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505 관둔다고? 일단 기본은 해보고 결정하자 기본을 익히고 나니그때서야 재미있어지더라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중에 나오는 일화이다. 스티븐 킹의 아들 오웬은 일곱 살때 스프링스틴의 E 스트리트 밴드에 빠져 그 밴드의 색소폰 연주자처럼 연주를 하기로 결심한다. 스티븐 킹과 그의 아내는 오웬에게 색소폰을 사주고 레슨을 받게 해준다. 그리고 7개월 후 스티븐 킹은 아내에게 오웬만 원한다면 레슨을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오웬은 레슨 선생님이 지시한대로 빠지지 않고 연습을 했다. 일주일에 나흘은 방과 후 30분씩, 주말에는 한 시간씩. 그럼에도 스티븐 킹이 아들에게 색소폰 레슨을 그만 두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웬은 음계와 음표들을 모두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었지만―기억력이나 폐활량이나 눈과 손의 협력 관계에는 아.. 2015. 8. 19. 어릴 적'에는' 책 읽기를 참 좋아했지요 책에 관한 최초의 기억? 중학교 시절의 추억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당시 근처에 있던 포병 공창(군수품을 제조하고 수리하는 공장)을 둘러싼 벽돌담이다. 나는 매일 그 길을 따라 학교에 다녔다. … 집을 나서서 에도 강을 따라 이다바시의 다릿목까지 가서, 거기서 전찻길을 따라 왼쪽으로 꺾어져서 한참 가다 보면 왼쪽에 포병 공창의 붉고 긴 벽돌담이 나온다. 그 담장은 끝없이 이어지는데 … 그 길을 오갈 때 늘 책을 읽으며 걸었다. 히구치 이치요, 구니키다 돗포, 나쓰메 소세키, 투르게네프도 그 길에서 읽었다. 형 책, 누나 책, 내가 산 책을 가리지 않고 이해하거나 말거나 닥치는 대로 읽었다. 구로사와 아키라, 『자서전 비슷한 것』, 모비딕, 2014. 86-88p 출판사 직원이라고 하면 왠지 어릴 적'부.. 2015. 8. 12. 다행이다, 나이를 먹을 수 있어서 “어른이 되는 것도 인생을 아는 것도 사람을 아는 것도 나날이 어렵다” 열다섯 살의 나는 어른이 되었다고 확신했다. 스물다섯 살의 나는 인생을 안다고 자부했다. 서른다섯 살의 나는 소설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고 거들먹거렸다. 마흔아홉 살의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다. 어른이 되는 것도 인생을 아는 것도 사람을 아는 것도 소설을 쓰는 것도 나날이 어렵다. 살아온 나날을 되돌아보기도 부끄럽고, 살아갈 날들 바라보기도 무섭다. 그래도 기억하기조차 부끄러운 기억이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고, 젊은 날의 오만이 나를 나아가게 만들었으며, 넘어설 수 없을 것 같던 한계와 콤플렉스가 나를 확장시켰으니, 지금 이 순간 또한 나의 무엇인가는 키우고 지나가지 않을까, 그런 믿음으로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오늘을 견디고 있다. - .. 2015. 7. 28. 자신에게 학교 되기, 가장 처음 배워야 할 과목은 '나는 누구인가' 자기 스스로를 '학교'로 삼는다면? 그렇다. 조르바라는 학교의 가장 중요한 교과서는 다름 아닌 '조르바' 자신이다. 그가 들려주는 인생역정에는 모든 과목이 다 들어 있다. 문·사·철(文史哲)을 비롯하여 여성학과 인류학, 그리고 요리까지. 더구나 그는 이 모든 과목을 살아 숨쉬는 언어로 풀어낸다. 그의 질펀한 '썰'들에는 고매한 이치와 통속적 감각이 제멋대로 교차한다. - 고미숙,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264쪽 출중한 능력을 갖춘 사람만이 자기 자신에게 교육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우리 자신에게 '학교'가 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수행'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우리는 무수하게 많은 실수들을 할 것이다. '실수'라면 .. 2015. 7. 27. 이전 1 ··· 87 88 89 90 91 92 93 ··· 1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