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원일의 락락(樂樂)16 마일즈 데이비스, 《Kind of Blue》- 재즈의 새로운 시작 마일즈 데이비스, 1959년 콜럼비아 레코드 음반 《Kind of Blue》 재즈 트럼펫 연주자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 1926.5.25. ~ 1991.9.28)는 그의 음악과 삶을 통해 오늘날 재즈라는 단어 자체를 표상하는 불멸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 시대의 많은 재즈 뮤지션들이 그랬던 것처럼 마일즈도 마약을 비롯하여 수많은 여성들과의 애정행각은 물론 때로는 폭력적인 언행으로 그에 대한 인상을 얼룩지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음악에 대해서만은 평생 동안 엄격함과 냉소적인 태도로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을 추구했던 진정한 아티스트였다. 그가 남긴 재즈 음악을 듣다보면 신선하고 깊이 있는 아름다움의 향기에 빠져들게 되고 새로운 음악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 마일즈 데이비스에게 경의를.. 2015. 12. 18. 지루할 틈이 없던 시절을 위한 노래, 펫샵 보이스의 〈Being Boring〉 펫샵 보이스의 《Behaviour》 앨범 수록곡 〈Being Boring〉 이번에는 누구나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일렉트릭 팝의 명곡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내 음악 라이브러리의 ‘가장 즐겨 듣는 음악’ 목록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곡은 영국의 남성듀오 펫샵 보이스(Petshop boys)가 1989년에 발표한 앨범 《Behaviour》에 수록된 이다. 이 곡은 어린 시절부터 펫샵 보이즈의 절친이었으며 에이즈로 인해 89년 사망한 크리스 도웰에게 헌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곡을 살펴보자. 인트로의 휘파람 소리 같은 사운드에 이어 펼쳐지는 드럼비트, 프레이즈를 고조시키듯 금빛으로 채색되는 전자하프 소리의 아르페지오는 질풍노도의 방만한 젊은 시절의 기억들을 아름답게 수놓는 역할을 한다. 80년대 말부터 .. 2015. 11. 16. 정신에 '약'이 되는 음악, 데이빗 보위 〈I'm Deranged〉 David Bowie의 《Outside》 앨범 수록곡 〈I'm Deranged〉 1995년 내게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UCLA 대학에 1년간 머무르며 Ethnomusicology(민족음악학)를 중심으로 여러 음악 강의를 자유롭게 청강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주어졌었다. 돌이켜보면 학교 굥부보다는 캘리포니아 곳곳을 돌아다니며 접했던 음악과 영화들이 지금까지 유익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그 당시 어느 여름밤이 또렷히 기억난다. LA 다운타운을 지나다가 한 장의 영화 포스터에 눈길이 사로잡혔다. 평소 예술가로서 존경하는 데이빗 린치(David Lynch) 감독의 새 영화 "Lost Highway"(1996)의 포스터였다. 인적 없는 도로를 미친 듯 질주하는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노란 차선 변경선 위를 질주하는.. 2015. 10. 23. 중국의 악기 생황으로 협주곡을 만들다 - 진은숙의 생황협주곡 '슈(Šu)'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 ‘슈’ 생황(笙簧)이라는 악기가 있다. 3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생황은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며 이후 동아시아 삼국(한중일)의 전통음악에 가장 신비로운 화음의 음색을 불어넣게 된다. 모든 관악기 연주자들은 공기를 한껏 흡입하여 취구와 리드를 통해 자신의 ‘숨’을 불어넣어 소리의 ‘결’로 바꾸는 단계를 거치는데 그 중에서 생황은 연주할 때 악기와 연주자가 완전히 말착된 상태를 보여준다. 하늘에 떠다니는 기운들 가운데 가장 신비롭고 정화된 기운의 소리를 필터링하여 내보내는 듯한 이 악기를 일컬어 한 유명한 미술작가는 내게 “심장이 피를 온몸에 퍼트리듯 생황이라는 악기는 심장을 닮았다”는 인상적인 말을 해주었다. 훌륭한 생황 연주자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신묘한 기운을 모아 소리로 .. 2015. 8. 26.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