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노력이다
남녀 간의 사랑도 욕망의 정도를 조절해야 하나요?
질문 : 남녀 간의 사랑도 400백만 원까지만 해야 되고, 500백만 원은 하면 안 되는게 있나요?
스님 : 남녀 간의 사랑은 전적으로 노력이에요. 처음에는 그것이 욕망으로 발생해요. 우리가 첫 눈에 반한다고 하죠. 그건 보통 우리의 후각세포가 그 사람의 냄새를 좋아하는 거예요. 그 이유는 저 남자하고 나하고는 면역세포의 종류가 다른 것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예요. 사람마다 한 1억 개 정도의 면역세포가 있어요. 그런데 둘이 똑같은 1억 종류를 가지고 있으면 그 남자의 냄새는 역겨워요. 그런데 2천만 개만 똑같고 8천만 개가 다르면 냄새가 좋게 느껴져요. 그럼 그 냄새에 의해 첫 눈에 반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 면역세포는 나하고 아무 상관이 없고, 후손한테 상관있어요. 첫 눈에 반하느냐 아니냐는 후손을 얼마나 건강하게 낳을 수 있는 상대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 이건 남성한테는 해당이 안 되고 여성한테 해당되는 거예요. 그런데 가장 좋은 임신기는 이팔청춘 지나서 얼마동안이죠? 그 시간이 지나고 난 다음부터는 그런 끌림이 안 일어날 수 있어요. 애기를 낳은 다음에는 기본적으로 애한테 쏠리도록 신경이 흘러가는 거예요. 그래서 몇 년 지나고 나면 그런 떨림이 일어나지 않아요. 이때부터는 상대를 좋아하는 심리훈련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그냥 좋아지는 법이 없어요. 그래서 사랑은 잠시의 떨림과 끊임없는 연습이지 절대로 네가 좋아지지 않는 거예요.
그리고 또 엄마들이 딸의 남자친구의 통장 잔고가 얼마인지 보잖아요. 지구상의 거의 모든 암컷들은 통장 잔고를 봐요. 참새도 보고, 들쥐도 보고, 너구리도 다 봐요. 들쥐가 냄새를 맡아서 호감 가는 수컷 쥐들을 열 마리 두고, 이 암컷 쥐가 누구하고 가족을 맺는가 조사했더니, 열 마리 중에서 먹이를 제일 잘 물어오는 놈과 맺었어요. 왜냐하면 암컷들이 애기를 배면 어떤 것들은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아무 먹이활동도 하지 않아요. 그때 수컷들이 먹이활동을 하지 않으면 굶는 거죠. 바꿔 말하면 잘 먹이를 물어 오는 게 통장 잔고 있는 거랑 똑같은 거예요. 그래야 내가 벌이를 하지 않을 때도 나와 애기가 살 수 있다는 것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동물들 중에서도 거짓말을 하는 수컷이 있어요. 선물 보따리를 줘서 부부의 연을 맺는데 그걸 열어보면 아무것도 없어요. 풀 같은 걸로 포장지만 그럴싸하게 해서 주는 거죠. 왜냐하면 그 수컷은 마음이 쏠려도 이 안에 든 것이 없으면 인연을 못 맺으니까. 그래서 속이는 거예요. 사람도 속이는 사람 많잖아요. 특히 중매해주는 사람은 반은 거짓말을 해야 되는 거지요.
어쨌든 잠깐의 떨림으로 일생을 살아갈 것으로 착각하지 마시고. 2, 3년 지나고 난 다음부터는 온전히 연습이에요. 내가 기술적으로 연습해서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만들지 못하고, 사랑이 연습을 통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모르면, 도저히 일어나지 않는 일들을 기대하면서 자기가 괴로워지는 거예요. 동물들도 암컷이고 수컷이고 다 바람피워요. 사람만 그러는 게 아니에요. 처음에 만났던 마음의 쏠림 가지고 나중에 상대가 변했다고 ‘네가 이럴 수 있느냐’ 이렇게 하는 건 바보 같은 말을 하는 거예요.
에리히 프롬은, 나는 책은 읽어보지 않았습니다만, 책 제목 자체가 ‘사랑의 기술’이에요. 사랑은 기술을 통해서 연마되는 것이지, 그냥 생기는 게 아니에요. 만 명이나 십만 명 중에 하나 연습 안 해도 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죠. 그런 사람들은 예외에요. 그 사람들이 표준이 아니에요. 그걸 꿈꾸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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