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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 이야기 ▽/청년 주역을 만나다

[청년주역을만나다] 내 몸 받아들이기

by 북드라망 2021. 5. 11.

내 몸 받아들이기

 

天雷 无妄   ䷘

六二, 不耕,穫 不菑,畬 則利有攸往

육이효, 밭을 갈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거두며 땅을 묵히려 하지 않았는데도 옥토가 되니, 나아갈 바가 있는 것이 이롭다.

 

천뢰무망 괘라고도 하고 진실무망이라고도 하는 이 괘는 진실의 괘이다. 거짓 없이 올바름을 굳게 지키는 것이다. 이 괘는 건괘가 위에 있고 진괘가 밑에 있는 모습이다. 건괘는 하늘을 뜻하고 진괘는 우레를 뜻한다. 그렇다면 하늘 아래에서 우레가 치는 모습이니 하늘의 뜻에 맞춰서 움직이는 것이 천뢰무망인 것이다. 하늘의 뜻에 맞춰서 움직인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이치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사계절이 자연스럽게 순환하듯이 말이다.

 


나는 천뢰무망에 있는 육이효가 제일 인상 깊었다. 육이효는 보기만 하면 아무런 과정도 없이 쉽게 무언가를 얻는 것처럼 보인다. 뭔가 불공정하다고 느껴지지만 사실 이것은 우리들이 제일 바라고 있는 것들 중 하나다. 힘을 쓰지도 않고 어떠한 이익이 나에게 그냥 떨어지는 상상을 많이 해보지 않았는가? 하지만 육이효는 이치에 따라 살아가면서 저절로 얻게 되는 것들을 말하는 것이다. 아기는 처음에는 누워 있을 수밖에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어 다니게 되고 나중에는 일어나고 마지막에 걸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이익들을 빨리 얻고 싶어 한다. 인위적으로 살을 덧붙이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거짓된 망령이고 많은 청년들이 이런 거짓된 망령 속에서 살고 있다.

 

밭을 갈지 않았는데 수확하고, 1년 묵은 밭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는데 3년 묵은 밭이 된다는 것은 먼저 어떤 일을 조장하지 않고서, 그 일의 당연한 이치를 따르는 것을 말한다.(정이천, 『주역』, 글항아리, 528쪽)

 

일단 우리가 이치를 따라 얻은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보자. 얻은 것들은 정말로 많지만 제일 대표적인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의 몸이다. 사람들은 얼굴도 체형도 체질도 다 다르게 태어난다. 우리는 몸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잘 모른다. 많은 청년들은 태어나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눈으로 보는 것, 귀로 듣는 것, 손으로 잡을 수 있고, 발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의 몸에 만족하지 못한다. 나는 왜 키가 작을까? 난 왜 이렇게 눈이 작지? 나는 왜 이렇게 뚱뚱하지? 이런 결핍들이 우리 주위에 맴돈다. 각종 미디어광고들도 한 몫 한다. 그러니 TV에 나오는 연예인처럼 되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한다. 즉 인위적인 의도를 가지고 자신의 몸에 무언가를 덧붙이는 것이다. 단백질 보충제를 먹어가면서 만드는 과도한 근육, 눈을 키우거나 턱을 깎는 성형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행동들을 하는 이유는 남에게 잘 보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쉽게 말해서 짝짓기 경쟁이다. 우리들 안에 있는 성욕이 반 자연적인 행동으로 이끌고 있다. 우리는 이런 일들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다. 결국에는 자신을 해친다는 것을 모르고 말이다.

그렇다면 몸의 자연스러운 이치를 따르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그대로 살아가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동의보감』 에서는 얼굴에 있는 7개의 구멍을 칠규라고 한다. 이 구멍들은 몸의 안과 밖을 연결시켜주는 창이다.(고미숙,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북드라망, 279쪽) 눈은 간과 이어져있고 코는 폐, 귀는 신장, 입과 입술은 각각 심장과 비와 연결되어 있다. 즉 오장육부의 기운에 따라 얼굴 생김새가 맞춰지는 것이다. 그런데 성형을 통해서 얼굴을 바꿔버리면 자신의 몸 안에 있는 기운들이 교란되어 버린다. 예를 들면 눈과 간은 이어져있는데 눈을 인위적으로 키워버리면 예쁘게 보일 수는 있어도 간기가 지나치게 소모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간에 문제가 생기고 간에 문제가 생기면 눈까지 영향을 끼친다. 그러니 자신의 모습을 인위적으로 고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다.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바른 자세이다. 사람들은 오른손잡이가 있고 왼손잡이가 있다. 각자 자신이 편한 부위를 계속 쓴다. 그렇게 하여 오른손과 오른발만 계속 쓰다보면 몸은 당연히 그쪽으로 치우쳐진다. 그렇게 된다면 고관절이나 골반 같은 뼈들이 틀어지고 몸 안에 있는 장기들도 그만큼 눌리게 된다. 이런 것 또한 몸의 균형이 깨지는 것이다. 즉 몸의 자연스러운 이치란 자신의 몸(얼굴)을 받아들이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인 것 같다.

 


고등학생일 때 나의 몸은 균형이 엉망이었다. 키만 크고 말랐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불안정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택견을 제대로 시작했다. 택견을 하다 보니 나의 몸은 점점 택견의 몸으로 변해갔다. 택견에 필요한 근육들이 내 몸에 생기기 시작했고 몸이 점점 좋아졌다. 그러더니 어느새 몸무게가 늘어나고 나의 몸은 어느 정도 균형이 잡혀있었다. 여기에는 어떤 의도가 들어가 있지 않았다. 택견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이 바뀐 것이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무망하는 것이지 않을까?

 


글_김지형(감이당 주역스쿨 토요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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