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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편집자 k의 드라마 극장

조선 캠퍼스의 낭만 <성균관 스캔들>에 이옥 있었다?!

by 북드라망 2013. 5. 21.

1790년, 그들은 함께였다


― 이옥과 <성균관 스캔들>의 윤식&선준




안녕하셔요, 『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는다』의 편집을 마친, 일명 ‘마감한 여자’ 편집자 k입니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고(응?), 신간도 나오고 홀가분한 이때에 마침 부처님의 자비로 금토일 연휴까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리 죄 많은 인생은 아니었나 봅니다그려, 껄껄껄! 이 황금 같은 연휴를 어찌 쓸 것이냐, 참으로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이옥처럼 친구들과 북한산에 올라 “아침도 아름답고 저녁도 아름답고, 날씨가 맑은 것도 아름답고 날씨가 흐린 것도 아름다웠다. 산도 아름답고 물도 아름답고, 단풍도 아름답고 돌도 아름다웠다. 멀리서 조망해도 아름답고 가까이 가서 보아도 아름답고, 불상도 아름답고 승려도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안주가 없어도 탁주가 또한 아름답고, 아름다운 사람이 없어도 초가(樵歌)가 또한 아름다웠다……아름답기 때문에 놀러왔다. 아름답지 않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다”(『중흥유기』)라고 노래하고 싶기도 했지만 저는 어느새 “안방도 편하고 거실도 편하고, 화장실도 편하고 부엌도 편하고, TV도 편하고 음악도 편하고, 남편도 편하고 자식도 편하고……. 편하기 때문에 눌러앉았다. 편하지 않다면 눌러앉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쓰며 토요일까지 보내고 있었습니다.


일요일 아침이 되니 정신이 번쩍 나는 것이 뭔가 보람찬 연휴를 보내야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 드라마를 보자! 마침 <이옥>도 끝냈으니까 정조 시대에 관련된 드라마를 보는 거야!(책을 읽어도 될 텐데, 굳이^^;;) 마침 <성균관 스캔들> 다시보기가 무료~.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이미 늦은 거라지만 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드라마가 길다한들 반드시 종영은 있는 법이니까요(뭐래;;).


‘성스 폐인’을 양산했다던 <성균관 스캔들>. 왜 전 남들 볼 때 안 보고 꼭 이렇게 뒷북을 치는지…. 하지만 드라마는 몰아봐야 제맛!!



이미 너무도 많은 분들이 보셨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이하 ‘성스’), 그리하야 뒷북일 가능성이 농후한 포스팅이지만 이옥과 함께한다면 또 새로운 무언가가 보일 것이란 믿음을 갖고 1790년 경술년으로 떠나봅시다!(혹시 이옥이 누군데?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요기 가셔서 맨 아래 인터뷰 영상이라도 좀 보고 오셔요) ‘성스’는 한마디로 남장여자인 김윤식(박민영)이 성균관에 입학하면서 꽃도령 이선준(박유천)·구용하(송중기)·문재신(유아인)과 엮이는, 좌충우돌 멜로+성장드라마입니다. 사실 ‘성스’ 방영 당시 제가 이 드라마를 외면했던 이유는 ‘뭐지, 이 사극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들은?’이란 생각 때문이었는데 그…그동안 사극 트렌드가 많이 바뀐 탓인지 저 꽃도령 3인방이 이 드라마 이후 모두 왕 역할을 한 번씩 다 따냈네요(박유천은 <옥탑방 왕세자>, 송중기는 <뿌리 깊은 나무>, 유아인은 <장옥정, 사랑에 살다>로요).
 

좌우간 ‘성스’의 시작은 과거장 풍경으로 열립니다. 과장(科場)인지 시장인지 도무지 알 길 없는 그곳은 정말 이옥의 글 그대로입니다.


서리와 노복은 모두 서수(書手; 대리시험자)를 데려오고, 머슴과 군졸과 건부들은 모두 수행하는 종자로서 모인다. 한 사람이 답안지를 내는데 열 사람이 입장하니 과장은 어쩔 수 없이 어지럽게 서로 다투어 왁자지껄함이 극성하고, 심지어는 서로 밟아 살상하는 지경에 이르고야 마는 것이다.(「과책」科策)


요런 사람들로 난장판이었던 과거 시험장!


