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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15

[아스퍼거는 귀여워] 양가 부모님과 베트남에 간 이야기 양가 부모님과 베트남에 간 이야기 베트남에 갔다. 한국인 관광객이 거의 90%는 될 거 같은, 일명 경기도 냐짱.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이지만 이번 여행은 조금 특별했다. 왜냐하면 양가 가족, 즉 나의 엄마, 아빠, 남편의 엄마, 아빠와 감자의 엄마(나) 아빠(남편), 양가 3대가 같이 가는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양가 어른들이 친하게 지낸다. 매년 여름 휴가도 같이 보내고, 가을이면 함께 김장도 한다. 어찌 모든 게 좋을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평균 이상으로는 가족관계가 평온한 편이다. 나이도 비슷하고 다들 술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처음부터 어렵지 않은 관계였다. 그래서 차라리 나는 양가 부모님을 함께 보는 게 편하다. 뭐, 한방에 효도를 해치우는 기분이랄까. 이러 저러한 이유로 10년 전에 우.. 2025. 5. 13.
[북-포토로그] “엄마 아빠가 돌아가시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고민해 본 시(詩)” “엄마 아빠가 돌아가시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고민해 본 시(詩)”   아이가 다섯 살 무렵부터 ‘죽음’에 대해 인식하며,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꼈다. 그때부터 아이가 ‘죽음’을 언급할 때마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는 아니지만 어떻게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말을 표현을 달리하여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해 왔다. (뭐, 별 소용이 있었던 건 아니다. 이 대화의 끝은 태반이 아이의 “엄마는 죽지 마”로 끝나곤 했으니까.) 만 7세, 한 달여 뒤면 만 8세가 되는 아이는 여전히 엄마 아빠가 자신이 늙을 때까지 같이 오오오오오래애애애 살다가 죽기를 바라지만, 이제 세상에 죽지 않는 건 없다는 걸 아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개학이 며칠 안 남은 겨울방학의 어느 날, 갑자기 아이는 자기가 ‘시.. 2025. 3. 28.
[아스퍼거는 귀여워] 사춘기를 부탁해! 사춘기를 부탁해!   모로(문탁네트워크)올해부터 일리치 약국에서 일하고 있다.열심히 쌍화탕을 달이며, 공부와 삶이 연결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귀여운 것을 좋아하고,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항상 궁리중.   멀리서부터 감자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쿵쾅쿵쾅, 급하게 비번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리자마자 가방을 집어 던지면서 들어온다. 무슨 일이지?  “엄마~ 엄마~ 내가 어디서 콘돔이라는 걸 봤는데, 생각해보니까 책에서 본 거 같더라고요?”감자는 책장으로 달려가 책 하나를 꺼내 든다. 그러곤 나에게 바짝 다가와서 그림을 보여준다. 내가 얼마 전에 사준 성교육 책 비스무리한거다. “엄마, 콘돔은 얇은 고무 주머니처럼 생겼는데, 이걸 음경에 덧씌우면 정자가 여성의 질.. 2025. 3. 11.
[아스퍼거는 귀여워] 촌철살인 감자 촌철살인 감자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 에피소드를 먼저 말해볼까 한다. 몇 년 전 진지하게 감자의 대안학교를 알아보러 다니던 때가 있었다. 초등학교 생활을 코로나로 시작해 무려 3년을 제대로 된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고 학년이 올라가 버린 감자는, 또래 관계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나는 고기동에 있는 수지꿈학교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입학설명회를 신청하고 온 가족이 방문했었다. 학교도 둘러보고, 같이 사는(?) 야생 닭도 구경하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나는 이만하면 보내도 되지 않으냐는 생각이 들었고, 전학을 가는 게 어떨지 감자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감자 왈. “꿈학교를 가도 그렇게 재미있을 거 같지 않고, 손곡초를 그대로 다녀도 재미없을 거 같은데, 그럴 거면 가까운 데로 가는 게 .. 2025.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