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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 해 목표 평가 : 나의 목표를 어떻게 대했는가!

by 북드라망 2015. 11. 2.


 - 2015년 목표 평가 -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필패!




10월의 마지막 밤이 지났다. 10월을 보낼 때 어울리는 노래가 두 곡 있다. 바로 〈잊혀진 계절〉과 〈when October goes〉. 두 노래 모두 쓸쓸하니 가을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노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그냥 10월이 가는 것을 기념한다고 해야 하나, 슬퍼해야 한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 있다. 10월이 지나는 것에 이리 유난을 떠는 것은 이제 정말 겨울이 오기 때문이다. 겨울은 준비하고 맞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오죽하면 월동이라는 말이 있을까. 그리고 한 가지 더. 오늘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다. 11월이 되면 2015년을 마무리하고 2016년을 준비하기 시작해야 한다. 12월에는 노느라 바쁘니까^ㅁ^;;


연말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한 해를 마무리 짓고 다음 해를 계획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그러니까 그런건 11월에 미리 해 두는 것이 좋다.



2015년 목표는 크게 세 가지였다. 수영, 체중, 일기. 그 중에 한 가지만 성공이다. (그래도) 기쁘다. 어쨌든 한 가지는 성공했으니 기뻐하고만 끝내고 싶지가 않다. 오늘 이야기할 것은 패배에 관해서다. 나머지 두 가지는 실패다. 그 중 일기는 이번 해에 딱히 성취하고자 한 목표는 아니었다. 그러니 딱히 뭐라고 할 게 없다. 그렇지만 체중은 정말 대실패다. 목표 체중에는 근접하지도 못 했을뿐더러 오히려 체중이 늘었다! 이게 속상한 부분이다. 늘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최고 체중도 갱신할 판이다.


2015년 목표는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일부러 쉬운 것으로, 할 수 있는 것으로 골랐다. '어떤 목표를 이루었느냐'보다 '목표를 이뤘다는 경험'이 지금 나에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걸 동력 삼아 내년에는 좀 더 난이도가 있는 목표를 세워보자는 마음이었다. 길게 보려고 했던 거다. 난 내가 게으르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면서 자학은 참 잘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어려운 목표다 싶으면 손도 못 대고 전전긍긍하며 속만 태울 게 뻔해서 먼저 '성취의 경험'을 얻자 싶었다. 것 봐, 할 수 있잖아! 그렇지만 체중에 대해서 생각하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2015년 연초만 해도 목표체중은 당시 몸무게에서 4~5kg만 줄이면 됐었다. 근데 지금 체중으로는 조금 무리다. 인터넷에 떠돌았던 '걸그룹식단'으로 식단을 모두 바꾸면 남은 두 달 동안 가능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건 천리마에게 당장 1평짜리 축사에서만 지내게 하는 꼴이다.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적을 헤아려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지형의 험난함과 평탄함, 멀고 가까움을 계산해야 하니, 이것은 장수의 도리이다. 이것을 알고 전쟁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승리하고 이것을 알지 못하고 전쟁을 하는 자는 반드시 패한다. …

장수가 병사를 어린아이를 대하듯 아끼면, 병사들은 장수와 함께 깊은 계곡을 달려갈 것이다. 장수가 병사를 자기 자식을 대하듯 사랑하면 군사들은 장수와 함께 죽음을 무릅쓸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기만 하면 명령을 내릴 수 없고, 후하게만 대하면 부릴 수 없고, 자유롭게 풀어주기만 하면 다스릴 수 없다. 비유하건대 버릇없는 아이처럼 쓸모없게 된다.

내가 적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만 알고, 적이 나를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면 승산은 반이다. 적이 나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내가 적을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면 승산은 반이다. 적이 나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내가 적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지형이 싸울 수 없는 곳임을 모르면 승산은 반이다. 따라서 병법을 아는 자는 적의 움직임에 미혹되지 않고, 군사를 일으킴에 변화가 끝이 없다.

그러므로 적을 알고 자신을 알면 승리는 위태롭지 않고, 하늘을 알면 승리는 완전해진다.


「적을 알고, 자신을 알고, 하늘을 알고, 땅을 알고」,
큰글자본 낭송Q시리즈 『낭송 손자병법/오자병법』, 79~80쪽


아, 정말 눈물이 나는 부분이다. 나는 내 식탐에 대해서 안일했다. 스스로에게 조금 더 엄격해지지 못했다. 지금 난 자학을 하려는 게 아니다. 평가를 하자는 거다. 9월과 10월 동안 나는 아이가 서기라도 한 것처럼 매일 다른 메뉴를 욕망했고, 먹지 않으면 그걸 먹을 때까지 며칠이고 그 메뉴를 떠올렸다. 한번은 혼자 먹기에는 너무 비싸고 양도 많은 음식이 먹고 싶어졌다. 평소라면 잘 먹지도 않았을 텐데 그날은 웬일인지 그게 먹고 싶었다. 거의 반나절을 그것을 먹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민했다. 먹는다면 어떻게 먹을지, 그 정도 예산을 써도 되는 것인지 따위를 생각했다. 결국 먹었다. 두 달 동안 나는 내 식탐에게 애 기죽일까 봐 해달라는 걸 다 해주는 엄마마냥 군 것 같다.


보름정도 문득문득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떠올린 일도 있었다.



나는 적(식탐)이 나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도 몰랐고, 내가 적을 공격할 수 없다는 것도 몰랐다. 나는 식탐이 나를 이렇게 휘두를 줄 몰랐고, 내가 나의 식탐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것은 필패의 조건이다. 그러니 당연히 패배했다. 이 구체적이고 끈질긴 식탐이 그때쯤 먹은 한약에 의한 일시적인 효과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나의 욕망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변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 같다. 내년에도 이러고 싶지는 않다. 목표를 이룬다고 했으면 조금 더 전략적이고 엄격할 필요가 있다. 승기를 얻고자 했으면 장수로서의 태도를 갖춰야 마땅한 게 아닌가.


위 인용한 『낭송 손자병법/오자병법』에서 생략한 부분은 “전쟁의 이치상 반드시 이길 수 있으면, 임금이 싸우지 말라고 해도 싸우는 것이 옳고, 전쟁의 이치상 이길 수 있으면, 임금이 반드시 싸우라고 해도 싸우지 않는 것이 옳다”이다. “진격할 때엔 명예를 구하지 말고, 후퇴할 때엔 죄를 피하지 말라. 오직 백성을 보호하고, 임금의 이익을 생각하는 장수야말로 나라의 보배이다”라고 이어진다. 실은 아직도 고민 중이다. 내년에도 체중 조절을 목표로 두어야 할까. 과연 나는 성취할 수 있을까? 이기지 못할 전쟁이라면 하지 않는 게 옳은 것 같은데, 자꾸 명예를 구하고 죄를 피하고 싶어진다. 무엇이 임금(나)에게 이익인가를 따져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결정했으면 적을 알고 나를 알아 승리가 위태롭지 않게 해야 한다. 11월은 막 시작했으니 다행히 좀 더 고민할 시간이 있다. 물론 결심을 위한 시간 같긴 하다^^;;


낭송 손자병법 / 오자병법 (큰글자본) - 10점
고미숙 기획, 손무.오기 지음, 손영달 옮김/북드라망
낭송 손자병법 / 오자병법 - 10점
고미숙 기획, 손무.오기 지음, 손영달 옮김/북드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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