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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곳’부터 마비시키는 시대 : 뉴욕과 이반 일리히 ① '가장 낮은 곳'부터 마비시키는 시대 ① : 뉴욕과 이반 일리히 삼 년 전, 계획에도 없었던 뉴욕행을 떠나 팔자에도 없는 대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일차적인 까닭은 비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내심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세계 각국에서 흘러들어온 사람들과 공부해 보겠느냐는 기대도 있었다. 그 기대가 없었더라면 나는 중졸 백수에서 뉴욕 유학생으로 신분 상승(?)하기 위한 댓가를 치를 수 없었을 것이다. 무려 미국 검정고시를 치러야 했으니 말이다. 슬프게도, 어렵사리 들어간 대학교는 검정고시 준비보다 더 재미없었다. 수업은 수동적이었고, 교과서는 건조했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람처럼 사라졌다. 우정을 쌓을 시간조차 없었다. 학교는 국적과 상관 없이 문제인 것일까? 아니, 정말 문제는 나였.. 2016. 10. 28.
정(精)을 통해 익히는 삶의 윤리 정(精)을 통해 익히는 삶의 윤리 연구실에 처음 접속하는 학인들을 보며, 나는 가끔 이곳에 처음 공부하러 왔을 때를 떠올리곤 한다. 익숙지 않은 공간, 모르는 사람들, 생소한 책들 등 그 모든 것이 새로웠던 그 때, 나에게 가장 낯설게 느껴졌던 것은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언어였다. 같은 나라말인데 뭐 얼마나 차이가 있겠냐 싶겠지만 바깥(?)세상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이 용어들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 후, 귀동냥으로 여러 개념들을 주워들으며 그 말이 어떤 맥락에서 쓰이는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렇게 연구실 생활에 적응하던 무렵,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안에서 불문율처럼 자리 잡고 있던 문구를 발견하였다. 그것은 바로 ‘정(精)을 아껴라!!’ 대체 이 정(精)이 무엇이기에 아껴야 .. 2016. 10. 27.
올리비에 메시앙② <투랑갈릴라 심포니> - 음향무쌍! 올리비에 메시앙② - Olivier Messiaen, 투랑갈릴라! 곡 제목을 몇 번 소리내어 말해보라. 입안 가득 경쾌한 리듬 감각이 살아나지 않는가? 나에게 이 거대한 심포니는 감상할 때마다 이전에 들을 수 없었던 소리의 색채들과 음악 언어의 다양한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게 한다. 매혹적인 소리의 물결이 매 악장마다 변화무쌍한 대비를 통해 펼쳐진다. 현란하게 쏟아지는 빛의 음향이 나타나다 문득 묵직한 브라스 소리가 죽음의 그림자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타악기들의 다양한 타격의 향연이 이어지는가 하면 몽환적이고 영롱한, 마치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에 등장하는 쎄이렌의 소리가 이와 같은 음색은 아니었을까 여겨지는 신비의 가락이 들려오기도 한다. 투랑갈릴라의 주제를 몇 가지 키워드로 설명하자면 '놀이, 사랑,.. 2016. 10. 26.
새로운 성경 읽기 - 하느님과 지혜,『성경』의 「시서와 지혜서」 새로운 성경 읽기 - 하느님과 지혜『성경』의 「시서와 지혜서」 둘째 아이와 나 사이에만 있는 ‘철학자 이름 말하기 게임’이 있다. 철학자 이름을 번갈아 대다가 한 사람이 더 이상 대지 못하면 끝이 난다. 아이는 대개 내가 알려준 철학자 이름을 대지만, 어떤 때는 책장에 있는 책의 저자 이름을 따로 알아 두었다가, 그 이름으로 기습을 시도하기도 한다. 끝난 듯하다가 약점을 찾아 다시 시작하는 것이 흡사 손자(孫子)의 기습법과 닮았다. 이제는 레퍼토리를 꽤 확보해서인지 형에게도 여간해선 지지 않는 모양이다. 어디 여행을 갈 때면 이제 그 세 명이 하게 되는데, 누가 보면 철학자 이름들이 오가는 여행길 차안 풍경이 무척 기이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어느 인터넷 서점에서 ‘한 눈으로 보는 서양철학사’.. 2016.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