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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1

부모가 아기의 위험을 모조리 없앨 수는 없다_아빠 부모가 아기의 위험을 모조리 없앨 수는 없다 아아아...요즘 우리 딸은 부쩍 책 먹기를 즐긴다. 다시 말하지만, ‘읽기’가 아니라 ‘먹기’다. 특히 즐겨 먹는 건 『괜찮아』(최숙희, 웅진주니어)다. 특히 마지막 장의 활짝 웃는 장면은 별미인지, 그냥 두면 앉은 자리에서 다 뜯어먹을 기세다. 가장 좋아하는 책 중에 하나인데 이 시절엔 좋아하면 먹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주 무슨 요일이었더라... 여하간 지난주 어느 날 오전엔가 도저히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한 아빠가 아기 매트에 누워서 최대한 아기를 가까이 두고 누웠더랬다. 살짝 잠이 드는 건 예정된 수순. 그렇게 잠이 들고 말았는데, 꿈결 어디선가 ‘촵, 촵, 촵’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아빠는 ‘아기가 무언가 먹나보다’하고 있는데,.. 2018. 4. 6.
만국의 공무원들이여, 초원으로! 만국의 공무원들이여, 초원으로! ‘원래’라는 신 카프카는 세계를 어떻게 보고 있었을까요? 한 인간에게 주어진 하나의 세계, 그 세계가 돌아가는 원리가 집중적으로 분석된 작품은 『성』입니다. 이 소설을 딱 한 문장으로 요약해볼까요? 두둥! ‘주인공 K, 백작님의 마을을 돌아다니다!’ ‘미완’이라는 형식이야말로 필요했다는 듯, 카프카는 길고 긴 이 작품 안을 끝없이 걷는 K를 창조했지요. 과연 K는 골목길 미로 안에서 어떤 사건을 겪는 걸까요? 그가 마주했던 질서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그는 왜 골목길을 돌아다니는 방식으로서만 제도 안에서 살아갈 수 있었던 걸까요? 마을은 이렇게 움직입니다. 첫째, 통치자(백작)의 진두지휘를 받는다. 어떤 사건이든 일단 백작님의 결정이 떨어져야 진행이 되지요. 그런데.. 2018. 4. 5.
존 스칼지, 『노인의 전쟁』 - 할머니의 난꽃향 존 스칼지, 『노인의 전쟁』 - 할머니의 난꽃향 할머니를 떠올릴 때면 언제나 코 끝이 간지럽다. 살풋 스친 난꽃 향은 내 착각일까. 은은하고 우아하면서, 다른 누구에게도 없는 향, ‘할머니 냄새’. 공항 입국장에서 초조하게 기다린 끝에 달려가 품에 쏙 안길 때, 그 특유의 향기는 할머니의 부드럽고 하늘하늘한 손길보다 더 확실하게 그녀의 귀향을 확신시켜 주었다. 진짜구나. 진짜 우리 할머니가 오셨어. 할머니가 머무는 곳에는 언제나 그 향기가 남았다. 할머니가 마침내 바다 건너 당신 댁으로 돌아가시고 나면, 나는 함께 지냈던 방에서 그 향기의 여운이 서서히 엷어져 가는 것이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었다. 할머니는 자기 스타일이 확실했다. 외출할 때면 사과 모양의 금 귀고리를 커다란 녹색 보석이 박힌 악세서리.. 2018. 4. 4.
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 - 이 아름다운 책 한권 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 - 이 아름다운 책 한권 사실 이 책의 내용들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현대 대도시의 풍경들 속에 감춰진, 아름답지 않은 많은 모습들이 그려지고 있으니까. 그러나 그 풍경들을 옮겨가는 벤야민의 글들, 그 글들이 모아져서 만들어진 한권의 책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나는 지금까지 위에 옮겨적어 놓은 것보다 더 멋진 상상력에 대한 정의를 본 적이 없다. 벤야민 스스로의 말 속에 『일방통행로』가 가진 미덕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기도 하다. 책에서 벤야민은 '무한히 작은 것 속으로 파고'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도시의 사물-이미지들 속에 압축된 의미를 기가 막히게 펼쳐 보여준다. 짧은 '아포리즘'(또는 '이미지들') 속에 옮겨진 '풍경'들은 지금도 매일, 자주 보고 있는 것들이기도.. 2018.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