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커트 보니것, 『그래, 이 맛에 사는거지』 - 각자에게 알맞는 것

커트 보니것, 『그래, 이 맛에 사는거지』

- 각자에게 알맞는 것




내가 처음 '내' 컴퓨터를 갖게 된 때를 떠올려 본다. 삼성 그린 컴퓨터였던 것 같은데, 그것은 정말이지 '인생의 사건'이었다. 괜히 교과서(『국사』책이었던 것 같다)를 타이핑해보기도 하고, 오래된 비디오를 컴퓨터에 연결해서 주성치 영화들을 보기도 했다. 그것만으로도 꿈 같은 일이었는데, 진짜 꿈 같은 일은 '모뎀'을 달고난 다음에 이루어졌다. 전화선이 꽂힌 컴퓨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구, 부산, 광주, 울산 등등에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것도 꿈 같은 일이었지만, 전화비 20만원(20년 전 20만원은 지금 20만원과 무게감이 다르다)이 청구된 것이 진짜 꿈 같았다. 꿈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여하튼 그렇게 나는 컴퓨터가 원하는 일을 착실히 해냈다. 지금까지도 그런다. 새 CPU가 나오면 어쩐지 두근거리고, 신형 맥 출시가 임박하면, 역시 또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교양 있고 마음씨가 따뜻했던 아버지를 만난 덕에 컴퓨터를 좋아하기만 할 뿐, 거기에 '중독'이 되거나 그런 적은 딱히 없었다. 마음껏 컴퓨터를 가지고 놀게 해주기도 하셨고, 딱히 제지를 하지도 않으셨지만, 그와 동시에 컴퓨터 없이 노는 일(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들이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지는 순전히 아버지에게 배운 것들이다. 그런 것들을 배운 덕에 이나마라도 삶에 두께감이 확보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요즘들어 자주, 이런저런 결정의 순간들에 아버지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교양있고, 마음씨 따뜻한 사람'이 되자. 교양은 어느 정도 된 것 같은데…, 따뜻해지기만 하면 될 일이다.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 10점
커트 보니것 지음, 김용욱 옮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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