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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2

잭 케루악, 『길 위에서』 - 누구나 가슴 한켠에 '젊음' 하나쯤은 있는 법 잭 케루악, 『길 위에서』- 누구나 가슴 한켠에 '젊음' 하나쯤은 있는 법 나는 더 젊어지고 싶다거나, 나이를 먹기 싫다거나, 젊을 때가 더 좋았다거나 하는 그런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5년 전, 10년 전, 15년 전, 20년 전을 떠올려보면 '으악'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일들부터 먼저 생각난다. 딱히 그 시절의 행동들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만약 다시 돌아간다면 어떨까? 지금 시점에서 생각하면 부끄러울 법한 그런 짓들을 안 할까? 아마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짓을 하고, 나중에 똑같이 부끄러워할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도저히 젊어지는 걸 용납할 수가 없다. 그런 걸 생각하면 차라리 '노인'이 되고 싶을 정도다. 길게 이야기할 것 없이, 나는 '나의 .. 2017. 8. 14.
그러니까 아빠는, 엄마와는 다르다. 그러니까 아빠는, 엄마와는 다르다 _ 아빠편 ‘100일의 기적’이라고들 한다. 사실 처음에는 ‘뭐 기적씩이나’ 했던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아기를 키워본 적도, 커가는 아이를 옆에서 본 적도, 키울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기적은 기적이다. 이제 100일 고개를 넘긴 우리 아기는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눈을 잘 마주치고, 잘 웃고, 가끔은 ‘얘가 말도 알아듣는 건가’ 싶을 정도로 소리에도 잘 반응한다. 그리고, 또는 그래서인지, 뭐랄까, 시간이 지나가는 느낌도 100일 전과는 사뭇 다르다. 100일 전에는 그냥 그대로 순수한 생명의 덩어리 같았다. 분유를 주면 먹고, 이런 저런 배냇짓을 하기는 하지만 자고, 먹고, 싸고, 또 자고, 먹고……. 봐도 봐도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 2017. 8. 11.
몸, 내부를 말하다 몸, 내부를 말하다 “난학(蘭學)이란 요컨대 어떤 어려움에도 끄덕하지 않고 사물을 여는 것이, ... 사물을 엶으로써 ‘내부’를 보고, ‘내부’에 있는 것에 대처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는 지적인 주장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난학의 감각으로는 무엇이든 제대로 이해하려면 내부를 열어 보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닫힌 채로는 어떠한 것도 지식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타이먼 스크리치, 『에도의 문을 열다』, 11쪽 개체와 개체적인 것 이제 본격적으로 근대 시기에 어떻게 우리가 집합체, 정치체로서의 몸을 생각하게 되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이른바 ‘근대’라는 시기에 대해 다양하게 정의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정치체(바디폴리틱)를 구성하는 논리에서도 이 시기가 하나의 변곡점이 됨은 분명하다. 즉 전통적인 .. 2017. 8. 10.
커트 보니것, 『제5도살장』 - 경험하는 것, 살아내는 것 커트 보니것, 『제5도살장』 - 경험하는 것, 살아내는 것 빌리 필그림은 가난한 이발사의 외아들이었다. 키가 크고 허약했으며 코카콜라 병과 같은 체형을 타고 났다. 한 마디로 그는 웃기게 생긴 아이였고, 자라나서는 역시 웃기게 생긴 청년이 되었다. 그는 검안학교에 다니던 중 징집되어 제2차세계대전에 참전했고, 철모와 전투화를 지급받기도 전에 독일군의 포로가 되었다. 종전 후 돌아와 검안학교 설립자의 초고도비만 딸과 결혼했고, 슬하에 1남1녀를 두었다. 장인과 마찬가지로 검안사가 되었고, 사업이 잘 되어 부자가 되었다. 여기까진 비교적 평탄한 삶이었다. 남들 눈에 빌리 필그림 인생의 분기점은 마흔여섯 살에 당한 비행기 사고였을 것이다. 이 사고로 그는 머리에 큰 부상을 입었지만, 다른 승객들이 모두 목숨을.. 2017.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