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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편집자 k의 드라마 극장

별은 내 가슴에… 아니 아니, <별에서 온 그대>가 내 가슴에…

by 북드라망 2014. 1. 29.

별은 내 가슴에… 아니 아니, <별에서 온 그대>가 내 가슴에…




1609년 음력 8월 25일, 아침부터 강원도 곳곳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간성군(지금의 고성군), 원주목, 강릉부에서는 사시(巳時)에 구름 한 점 없는 쨍쨍한 가을 하늘에 갑자기 어떤 물건이 하늘에 나타났다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어 오시(午時)에는 춘천부의 하늘에서 화광(火光)과 함께 나타난 큰 동이와 같은 것이 동남쪽에서 생겨나 북쪽으로 사라졌는데 역시 천지를 진동시키는 소리를 동반했다고 합니다. 미시(未時)에 양양부의 김문위라는 사람의 집의 뜰에서 일어난 이 일련의 기현상에 대한 서술은 더욱 구체적입니다.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갑자기 세숫대야처럼 생긴 둥글고 빛나는 것이 나타나, 처음에는 땅에 내릴 듯하더니 곧 1장 정도 굽어 올라갔는데, 마치 어떤 기운이 공중에 뜨는 것 같았습니다. 크기는 한 아름 정도이고 길이는 베 반 필(匹) 정도였는데, 동쪽은 백색이고 중앙은 푸르게 빛났으며 서쪽은 적색이었습니다. 쳐다보니, 마치 무지개처럼 둥그렇게 도는데, 모습은 깃발을 만 것 같았습니다. 반쯤 공중에 올라가더니 온통 적색이 되었는데, 위의 머리는 뾰족하고 아래 뿌리 쪽은 짜른 듯하였습니다. 곧바로 하늘 한가운데서 약간 북쪽으로 올라가더니 흰 구름으로 변하여 선명하고 보기 좋았습니다. 이어 하늘에 붙은 것처럼 날아 움직여 하늘에 부딪칠 듯 끼어들면서 마치 기운을 토해내는 듯하였는데, 갑자기 또 가운데가 끊어져 두 조각이 되더니, 한 조각은 동남쪽을 향해 1장 정도 가다가 연기처럼 사라졌고, 한 조각은 본래의 곳에 떠 있었는데 형체는 마치 베로 만든 방석과 같았습니다. 조금 뒤에 우레 소리가 몇 번 나더니, 끝내는 돌이 구르고 북을 치는 것 같은 소리가 그 속에서 나다가 한참 만에 그쳤습니다.” 


미확인비행물체에 대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은 여기까지입니다만, 스토리텔링은 끝이 없잖습니까. 해서 1609년, 마른하늘에 갑자기 나타난 호리병 또는 동이 같은 것에서 똑 떨어져 나온 외계인이 2013 겨울, 우리 앞에 정체를 드러냈으니 그의 이름은 바로 도·민·준(아, <올드 미스 다이어리> 이후 근 10년 만에 연하남을 보고 가슴이 떨리네요+_+)! 참, 드라마 제목은 <별에서 온 그대>구요.^^
 

총 20부작으로 12회까지 방영된 지금, 시청률이 30%에 가까운 상태니 자세한 줄거리 설명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혹시 오해가 있으실까 싶어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 드라마를 스토리에 공감해서 보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요즘 <별자리 서당>을 편집 중이라 도대체 별이 무엇인가, 별은 어떤 곳인가가 궁금하여 이 드라마를 보는 것뿐이라고 말씀드리면, 여러분들은 저에게 ‘븅자년 죽빵’을 날리시겠지요, 흑. 저를 이 드라마에 빠져들게 한 것은 이 드라마의 백미 ‘에필로그’! 군대를 24번이나 갔다왔다며 ‘신미양요 때 군대 가봤었냐’고 정색하는 외계인(+ 그의 수트발…하하 발그레)에 빠져 가능한 본방 사수를 하려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또 중간중간 등장하는 도민준의 조선시대 회상 신도 이 드라마를 본방 보고, 재방 보고, 재방 또 보게 되는 이유입니다(어쩌다 보니 대개 회당 세 번은 보게 되지 뭡니까;; 8회의 음주승마 장면은 정말 최고 최고!!)