성균관 유생들 숙제 도우미(?)였던 윤식이가 급전이 필요한 바람에 바로 저 ‘서수’ 일을 하게 되고, 그렇게 해서 제출했던 과거 답안이 정조의 눈에 띄게 되고, 그리하야 한방에 성균관에 입학하게 되는 것이 극 초반의 빅 이벤트입죠. 하지만 『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는다』(이하 <이옥>)를 읽은(을) 우리에게 더 큰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으니, 김윤식이와 이선준이가 과거시험을 보고 있었던 그 자리에 우리의 이옥도 있었을 것이란 사실! 왜냐?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성스’에서 온갖 사건이 시작되는 때는 1790년입니다. 경술년 소과 초시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정조 시대의 경술년을 서기로 환산하면 1790년이 되거든요. 바로 그 해가 우리의 이옥이 칠전팔기 끝에 과거에 합격하여 생원 자격을 획득한 때입니다. 이옥의 나이 31세, 무려 2등으로 합격하는 영예를 얻습니다만 성균관에 바로 들어가지는 않고(못하고?), 고향 남양(지금의 경기도 화성)으로 내려가 대과를 준비합니다. 이때 이옥이 바로 성균관에 입학할 수 있었다면 드라마가 더 재미졌을 텐데 너무 아쉽습니다, 흑. 하기야 이옥이 성균관에 있었다 해도 아마 구석에 처박혀 글만 썼을 거라 드라마 전개에는 별 도움이 안 됐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옥이라는 소과 동기생은 귀향을 하고(물론 드라마에 안 나오는 부분입니다;; 아시지요?), 신입생인 윤식과 선준은 거관수학(기숙사 생활을 하며 공부)을 위해 짐을 쌉니다. 선준이야 노론 영수의 자제인 데다 이미 똑똑하기로 소문이 났으니 성균관 입학은 그의 인생의 당연한 스텝, 문제는 남장여자 윤식이지요. 사실 윤식은 윤식이 아니옵고 윤희라는 이름을 가진 낭자이온데, 윤식은 동생의 이름입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문이 몰락하고 집안을 다시 일으킬 유일한 희망인 남동생은 병들어 골골. 남동생 병구완에 빚까지 지고, 하여 어쩔 수 없이 윤희가 남장을 하고 세책방(일종의 도서대여점)에서 성균관 유생 숙제 대행일을 받아 하던 중 일이 이렇게 되었지 뭡니까. 어머니는 “조선 천지에 글로 밥이 되고 돈이 되게 하는 것은 기생뿐”이라며 말리지만 윤식이 아니 윤희는 “사람답게 살고 싶다”, “(빚을 갚기 위한) 백 냥짜리 계집은 되고 싶지 않다”며 성균관에 들어갑니다.


성균관에 들어가기 전 엄마와 담판(!)을 짓는 윤희!



성균관은 원래 스캔들이 일어나는 곳이 아니라 공부하는 곳이니, 공부 얘기부터 먼저 시작하자면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나타났는데 너무도 유명한 그분(사실 좀 생뚱맞았던 것도 사실인;;)이 오셨습니다. 정조의 남자, 정약용!(여러분, 우리가 지금 이옥을 만나고 있는 것처럼 조만간 이분과도 만나게 되실 겝니다. 저희 북드라망을 통해서요, 호홋) 안내상 님이 정약용 역을 맡아 언제나 그렇듯이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셨습니다만, 안타까웠던 것은 1790년 당시 다산의 나이는 29세(이옥보다 무려 두 살이 어리답니다^^ 하지만 성균관 생활은 이옥보다 11년 먼저 하였지요;;), 하지만 안내상 아저씨의 얼굴은……, 다산이 혹 노안이었다고 해도(일찍 사회생활을 하는 바람에 삭았다고 해도) 스물아홉이라고 하기엔 무리수가 아닌가…… 하하하.


