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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인문의역학! ▽/본초서당

약빨 좀 봅시다! <본초이야기>

by 북드라망 2012. 4. 5.
밥상 위의 본초

풍미화
(감이당 대중지성)


수정과 만들기가 발단이 되어서, 평소에 먹는 음식과 보약에 이르기까지 먹는 것들을 관심 있게 공부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가끔씩 약국에 달려가서 사오는 약에도 관심이 이어졌다. 그런데, 약국에서 주는 약들의 내용물은 일반인이 접근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웠다. 모든 약에는 이러저러한 성분이 표시되어 있었지만, 도무지 그게 뭔지를 알 수가 없었다. 가끔 한약재가 들어있으면 그건 그래도 쉽게 자료를 찾아 볼 수가 있었다. 이렇게 하나씩 찾아가며 공부를 하다 보니 저절로 본초 공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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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보다 싫은 약먹기! 거기다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는 걸 막 퍼먹으라고? 싫다! 그런 거~. 그래서 공부할 거다. 약들아, 긴장해라!

동양에서는 중국 고대에 신농씨라는 분에 의해 본초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농씨는 하루에 최대 70가지의 독을 만날 정도로 여러 가지 풀을 맛보았다고 하는데, 그 중에는 독초도 있고 약초도 있었다. 이 풀을 먹고 중독 상태가 되었다가 저 풀을 먹고 해독되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수많은 실패와 우연한 성공의 경험들이 오랜 기간 쌓여서 자연스럽게 본초학으로 발전하게 되었던 것이다. 선진시대 이전에 이미 본초학에 대한 기본적인 틀은 마련되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본초학 전문서로는『신농본초경』이 있다. 이 책은 진한시기에 처음으로 묶였으며, 그때까지의 용약 경험을 집대성한 약학문헌으로 이후 본초학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다.

동양의학에서는 사람의 질병을 균형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즉, 사람이 천지만물과의 균형과 조화를 잃어버리는 순간 사람의 기관과 기능에도 이상이 생기게 되는데, 이 상태를 ‘질병’이라고 본다. 천지만물과 사람이 균형을 이루게 되면 질병이 치유되어 사람은 다시 자연 속에서 조화롭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동양의학에는 각각의 부분들 속에 전체의 구조가 투영되어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래서 얼굴색이나 목소리, 맥이 뛰는 정도와 같은 부분들을 살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부분의 모습을 유추해보는 방식이 가능하다. 그리고 사람의 신체身體와 외부 존재들과의 관계를 살펴, 사람이 가진 불균형을 도와서 자연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왔던 것이다.

그 외부 존재들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본초(!)다. 균형감에 대한 인식은 고대 서양 의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동양 의학이 오랜 세월에 걸쳐 그 사회의 모든 과학과 지성에 맞물려 정교하게 이론화되었던 반면에, 서양 의학은 사회 전체의 철학과 맞물리지 못하고 히포크라테스 이후로 오랜 기간 고립된 제자리걸음을 하였다. 그러다가 19세기의 화학 혁명에 기대어 폭발적으로 변모하여 오늘날 의료 시장의 점령군이 되었다. 그리고 의료에 관한 모든 정보는 전문인들만의 은어(!)로 가공되어 금기의 영역 속에 잠겼다.

동양의학 내부에도 음식과 약을 구분해서 보는 견해가 있는데, 그것은 병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달렸다. 드러난 질병의 증상만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견해에 따르면, 음식은 약이 아니다. 이에 의하면, 병을 발생시키는 병독病毒은 약독藥毒으로 치유할 수 있으며, 음식과 주거의 안정만으로도 해결되는 정도의 증상은 병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넓은 차원에서 보자면 ‘약식동원藥食同原’이라는 해석을 따르는 것이, 질병의 예방, 치료 과정, 치료 후의 섭생 면에서도 이로울 듯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격적인 치료 행위가 필요한 급박한 상태보다는 만성적인 질병에 길게 시달리거나 며칠 아픈 정도로 살고 있다. 그렇기에 평소의 섭생이 중요하다. 요즘은 예전처럼 못 먹어 생기는 병보다는 지나치게 많이 먹는 까닭으로 더 많은 질병에 시달린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음식섭취보다는 섭생을 위한 음식조절이 더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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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앞에선 누구나 웃는다. 그 앞에서 웃지 못하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거다.^^ 음식과 웃음, 이 둘은 서로 만나야 보약이 된다. 밥과 약이 한 배를 탄 운명이듯이! 그것이 이른바 약식동원(藥食同原)! 그러니 밥 먹을 땐 좀 웃자!

내 몸의 주치의는 내 자신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일상을 뒤덮은 선택과 행위가 우리의 몸과 정신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생각해본다. 지금 우리는 국가의 의료체계에만 모든 것을 내맡기는 무기력한 방관자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내가 선택해서 입에 넣었던 약과 음식들에 대해서 한번은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양의든 한의든 약에 의한 크고 작은 부작용을 고발하는 내용들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그것들이 어떻게 내 몸에 작용하여 무엇을 움직이고 무엇을 남기는지를 추적해보자. 몸의 움직임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세상의 움직임에 대한 관심을 이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몸에 병이 생기면 먼저 침이나 뜸으로 대응하고 약은 나중에 쓰는데, 이는 약이 병을 다스리는데 우선은 아니지만 결국에는 약으로 다스릴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약재는 가격이 비싼 편이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내 몸의 외부에서 취해야만 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약으로 해결해야만 할 때가 있다. 침이나 뜸이 체표를 중심으로 몸을 다스린다면, 약은 체내로 깊숙이 들어가서 작용하므로 병인이 몸 안에 깊이 침투한 경우에는 약의 도움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게 된다. 본격적인 약을 사용하기 전에, 적절한 음식 섭취와 적당한 움직임으로 평소에 건강을 지켜나가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 될 것이다.

앞으로 다루게 될 내용들은 흔히 접하게 되는 음식과 약의 작용 원리에 대한 공부가 될 것이다. 동양의학을 중심으로 약재의 작동 원리를 살피면서, 그것이 지금 내 삶과 어떤 형태로 닿아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다. 익숙한 캐릭터들과 함께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보자. 호기심 많은 짠순이 엄마, 입만 열면 먹을 것을 찾는 초딩 딸, 나이 들면서 몸에 좋은 것들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는 아빠, 이렇게 세 사람이 엮어가는 좌충우돌 본초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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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초서당> 연재를 시작합니다!

본초서당은 우리가 밥상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만나는 식재료가 지닌 성질이 우리 몸에 들어와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해서 공부합니다. 매일 접하는 음식과 익숙한 약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격주 목요일, 본초서당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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