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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4

『낭송 아함경』 씨앗문장 - '생겨나면 죽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괜찮아요! 『낭송 아함경』 읽기 - 모든 것엔 '다함'이 있다 대왕이여 그렇습니다. 모든 중생, 모든 벌레, 모든 신들에 이르기까지 일단 생겨난 것은 다 속절없이 죽게 마련이어서 마침내 다함으로 돌아갑니다. 생겨나면 죽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바라문이나 찰리(크샤트리아), 장자와 같은 훌륭한 가문이라 하더라도 일단 태어나면 다 죽게 마련이니 죽지 않는 이는 없습니다. 설령 찰리 가문의 대왕이 정수리에 물을 붓는 의식을 치르고 왕위에 올라 천하의 왕이 되어, 자재한 힘으로 모든 적국을 물리쳤다 하더라도, 마침내 다함으로 돌아갑니다. 또 장수천長壽天에서 태어나 하늘 궁전의 왕이 되어 마음껏 쾌락을 누린다 하더라도, 그 또한 다함으로 돌아갑니다.― 최태람 풀어읽음, 『낭송 아함경』, 86쪽 희망이 샘솟는 문장입니다. 세.. 2014. 12. 17.
길이 끝난 곳에서 운명은 시작되고 길이 끝난 곳에서 운명은 시작되고 우리는 대개 자신들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낀다. 물론 어느 누군들 자기 마음대로 살고 있겠는가. 우선 나부터도 회사에 앉아 보고서를 읽노라면, 불현듯 알 수 없는 서글픔에 빠지곤 한다. 내가 무언가에, 예컨대 가족이나 명예 같은 것에 얽매여 있기라도 한걸까? 글쎄, 여기에 이르면 그게 딱히 불분명해진다. 가족만 동의하면 당장 회사를 그만둘 수 있냐는 질문에는 바로 대답하기 쉽지 않고, 명예로우면 얼마나 명예롭겠냐며 그 알량한 직함이걸랑 당장 내던지라는 말에는, 어찌 반응해야할지 곤혹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딱히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그러니까 가족이든 명예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박차고 나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마저 선뜻 감행하지 못한다. 결국 자유로워.. 2013. 1. 8.
결혼제도를 없애고 계약동거로! -『대동서』 만나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② 『대동서』와 함께 읽기를 권함 여기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말한다. “결혼제도를 없애고 계약동거로! 국가를 없애고 하나의 세상으로!” 결혼제도를 없애고 계약동거라니. 자유연애주의자 혹은 페미니스트의 발언이냐고? 아니다. 무려 100년 전의 이야기다. 그것도 어디 프랑스 파리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까지만 해도 전족이 유행하던 중국에 살았던 사람의 생각이다. 결혼제도를 없애고 자유로운 계약동거로! 그것도 1년 남짓의 계약으로! 왜냐고? 너무 길면 싫증날 수도 있는데 기한을 길게 잡으면 억지로 같이 살아야 하니까. 또한 사람은 원래 누구나 새로운 상대를 바라기 마련이니까.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국가도 없애야 한단다. 국가가 있는 한 전쟁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개별 국가.. 2012. 12. 26.
별일 없이 산다, 혁명한다 루쉰, 혁명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약선생(감이당 대중지성) 루쉰은 자신을 둘러싼 온갖 것들과 싸운다. 그가 서있는 곳은 언제나 싸움터로 변한다. 문학이 되었든, 혁명이 되었든, 그에게 싸움 아닌 것은 없었다. 식인들로 둘러싸인 광인, 푸른 검을 지니고 복수하러 가는 도공과 검은 빛의 사나이, 구경꾼들로 둘러싸여 싸우고 있는 벌거숭이 두 사람, 그리고 적들에게 결함을 던져주려는 고독한 남자. 이들은 싸움터에 서있는 루쉰의 여러 모습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는 항상 살아간다는 문제로부터 벗어나 본 적 또한 없었다. 도저히 출구가 없어 보이는 막다른 골목에서도 ‘오로지 살아가야한다’는 점을 절대 잊지 않았다. 오히려 싸움이야말로 절망에 직면해있는 자가 아직도 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살아간다는 것.. 2012.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