뭐 물론 사실 다산은 이 당시에 성균관에서 유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이때 다산은 사간원 관리로 일했었는데, 저희 북드라망이 사간원이 있던 사간동에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다산은 성균관이 아니라 저희 회사에 있었다는 거……응? 하여간 다산이 『논어』를 강하는 첫 수업시간에 난데없이 마술을 보여 주며 학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장면은 저희 북드라망에서 펴낸 『고전 톡톡 : 고전, 톡하면 통한다』의 346쪽에 잘 나와 있습니다(이상, 자사 ppl의 달인 편집자 k였습니다. 흠흠)


아직은 20대(29세;;), 정약용이라 하오만…



성균관에 입학한 이상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 신방례(新榜禮), 요 에피소드가 또 아주 재미있었는데요. 성균관 신입생들에게 선배들의 ‘미션 임파서블’이 내려지고, 이것을 수행하지 못하면 오줌발 세례 예약. 윤희에겐 장안의 명기 초선이와의 하룻밤이, 선준에게는 학생회장급으로 나오는 누군가의 여동생과(부용화)의 하룻밤이 미션으로 내려지는데, 여자인 윤희가 기생 초선의 마음을 사로잡는 장면이며, 고지식한 선준과 마주친 부용화가 선준을 보고 한방에 훅 가버리는 장면 그리고 신방례를 통과한 뒤 윤희가 좌 걸오(문재신) 우 선준을 사이에 두고 누워 성균관에서의 첫날밤을 보내는 장면은 아, 저런 것이 조선 캠퍼스의 낭만이란 말인가! 하며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걸오의 튼실한 가슴과 선준의 수줍은 가슴, 그 어디에도 뛰어들지 않고 무사히(?) 밤을 보낸 윤희, 당신은 성인군자 우후후후!  

윤희…, 너 win!!



요렇듯 파릇파릇한 청춘들이 저의 심중을 한껏 흔들고 있을 때에도 저는 이옥을 잊지는 않았습니다. 서른한 살에 생원시에 합격하여, 서른세 살에 만학도로 성균관에 입학한 사나이. 그런 사나이가 저리 솜털이 보숭보숭한 것들 사이에 섞여 있었을 것을 생각하니 짠합니다. 칠전팔기 끝에 소과에 합격하여 성균관에 들어가 공부하고자 했을 때는 입신양명의 꿈이 아주 없지는 않았을 터이지만, 막상 들어가니 근엄한 얼굴로 치민(治民)을 논하는 미래 권력들과 잘 섞이지도 못하겠고, 들어가자마자 소품체로 정조에게 ‘딱’ 걸리는 사고를 쳤고,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감내하며 정조가 벌로 내린 사륙문(四六文) 백 편을 채웠을 인사. 그래도 3년이나 버텨낸 것이 용하디 용합니다.


하지만 정조 입장에서는 문체를 고치라고 한 지가 3년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소품체를 구사하여 모의고사 답안지를 낸 이옥에게 더 이상의 용서가 있을 리 없지요. 이옥은 그 길로 과거시험 응시 자격을 박탈당하고, 군대로 보내지는 굴욕을 당하고 맙니다. 사실 성균관은 이런 곳이지요. 스캔들의 진원지가 아닌, 국가와 군주를 위한 예비 행정인 양성소. 그 목적에 맞아 떨어지는 사람이 아니라면 있을 필요가 없지요. 그래서 이옥은 쫓겨났고, 여인의 몸이라 출사할 수 없는 우리 윤희는 언제 어떻게 쫓겨날지 몰라 전전긍긍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옥은 비록 피도 눈물도 없이 ‘조선시대 국립대학격의 유학 교육기관’인 성균관에서 쫓겨났지만, 어쨌든 드라마 ‘성스’ 속의 성균관에서는 이옥이 말한 ‘진정’(眞情)이 마구 피어날 것 같아 저는 이 드라마 정주행 들어가렵니다(아직 5회까지밖에 못 봤어요^^;). 드라마 볼 때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저이기에 곧 다 봅니다. 중간에 또 이옥과 함께 찾아올 테니 그동안 『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는다』를 읽으시며 기다려 주시길!! 오늘 제대로 이야기 못한 여림(女林) 용하와 걸오(桀午) 재신 이야기도 해야지요^^.  



_편집자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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