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인문의역학! ▽/24절기 이야기31 망종, 씨앗이 되는 법 망종, ‘리환궁’으로의 초대 송혜경(감이당 대중지성) 리환궁, 정점의 다른 이름 핫! 시작부터 만만치 않다. 리환궁(泥丸宮)? 듣도 보도 못했다. ‘궁’자가 들어가니 경복궁, 창경궁 같은 궁궐이라고만 짐작할 뿐. 장하다. 1/3은 맞춘 거다.^^ ‘리환’이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의 니르바나 즉 열반을 의미한다. 유불도 삼교에서 ‘하늘의 중심’이라고 말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기에 옥황상제님의 처소라고 말한다. 그 궁전은 약초들이 빽빽하게 널려 자라고 있고 사람의 발자취가 닿지 않은 평탄한 공간이 높다랗게 걸려있는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헌데 단청 입힌 궁궐의 내부는 텅 비었고 그 안에는 지극히 신령한 신(神)이 끊임없이 모여든다고 한다.* 이렇게 기묘하고 썰렁한 궁궐이라니. 불로장생이 목표인 도교에서는 리환궁에.. 2012. 6. 5. 비움과 채움, 적음과 많음, 小와 滿 소만, 욕(辱)으로 만(滿)해지는 시절 김동철(감이당 대중지성) 소만의 그림자, 보릿고개 5월의 푸름이 짙어감에 따라 농부의 속은 벌겋게 타 들어간다. 보릿고개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보릿고개는 소만 즈음에 찾아왔다고 한다. 지난해 가을 수확한 식량은 겨울과 봄을 거치며 모조리 소모되고, 이듬해 추수 때까지 남은 공백의 길목에 소만이 자리하고 있다. 숨통이 끊어질 듯 말 듯 한 고비가 찾아온 것이다. 마침 보리를 타작하여 어렵사리 연명하니, 이때를 보릿고개라 이름하였다. 나는 도시 출신에 세대도 달라 보릿고개에 대한 감각이 없다.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런데 만물이 자라 조금씩 차오른다는 소만과 기아에 허덕이는 보릿고개 사이에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충만과 결여의 상반되는 이미지가 동시에 펼쳐지는 .. 2012. 5. 21. 호미로 여름을 캐다, 입하(立夏) 입하,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송혜경(감이당 대중지성) 아무래도 언어와 날씨의 관계는 묘하다. ‘해품달’의 훤이와 연우처럼 처음엔 별 사이 아닌 줄 알았다가 파면 팔수록 끈적했던 과거가 드러나는 것처럼 말이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구? 계절의 입구인 입춘, 입하, 입추, 입동을 차례로 발음해보자. 먼저 입춘. ‘춘’하면서 앞으로 향하는 윗입술과 그 사이로 비집고 나가는 숨은 하나로 모여 뻗어 나가는 木기운과 닮았다. 그리고 입하. ‘하’라고 발음할 때 입을 한껏 벌려 몸통에 있는 뜨거운 숨을 퍼뜨린다. 파김치라도 먹었다면 발음을 삼가자. 火기운이다. 다음은 입추. ‘추’라는 발음부터가 벌써 추워진다.^^;; 입술을 오므리며 내는 소리는 낮게 떨어진다. 추수와 낙엽의 이미지가 그려지는 金기운.. 2012. 5. 5. 곡우 - 각설하고 정신줄부터 붙잡자! 곡우, 존재의 씨앗을 틔우다 김동철(감이당 대중지성) 곡우, 간절함의 다른 말 촉촉한 봄비가 내려 곡식을 윤택하게 하는 곡우의 이미지는 허상이다. 이때는 오히려 가뭄이 심하기 그지없다.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봄 가뭄의 엄습은 농부들을 근심하게 한다. 입춘부터 청명에 이르는 동안 정성스레 마련한 씨앗이 한순간에 말라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곡우는 이 절기 동안 비가 와서 붙여졌다기보다, 비를 바라는 농부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이 마음이 얼마나 지극했는지 모든 일상이 기우(祈雨)를 중심으로 재구성되었다. 곡우는 볍씨를 담그는 때이다. 볍씨는 농부에게 희망의 씨앗과 진배없다. 어떻게든 잘 돌봐 싹을 틔워 무럭무럭 자라게 해야 한다. 그것은 생존의 문제였다. 흔히 실없는 소리.. 2012. 4. 20.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