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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이야기

[스톡홀름 이야기] 시속 500m로 이동한 교회

by 북드라망 2026. 7. 28.

시속 500m로 이동한 교회

Yeonju(인문공간 세종)

 

특파원 글감도 찾고 스웨덴어 공부도 할 겸 신문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1년에 두 번 들어가면, 내가 몰아서 볼 수 있도록.엄마가 6개월치 신문 중 흥미로운 기사들만 따로 모아두신다.

신문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걸 내가 참 좋아했구나—요즘 스웨덴에서도 신문을 읽으며 그걸 새삼 느낀다.
사람 사는 게 어디서나 비슷하구나 싶다가도, 가끔 ‘헉’ 하는 기사를 만나기도 한다.
10월 초,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기사 하나를 읽었다.

교회가 이동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사에 등장한 도시는 북극권에서 약 145km 떨어진 스웨덴의 북부 도시, 키루나(Kiruna)였다.
광산 채굴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도시 전체가 조금씩 북쪽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했다.
집과 학교, 병원뿐 아니라, 1912년에 지어진 키루나의 교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높이 35미터, 폭 40미터의 거대한 교회 건물은 시속 0.5km로 이틀에 걸쳐 북쪽으로 5km를 이동했다.
가장 어려운 일은 폭 24미터의 이동 경로를 확보하는 것이었고, 그 길 위에 있던 가로등, 신호등, 다리까지 모두 철거해야 했다.
이 교회는 1950년대 이전에 지어진 건물 중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꼽힌 적이 있다고 한다.
도시의 다른 대부분의 건물들은 해체되었지만, 이 교회만은 사람들의 손으로 ‘그대로’ 옮겨졌다.

기사에는 교회 이동 경로를 보여주는 지도가 함께 실려 있었다.

(구 시청 근처에서 출발해 광산 지역을 피해 동쪽으로 5km 이동)

 

 

 

‘이틀간의 이동’이라는 문구 아래로, 도시의 시간도 함께 옮겨지는 듯했다.

 

그 기사를 읽는데, 문득 어렸을 때 기억이 떠올랐다.
추석이나 설마다 늘 가던 경북 영주의 할아버지 댁.
매년 조금씩, 조금씩 풍경이 달라지더니 어느 해였던가—댐이 생겼다.
그해 이후로는 그 마을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차창 밖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한 물만이 그 자리를 덮고 있었다.

스웨덴의 그 교회는 오래된 역사를 지켜내기 위해, 사람들의 정성과 자부심으로 ‘들어 옮겨진’ 건물이었다.
허물고 새로 짓는 일에만 익숙했던 내게 그 소식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문득 떠올랐다.
돌아오는 길에 매일 지나치는, 3년째 공사가 끝나지 않은 지하철역 근처의 현수막 한 줄.
당국에서 내건 그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가끔은 계획대로 되지 않기도 합니다.”


그 문장이 유난히 오래 마음에 남았다.

 


사람도, 도시도, 신문 속 이야기들도—모두 완성되어 가는 중일 뿐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지키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갈 때는 서두르지 않는 편이 좋았다.
달리지 않고, 속도내지 않는 것이 좋았다.

그 느린 걸음 안에서야 비로소 오래 남는 것이 생겼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내가 만든 것 중에서, 내가 가진 것 중에서— 정말 소중히 지키고 싶은 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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