조선시대 친구들이 준 혼돈주(지금의 폭탄주)를 마신 도민준은 술에 취해 초능력을 마구 사용하게 되고, 사람들은 도깨비가 나타났다며 도망을 가죠. 마지막에 나온 음주 승마 장면에서는 정말 빵 터졌습니다. ㅎㅎㅎㅎ


 

그렇게 열심히 보다 보니, 얼마 전엔 글쎄 허준 선생을 뵈었지 뭡니까!(+_+) 드라마에서 허준 선생은 비소에 중독된 도민준(당시에는 이 이름이 아니었을 겁니다;;)을 치료해주게 됩니다. 그리고 여차저차해서 자신이 다른 별에서 왔다는 것을 고백하게 되는데요. 이때 바로 저희 북드라망의 독자님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할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이 나옵니다(아흑! 검색어에 올라야 했던 것은 통즉불통인데 검색어에는 박영규 허준만 흑). 인체는 음양오행과 통하며 천지와 상응하지 못하면 생명이 유지될 수 없다, 천지의 기운이 통하지 않는 이곳에서 선비님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며, 외국인도 아닌 외계인의 몸까지 걱정하셨던 허준 선생님이 다녀가시자 저는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도민준은 ‘외계人’이라기보다 ‘非생명체’였다는 걸요.  


이 맥이 이러면 안되는데? 허준 선생님을 놀라게 만든 환자! ^^



400년간 한 여자를 잊지 못했다는 건 멜로드라마니까 당연히(?)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것일 테지만, 그동안 늙지도 죽지도 않았다는 것, 즉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는 것(물론 신분은 빼고요)은 그를 ‘살아 있는’ 상태라 할 수 없었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은 ‘생장수장’(生長收藏)이라는 삼라만상의 주기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해서 음양오행은 물론 천지의 기운과도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그는 자신 외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것은 인간과 타액이 섞이면 그 길로 앓아눕게 되는 그의 ‘타액 알레르기(?)’로 증명됩니다. 달리 말하면 그는 남의 침조차 받아들일 수 없는, 초능력은 있으나 변화를 받아들이는 면역력은 없는 존재입니다(그런 점에서 의외로 우린 참 위대하죠? 남들이랑 밥 먹고, 뽀뽀를 해도 멀쩡한 것은 물론 더 건강해지기까지 하니까요 ㅎㅎ).
 

그랬던 그가 조금씩 면역력을 키워갑니다. 천송이에게 집도 내주고, 옷도 내주고, 입술도 내주면서(사실 뭐, 내주었다기보단 자기가…… 흠흠) 자기 별로 돌아갈 준비 대신 생명이 되어 가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면역력(이란 걸 그는 모르지만)이 생기면서 초능력이 줄어드는 상태에 대해, 도민준 자신은 허준 선생이 말씀하셨던 한계치가 왔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막 새로 태어난 것이니 당연한 결과겠죠. 이제 그는 비록 우리와 같은 ‘사람’은 아닐지라도 ‘생명체’로서 그 나름의 순환의 스텝을 밟아나가게 될 것입니다. 타액으로 비유되고 있는 ‘관계’들과 섞이게 되면서 그 역시도 시절인연을 타고, 생로병사를 겪게 되겠지요. 그리고 결국 자기 별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드라마 속에서 말한 2개월 후가 될지, 천송이 등과 함께 ‘여러 겁을 겪고’ 난 후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말입니다. 다만 400년 전처럼 UFO 같은 거창한 걸 타고는 말고, 아주 자연스럽게 돌아가면 좋겠습니다. 이렇게요.


“착한 사람은 죽어서, 그날 밤 아무도 몰래 혼자 저 하늘로 올라간단다. 다시 별이 되려고 말이여.”(임철우, 『등대』)


기왕 이렇게 된거(응?) 도매니저도 자연스럽게,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게 되면 좋겠습니다. 후후;;



덧붙이는 말 설마 지금 도민준 죽기를 바라는 것이냐며 저에게 븅자년 죽빵을 날릴 준빌하고 계시는 것은 아니시겠지요? 그러실 때가 아닙니다. 내일(1/30) 결방한대요(ㅠ_ㅠ). 지금은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결방 결사반대를 외쳐야 할 때지요. 명절인 것도 괴로운데, <별 그대>도 못 보다니……. 그래도 북드라망 독자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편집자 k


*군대 에필로그는 영상으로 직접 만나보시죠! (사심어린 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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