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호학파3

[남인 백수 2세대 : 혜환 이용휴] ④ 이용휴의 제문, 그 담담한 글쓰기 혜환이 들려주는 아주 특별한 레퀴엠 겨울의 초입. 낙엽이 바람에 이리저리 흩어진다. 자연의 이치상 생·장·소·멸을 겪지 않는 존재는 하나도 없건만, 소멸에 관한한 남다른 감정이 일어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 중에서도 가까운 이들의 죽음은 우리를 더욱 힘겹게 한다. 다시는 함께 할 수 없기에 담담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제문을 지어 죽은 이를 추모하며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제문을 낭독하며 죽은 이들의 영혼에 말을 건네고, 그들의 장도(長途)를 위무했던 것이다. 물론 제문은 애도만 담지는 않았다. 죽음을 통해 오히려 삶을 말하는 양식이 제문이었다. 죽은 이들이 묵묵히 레테의 강을 건널 때, 그들의 삶을 기억하고 간직하는 행위는 온전히 산 자들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슬픔을 다하면.. 2014. 11. 18.
[남인 백수 2세대 : 혜환 이용휴] ② 진짜 나로 돌아가라! [남인 백수 2세대 : 혜환 이용휴] ② 진짜 나로 돌아가라 1. 글쓰기, 진짜[眞]를 찾아가는 길 혜환 이용휴는 다른 그 무엇도 아닌 문장가이기를 원했으며, 문장가로서의 자의식 또한 남달랐다. 혜환은 백수 선비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서 글을 쓴 것도 아니고, 세상을 계도하거나 도를 드러내기 위해 글을 쓴 것도 아니었다. 조선시대 선비에게 글을 쓰는 일이야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선비라면 당연히 쓰는 글을 썼기 때문에 혜환 스스로 자신을 문장가라 지칭한 것은 아니었다. 혜환에게 문장가는 특별한 무엇이었다. 그래서일까? 혜환의 글에는 불우한 지식인의 음영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혜환은 오직 문장가로서 충만해 있을 뿐, 어떤 결핍도 느끼지 않았다. 혜환에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를 지녔기에 문장가인 것만으로.. 2014. 10. 21.
18세기 조선지식인(이라 쓰고 백수라 부르는), 그들이 찾아왔다! 조선의 18세기, 백수들이 펼치는 지성의 향연 연암과 다산의 계보를 찾아서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은 18세기 지성사의 큰 별이다. 이들의 빛은 아주 밝고 영롱하다. 연암과 다산이 자신들만의 고유하고도 찬연한 궤적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한 말이겠지만 동시대를 비추던 선배, 동료라는 여러 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마다 하나의 빛으로 서로 각축하며 연암과 다산을 앞서 이끌었던 별들이 있었으니, 바로 이들이다. 연암의 선배요 지기였던 농암 김창협(1651~1708)과 담헌 홍대용(1731~1783), 다산의 스승이며 선배였던 성호 이익(1681~1763)과 혜환 이용휴(1708~1782)! 시작은 그랬다. 연암과 다산의 인생궤적, 문체와 세계관, 사상과 윤리 등을 계보학적으로 해명하기 위해서 그들의 .. 2014.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