 하는 의문이 가끔 생기곤 하는데요, 바로 그 점을 해소할만한 연재입니다. 규문에서 공부하는 복학생 '민호'군이 풀어내는 요즘 대학생 이야기!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



슬기로운 복학생활을 위하여



세간에는 ‘인싸’와 ‘아싸’라는 구별이 있다. 인싸란 insider의 줄임말로, 세상물정을 잘 알고 교우관계가 넓은, 유행의 첨단에 선 애들이다. 흔히들 잘 노는 애들을 인싸라고 부른다. 아싸는 outsider의 줄임말인데, 인싸의 반대 의미로 친구 없고 놀 사람 없는 애들이다. 어원적으로 따져보면 인싸란 그 집단 안쪽에 위치한 사람, 중심이 되는 사람이고, 아싸란 바깥쪽에 있는 사람, 겉도는 사람이다. 이런 설명만으로는 모호해 보이지만, 대학교 내에서는 누가 인싸이고 누가 아싸인지 금방 분간할 수 있다. 과 내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 있고, 술 좀 마시고, 밥 먹을 친구 많고, 행사 빠지지 않는 애들이 인싸다. 그런 인싸의 반대에 있는 아싸는 어쩐지 소극적이고 외로워 보인다.




인싸는 스스로 선언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주변에서 ‘오, 쟤 좀 인싼데?’라고 불러 줄 때 인싸가 되는 것이지, 스스로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싸가 되는 것은 혼자만으로 가능하다. 혼자 다니거나 혼자서 밥을 먹으면 사람들은 그가 아싸라는 것을 안다. 스스로도 자신이 아싸임을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인싸나 아싸는 남들이 아니고서는 만들어질 수 없는 특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아무도 없는데 혼자서 자기 자신을 짱으로 모시거나 왕따시키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인싸와 아싸 담론은 밥이라는 실존적 문제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인싸는 같이 밥 먹을 사람이 늘 있다. 그의 캘린더는 밥 약속으로 빽빽하게 차 있다. 그리고 만약 그것이 여후배와의 약속들이라면 그 녀석은 인싸 중의 인싸, ‘핵인싸’인 것이다. 하지만 아싸는 오늘 점심은 누구와 먹어야 할지가 늘 걱정이다. 어제도 혼밥했는데 말이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혼자 밥을 먹고 싶지 않은 것은 일반적인 심리다. 특히 나는 혼자 밥 먹는 것에 대한 이상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있다. 혼자 앉아 밥을 먹고 있는데 얼굴만 아는 친하지 않은 동기 또는 선후배 무리와 마주쳤을 때의 느낌은 실로 뻘쭘하다. 약간 비참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아, 저들이 내가 친구가 없어서 혼밥을 한다고 생각하겠구나.’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반대로 내가 무리 쪽에서 그런 누군가를 발견했을 때는 그가 느낄 민망함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인사를 하기가 너무나 미묘한 상황이 되어버린다.


대학교의 관계는 이상하다. 얼굴은 알지만 인사를 하기에는 어색한 관계가 너무 많다. 짧은 경험에 비추어 보면, 직장에서는 친한 정도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형식적으로 인사를 한다. 고등학교 때에는 서로 다 아는 친구들이라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대학교에는 남이라고 해야 할지 아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 인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되는 사이들이 너무 많다. 차라리 군대처럼 딱 자기 부대 사람들에게만 깍듯이 인사를 하는 규칙이 있다면 편할 것 같다. 혼밥을 하다보면 온갖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인싸와 아싸를 구별하는 두 번째 특징은 핸드폰이다. 아싸의 핸드폰은 고요하다. 가끔씩 광고나 단톡방 공지가 몇 개 와 있을 뿐이다. 반면, 인싸의 핸드폰은 진동이 멈출 날이 없다. 그들은 수많은 사람으로부터의 카톡 중 중요한 사람에게만 답장을 하고 나머지는 쌓아둔다. 나는 이 점에서 두 번 놀랐는데, 저렇게 많은 이들과 동시에 연락을 하고 있다는 것에 한 번 놀랐고, 우선 순위 밖의 사람들에게는 답장을 거의 안 한다는 점에서 한 번 더 놀랐다. 인싸의 주변은 오프라인에서만이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사람들로 가득한 것이다. 그들은 사실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게 아니다. 수업시간 강의실에서 폰을 잡고 있는 모습에서도 쉽게 인싸와 아싸를 구별할 수 있다. 혼자 앉아 게임을 하거나, 만화나 웹소설을 보고 있는 경우는 아싸일 확률이 매우 높다. 옆 친구들과 떠들면서도 카톡 채팅방을 오가며 바쁘게 답장을 하고 있는 녀석은 인싸다. 연락하는 사람들 중 이성의 비율이 더 높다면 그 녀석은 핵인싸다.




나에게는 대학교에서 관계를 맺고 우정을 쌓는다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다. 1학년 때에는 동기들이 어울려 노는 자리에 가지 않는 것이 불안했었다. 술자리도 빠짐없이 참석했고, 평소에 좋아하지 않던 PC방, 당구장에도 따라갔다.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었고, 엠티나 축제 같은 행사도 재미있었다. 편의점 앞에서 캔맥주를 마시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도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을 늘 가지고 있었다. 술을 마실 때는 막 친한 것 같다가도 다음 날 만나면 할 얘기가 없었다. 남 얘기, 술 먹은 얘기, 가십거리... 나는 이런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는 것에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특히 이런 이야기들을 어떻게 핸드폰으로 이어가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여전히 어울리지 않으면 불안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자 친구가 아닌 애들은 없었지만 막상 친한 애들 또한 없었다. 그리고 군대를 갔다 왔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다. 여전히 학교 안에서의 관계가 공허하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거기서 소외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차이가 있다면 그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쫓아다니고 술을 마시는 일이 이전보다는 덜 끌린다는 점 정도이다. 웃고 떠들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는 대화, PC방, 당구장, 노래방, 술집으로 이어지는 대학생들의 놀이, 핸드폰은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끊임없는 카톡. 나는 왜 그런 것들을 공허하다고 느끼는 걸까? 나는 어울린다는 것은 뭐라고 생각하고 소외된다는 것은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이런 고민을 가지고 대학생활을 다시 바라보면 어떨까 한다. 그러면서 지금의 대학생들이 어떻게 어울리고, 놀고, 밥 먹고,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또 나는 그들 사이에 끼어 어떤 불편함을 느끼고 있고, 어떤 흥미를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 써보고 싶다. 요즈음 이십대들이 어떻게 학교와 관계 맺고 있는지,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인류학적 보고서(?)를 쓴다는 마음으로.


글_민호(고전비평공간 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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