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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드라망 이야기 ▽

2015년을 보내며

by 북드라망 2015. 12. 31.



한 해 동안 보내주신 관심 덕분에 살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출판계에 발을 디디고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출판계에 가장 많이 회자된 말은 ‘위기’와 ‘불황’, ‘독서 인구 감소’였습니다. 또 20대에 출판사에 근무한다고 하면 보통은 ‘쯧쯧, 먹고는 살 수 있나’ 싶은 안타까운 표정과 위로가 돌아왔고, 30대에는 ‘오래 다니네, 어렵지 않니’라는 걱정을 들었습니다. 그런 염려와 안타까움에도 여전히 저는 출판일을 하며 먹고 살고 있고, 무려 출판사를 운영하며 직원들의 생계도 책임지고 있습니다.


가만 생각하면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이토록 오래 한 가지 일로 밥벌이를 하는데, 게다가 그 일이 대부분의 이들에게 ‘어렵다며?’라는 말을 듣는 출판업인데, 저는 20년 가까운 시간을 이 업 덕분에, 이 일에 함께해 준 동료들, 선생님들, 독자님들 덕분에 아직 잘 살고 있습니다. 제 삶에 ‘기적’이라는 게 있다면,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함께 일하고 싶기에 함께하는 동료들과, 생각하고 쓰고 나누고 싶기에 글을 쓴 저자 선생님들을 만난 것도 물론 제 삶에 있어서 기적 같은 일이지만, 생각해 볼 때마다 정말 신기한 것은 저희 북드라망 블로그를 찾아주시고, 공감해 주시는 여러분들, 저희 책을 직접 소중히 땀 흘려 버신 돈을 지불하고 사주신 독자님들이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2015년에도, 경남 양산에서, 마산에서, 경기도 광명에서, 안양에서, 또 전국 각지에서, 그리고 심지어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도 북드라망 블로그와 북드라망의 책들을 찾아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출판 위기’에 대한 많은 말들이 있고, 그 속에서 ‘기회’를 찾아내는 담론들도 적잖이 있습니다. 북드라망 역시 출판산업의 ‘위기’ 혹은 ‘기회’에서 당연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위기나 기회보다 더 절실하게 와닿는 것은 바로 선생님들이 주신 원고와 그것을 기다리고 읽어 주시는 여러분들입니다. 그 신뢰와 그 관심을 잊지 않고, 이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여, 위기에 호들갑 떨지 않고, 기회에 들뜨지 않고, 그저 한발 한발 원고를 책으로 만들어 전달하는 데 오롯이 집중해 나가겠습니다. 저희가 만들어낼 책 한 권 한 권마다 저희에게 따뜻한 관심과 위로를 건네주셨던 여러분의 마음을 함께 펼쳐내겠습니다.


독자님들, 블로그에 방문해 주신 분들, 원고를 주신 선생님들께서 보내주신 마음에, 마음으로 화답하는 출판사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음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광휘의 속삭임』, 문학과지성사, 2008, 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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