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겐 자연이 잘 어울린다
나는 마케팅 용어로 사용 되는 '자연주의', '천연' 같은 말들을 싫어한다. 아니, 그걸 넘어서 혐오한다. 인간을 포함해 자연스럽게 태어난 모든 걸 망쳐 놓고선 먹고 마시고 바르는 것들은 '안전한' 자연적인 걸 쓰겠다는 그 뻔뻔스러움에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아서다. 아이에게도 자연적인 것만 골라 입힌다거나 먹인다거나 하지 않는다. 그냥 자연스럽게 도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입히고 먹이는 편이다. 그래서 전혀 의식을 못했다. 아이가 얼마나 자연적인지, 비-인간적인지 말이다.
이번주 초에는 강원도 함백, 고미숙 선생님의 고향 마을에 다녀왔다. 겹겹이 산으로 둘러싸인 그야말로 산골이었다. 몇걸음만 가면 흙을 밟을수 있고, 그렇게 몇결음만 가면 물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 환경이 아이에게 얼마나 잘 맞는지 깜짝 놀랐다. 아이는 내내 뛰어다녔고, 처음 오는 곳임에도 금방 경계를 풀고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녔다. 부러진 나뭇가지가 장난감이 되고 흙바닥이 스케치북이 되는 곳. 문득 도시를 떠나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이곳에도 세븐일레븐이 있는걸 보고 금세 제정신이 돌아오기는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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