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자리서당』 차담회 후기
내 몸과 좋은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자!
상강이 오기 하루 전, 10월 23일 『혈자리서당』 차담회가 있었지요. 저희 생각에는 그때쯤이면 제법 날씨도 쌀쌀하니 찬바람도 불기도 할 테고, '혈자리'에 대해 독자님들께서 궁금하신 것도 많겠다 싶어, 따뜻한 차를 마시며 단란하게 모여보면 어떨까 하여 차담회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신간이 나올 때, 독자님들을 모시고 크고 작은 강연회는 열어 보았지만 차담회는 처음인지라 과연 독자님들이 좋아하실까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지요. 게다가 차담회 장소는 무려 깨봉빌딩! 3/4호선 환승역인 충무로역에서 15분 정도를 쭈욱~ 올라오면 되는데, 당첨되신 분들께 약도와 오시는 길이 담긴 링크를 보내드렸지만 그래도 올라오는 길이 너무 길어 도중에 포기(?)하진 않으실까 싶어 이리저리 마음을 졸였었더랍니다.
혹시나 일찍 찾아오시는 독자님들이 계실까 부지런히 걸어올라갔습니다. | 평소라면 15분 정도 걸리지만, 저희는 무려 6분여만에 도착!! 핵핵 아직 아무도 안오셨겠지? |
잠깐 장소 이야기를 해볼까요? 차담회가 열린 곳은 깨봉빌딩 2층 장자방이었습니다. 깨봉빌딩은 남산 필동에 있는 빌딩으로 2층에는 감이당이, 3층에는 남산강학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빌린 '장자방'은 감이당의 도서관이자 서점으로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빌리고 보니 공간이 따뜻하고 아늑해서 차담회를 하기에 참 좋은 공간이었다고 자부합니다(허허).
일찍 오신 독자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독자님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가 보내 드린 '오시는 길' 링크를 따라 '믿음'을 가지고 올라오셨다는 독자님!^^
차와 함께 드시라고 저희가 준비한 약식과 감이당과 선생님께서 준비해주신 빵! 역시 담소는 먹으며 나누는 맛이 있어야^^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차담회가 본격! 시작되었습니다. 요렇게 둘러앉았으니 자기 소개가 빠질 수 없겠지요?(응?) 예정에 없었던 것이나 당황하지도 빼지도 않으시고 함께해 주신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좌우간 차담회 초반 사실 "우리 처음 만났던 어색했던 그 표정 속에 서로 말걸기가 어려워 망설였지만"과 같은 분위기였지만 너무도 훌륭하신 독자님들 덕분에 아주 자연스럽게 서로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게 되었었더랬지요. '차담회'라는 것이 과연 될까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참 좋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독자님들의 질문과 사례, 간증(!!)을 통해서 정말 풍성하고 의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오고갔습니다. 그중 초반에 나왔던 이야기를 조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본격 '차담회'가 시작되었습니다!
<혈자리서당>을 엮어주신 이영희 선생님과 | 류시성 선생님이십니다 ^^ |
혈자리를 공부하면서 ‘한의학적 세계관’을 만나게 되었다는 선생님 말씀에 한 독자님께서 ‘한의학적 세계관’이란게 어떤 것인지를 물어주셨습니다. 그에 대해 선생님께서 조근조근 답변을 해주셨지요. 지면상 두 선생님의 말씀을 간추려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세계관이라고 해서 뭔가 거창한건 아니에요. 오행-목화토금수 이런 거지요. 저희도 처음에 공부를 시작할 때는 일단 외웠습니다. 왜냐면 이건 전혀 다른 언어였기 때문에 알파벳을 외우듯이 외울 필요가 있었거든요. 저한테는 이게 다른 방식의 공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원리를 알아야지 그것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한의학은 그게 뒤집어져 있었습니다. 일단 외우고 쓰다보면 거기서 원리를 알게 되었죠. 이게 근대와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지식을 소비하는 방식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동양에서는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공부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원리를 다 꿰어서 대가가 되는 경우는 없어요.
그런 차원에서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은 사물을 대하는 다른 방식을 배울 수 있었다는 겁니다. 이게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자명하다고 생각했던 세계에 대해서 다른 식의 이야기들이 가능하다는 거지요. 가장 먼저는 일단 내 몸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예를 들어서 아프고 낫는 게 이게 정상이구나, 안 아프거나 치료를 안 받는게 정상이라는 게 아니라 아프면서 나으면서 이렇게 사는 게 정상이구나 싶다는 거죠. 책에도 썼듯이 제가 스물한 살 때부터 허리디스크를 앓았거든요. 좋다는 양반, 한방 병원을 다 가봤습니다. 그때는 제 몸에 병이 없어져야 한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도 매일매일 아프지 않으세요? 오늘은 여기가 쑤셨다가 내일은 저기가 쑤시고 그렇잖아요. 잘 보면 오전에는 머리가 좀 아팠다가 좀 낫고. 그런 점에서 몸은 질병하고 늘 같이 작동하고 있는 거죠. 이게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만난 중요한 세계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악의 개념이 바뀌었달까요? 질병이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된거죠. 한의학을 공부하면서는 어떤 '절대값'을 매기지 않게 됩니다. 원래 나쁘고 좋은 ‘절대값’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무엇과 무엇이 나쁘게 관계를 맺을 때 나빠지는 거고, 좋은 관계일 경우에 좋은 관계로서 이게 작동을 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 우리는 홍삼이 누구한테나 좋다고 막 먹잖아요. 아니에요. 홍삼은 누군가에게는 독이거든요. 이런걸 살피게 되는 거죠. 나중에는 사람과의 관계도 이런 관점에서 보게 됩니다. 저 사람이 원래 나쁜 게 아니고 내가 저 사람과 관계 맺는 기술이 없구나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할까요.
