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카버, 『대성당』 - 책상 위, 손 닿는 곳에 두고 자주 펼쳐보는 소설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 - 책상 위, 손 닿는 곳에 두고 자주 펼쳐보는 소설 좋은 음반도 그렇고, 좋은 소설도 그렇고, 흠…… 좋은 그림도 그렇고, 어쨌든 좋은 작품들이 가진 공통점이 있다. 음식으로 치자면, '깊은 맛'하고 비슷한 것이다. 들을 때마다, 읽을 때마다, 볼 때마다 다른 맛이 난다. 이 '깊이'라는 것이 엄청나서 어떤 것은 결코 바닥을 보여주지 않는다. 매번 다른 길을 걷도록 만든다. 어쩌면 그게 '인생'의 진실일지도 모른다. 어느 길로 가더라도 정해진 목적지가 없다. 매번 다른 풍경이 펼쳐지겠지. 다른 길로 가보질 않아서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좋은 작품'은 그런 식으로 300쪽 남짓한 단편집, 60분이 될까 말까 한 음반 한장, 한 눈에 다 들어오는 화폭 안에 '리얼'한 인..
2018. 7. 18.
무라카미 하루키, 『언더그라운드』-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
무라카미 하루키, 『언더그라운드』 -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 '인간은 사회적 관계의 총체다', 이 말에 너무 크게 감동하여서, 며칠 동안, 아니 몇주 동안 마음 속으로 내내 읊으며 다녔던 적이 있다. 그 말에 비춰 보면, 어떤 사람이 '그 사람'일 수 있는 이유는 그 자신의 태고난, 혹은 고유한 어떤 '본성'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가 맺고 있는 '사회적관계'가 그가 어떤 인간인지를 결정한다. 나는 여전히 이 말을 좋아한다. 내가 본성적으로 주어진 그 어떤 '자유'도 없으며,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책무' 같은 것도 없다는 걸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한 것이 없지는 않다. 예전에는 그러한 이유 때문에 보아야 할 것은 어떤 개체가 아니라, 사회라고 생각했었다. 그걸 ..
2018.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