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머타임 Sommartid
Yeonju(인문공간 세종)
갑자기 식은 땀이 나면서 당황했다. 분명히 핸드폰으로 확인할 때는 아직 여유가 있었는데, 거실의 시계는 그 사이에 1시간이 흘러버린 것이다. 당장 우버를 예약하고, 급하게 옷을 입는데, 어 시간이…
써머타임! 다시 급하게 우버를 취소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며 소파에 앉아 멍하니 벽시계를 바라보았다.
써머타임. 정식 명칭은 Daylight saving time (DST)이다. 스웨덴에서는 3월 마지막 일요일 새벽 2시가 되면 시간을 1시간 당긴다. 갑자기 그날은 1시간 일찍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10월 마지막 일요일 새벽 2시가 되면 이제 1시간을 늦춘다. 그래서 1시간이 여유로워지는데, 거실 시계 시간을 바꾸지 않아서 일어난 작은 혼선이다. 동료들과 얘기해보니 외국인들은 대부분 진땀 나는 경험을 해보았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동료는 졸리다고 칭얼거리는 아이들과 강행군 일정에 심기가 불편한 와이프 눈치를 보며 대합실에 앉아 있는데, 새벽 2시에 기차역 시계가 2시에서 1시로 바뀌는 전광판을 보는 순간 아찔했다고 한다.
실제로 시간이 더 생기거나 줄어든 게 아니고, 단지 약속을 통해 인위적으로 시간을 조정한다는 개념이 생각할수록 생경하고 신선했다. 사회의 약속이 완전히 존중되고, 100% 실행되면 시간을 돌릴 수가 있다니, 사회적 약속의 힘과 실현의 단순함이 맞물린 써머타임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웨덴 동료들과 써머타임 이야기를 해보았다. 스웨덴에서는 여름의 한시적인 변경에 대해 당연하게만 생각할 줄 알았는데, 직원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DST가 태어났을 때부터 있었던 게 아니고 또 일부는 DST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시하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약속이 완전히 존중된다’는 것은 정신 없는 아침에 한 나만의 성급한 추측이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제 1차 세계대전 중 에너지 절약의 일환으로 DST를 최초로 도입했다고 한다. 그리고 영국, 프랑스 등 각국으로 퍼져 나갔다가, 전후에 폐지되었다. 다시 제 2차 세계대전 중에 등장한 후, 일부 국가는 전후에 폐지했지만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DST를 유지하다 보니 스웨덴도 결국은 1980년에 다시 DST를 도입했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통상과, 교통, 등 여러 국경에 걸쳐 진행되는 업무 기준 지표로 사용되는 시간을 반영하기 위해서로, 현재 EU국가는 DST를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도입 당시에만 해도 도시의 저녁 실내조명은 석탄을 연료로 활용했고 전체 에너지 사용의 50%이상이 밤시간 조명이었기에, 에너지 절약의 효과가 분명히 있었다고 한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조명 에너지 절약효과는 아주 미미하고 그래서 3월이 다가오면 단골메뉴처럼 DST의 유효성에 대한 뉴스나 새로운 연구결과가 등장한다. (2019년에 투표를 통해서 EU 각국이 독립적으로 DST 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출장으로 한국에서 여행으로는 잘 가지 않은 스웨덴, 헝가리, 아일랜드 등 작은 소도시를 갈 때가 있는데, 아무리 작은 도시도 광장의 교회 건물에는 어디든 시계탑이 함께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시계탑의 시각이 마을의 표준 시간 (Local Solar Time)으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시계탑을 기준으로 해가 제일 높이 떠 있는 시간을 12시 낮 정오로 설정하는 전문 시계탑 Time keeper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 이 시계를 보고 마을 사람들은 각자의 시계를 조정했다고 한다. 이제는 더 이상 해의 높이에 따른 자연의 시간은 사용되지 않는다.

전 세계 약 70%의 국가에서 DST를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대략 20억 정도의 인구가 DST의 영향을 받는데, 20억 시간 즉 228만 년 정도의 시간이 ‘DST의 지배’로 생겼다 사라졌다를 매년 반복해왔다는 인간의 사회적 규약의 힘에 대해 놀랍기만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효율성을 추구하는 인위적인 시간이 아니라, 해의 높이에 따른 자연이 제공하는 낮과 밤의 시간에 맞춰 사는 사회는 지금보다는 훨씬 더 자연과 가까웠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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