그리고 혈자리가 몸 안의 관계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거거든요. 한 군데 문제가 생기면 그게 몸 전체랑 관계를 맺는 방식인거죠. 단일한 지점이 아니라 전체에서 보게 된다고 할까요.
한의학적 세계관이라고해서 아주 어렵고 다른 뭐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외에 공부할 때 마음이 위안이 되는 말씀도 하나 해주셨습니다. 지식이내 개념을 받아들일 때 다른 배움과 연결이 되어야 ‘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외우고 난 다음에 다음날은 돼야 뇌에서 그 연결점을 만든다고 합니다. 그리고 뇌가 가장 활성화 되는 시기를 나이로 따지면 40대 이후라고 합니다. 어릴 때는 한 방면에 아주 밝은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고, 40대는 되어야 그 연결이 잘 된다고 할까요. 그러니까 지금 배우고 외우는 것들이 왜 활성화가 안 될까 고민이 되신다면 좀 더 기다리십시오. 모든건 시간문제입니다!
본격 실용서(^^) 혈자리서당. 침은 어떻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인지, 혈자리를 찾을때는 내 몸을 '자[尺]'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말씀해주시는 중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에 이어 많은 분들께서 질문과 함께 '간증'의 시간을 가져 주셨습니다. 몸이 아프고나서 삶이 변한 한 독자님은 한의사 선생님과 『동의보감』을 읽고 계시다고 해주셨구요, 어떤 독자님께서는 얼굴과 몸을 관리해 주는 일을 하고 계신데, 마사지를 하고 경락을 하면서 '손님'분들이 자신을 좋아하고 믿을 때 더 효과가 뛰어났던 경험을 말씀해주셨습니다. 모두들 이해간다는 듯이 끄덕끄덕 했지요. 그러면서 몇몇 독자님들의 자세를 보고 바로 '배가 아프신것 같아요.'라고 증상을 맞히는 능력도 보여주셨지요. 이게 바로 축적된 임상의 경험인가 싶었습니다!
책에 혈자리의 위치를 설명해 놓았지만, 사람마다 그 위치가 조금씩 다르답니다. 그러니 꼭 눌러보고 자기의 자리를 찾아야하지요. 책을 참고해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여기저기 눌러보아서 나에게 가장 효과적인 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책을 정독한다기 보다 앞에 나온 목차나 책 뒤에 나와있는 색인을 통해 나에게 가장 유효한 혈자리에 먼저 접속하는 것이 책을 활용하기 좋은 방법이지요. 한 독자님은 책을 바탕으로 주변 사람들이 체하거나 할때 재빨리 알고 있는 혈자리들을 눌러준다고 합니다. 혈자리를 친구 사귀기에 활용하고 계신 거지요. 본격 실용서『혈자리서당』의 또 하나의 용법! 친구 사귀기에도 활용하신다니 이보다 더 잘 사용하는 예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독자님들의 '간증'을 즐겁게 듣고 계시는 선생님들. 이야기가 오고가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라서 예상보다 더 오랜시간 차담회가 이어졌습니다. 너무 늦게 보내드린 건 아닌지...^^;;
몇몇 독자님들께서 갖고 와주신 지압봉들!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의학은 기본적으로 신체를 어떤 열린 지점으로 바라봅니다. 병이라는 것은 무언가의 침입이 아니라 무언가와 내가 섞이지 못할 때의 상태라고 보았지요. 혈자리를 자극하는 것은 닫혀 있는 내 몸을 여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여 주셨습니다. 『혈자리서당』을 내 몸을 탐구하는 입구로 살펴주십사 당부해주셨고, 덧붙여 많은 사례들을 알려달라고도 덧붙여 주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너스 시간! 류시성 선생님께서 기왕에 깨봉빌딩에 오신김에 공간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모두들 현장학습 온 학생들처럼 시성 선생님의 안내를 들었지요. 감이당이나 남산강학원의 여러 세미나와 강의 프로그램들을 마음에만 담아두고 용기내지 못했던 독자님들이 계시다면 이번을 기회 삼아 꼭 '출근'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독자님의 이야기를 길게 듣다보니 나중에 두 독자님들께서는 서로 마음이 통하는 것 같다며 번호를 교환하시는 뜻 밖의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차담회는 처음 진행하는 거라 조금 미숙한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 마음에 쓰였는데, 독자님들께서도 선생님들께서도 마지막까지 즐거워해 주셔서 정말 뿌듯하고 좋았습니다. 독자님들께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니 다른 시너지가 발휘되는구나 싶었달까요. 그러니 이 자리를 함께 해주신 독자님들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내 몸에 관심을 갖고 싶으신 독자님들께서도 『혈자리서당』을 마음껏 활용하시고 그 이야기를 어떻게 해서든 많이 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자, 본격 실용서 『혈자리서당』을 맘껏 활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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