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 이웃이 본 백수들
『청년백수 자립에 관한 한 보고서』에는 공부 외에도 청년들의 다양한 활동이 소개되고 있는데요. 1년 공부를 마치고 한 달 동안 떠날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팀, 시즌별로 ‘신입이’를 모집하는 <나는 백수다> 프로그램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홍보팀, 그리고 <백수다>는 물론 연구실과 주변의 인정물태(?)를 살피는 기자단이 있었습니다. 모두들 활약이 대단했지만 특히 기자단은 L모 청년백수의 주식빚 200만원을 단독보도(?)하여 특종을 터뜨렸을 뿐 아니라 그 빚을 후딱 상환케 한 쾌거를 이루기도 했지요(자세한 내용은 본문 218~220쪽 참조). 해서 오늘은 ‘백수 기자단’의 또다른 활동을 직접 보여 드릴까 합니다(감이당의 감성블로그에서 데려온 글이니 물론 고기 가셔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 속 백수가 누굴까… 책을 보며 한번 ‘찍어’ 보는 것도 재미있겠지요?^^
아마도 이런 모습으로 필동을 활보하고 다닐 백수들, 과연 필동 주민들은 이 '백수'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사진은 『청년백수 자립에 관한 한 보고서』, 165쪽)
추신: 뉴스레터 깜짝 이벤트, ‘백수’ 이행시 짓기 당첨자를 오늘 발표하려 하였는데… 100% 무응답의 응답을 받았습니다(응?). 다음에 새로운 이벤트로 다시 뵙겠습니다. 흠흠.
연구실이 터 잡고 있는 중구 필동. 서울의 한복판인 이곳은 충무로역에서 넉넉잡아 20분 정도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부지런히 걸어 올라오는 동안 길에서는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왁자지껄한 중국 관광객들을 비롯하여 바삐 움직이는 회사원과 대학생들, 능수능란한 인쇄소 아저씨들까지. 그렇게 이런저런 사람들을 스쳐 꼭대기까지 올라오면 비로소 사람 사는 동네 필동에 이른다. 산자락 밑의 고요한 동네 분위기 느끼고 있자면 여기가 정녕 서울의 중심부인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마주치는 필동 주민들. 이 동네에서 2년 째 기거하다보니 오며가며 낯이 익은 얼굴들이 많다. 하지만 여태껏 말 한마디 나눠 본 적이 없다. 이분들은 우리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을까? 매일 아침 편한 복장으로 나타나고, 밥시간만 되면 우르르 몰려다니고, 때때로 무슨 주문 같은 것을 중얼거리는! 과연 동네 주민들의 눈에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까? 혼자서는 도무지 풀 수 없는 궁금증이기에 그들을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TG스쿨과 베어하우스 올라가는 길에 있는 ㅇㅇ슈퍼! 가끔 군것질을 하기위해 들린 백수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신다는 제보를 듣고 찾아가보았다.
백수1 : 안녕하세요~ 아이스크림 뭐 먹을래? 난 스크류바!
백수2 : 비비빅이요ㅋ 얼마에요?
아주머니 : 1400원이요~
백수2 : (돈을 건네드리며) 저, 말씀 좀 여쭤 봐도 될까요?
아주머니 : ??
백수1 : 골목 들어가는 길에 있는 인문의역학연구소 아시죠? 저희가 거기서 공부하고 있는데 간단하게 글 쓸게 있어서 동네 분들 인터뷰하고 있어요. 가능할까요?
아주머니 : 네... 뭐
백수2 : 저희가 어떤 공부를 하는지 아시나요?
아주머니 : 인문학? 자세히는 몰라요.
백수2 : 저희가 무더기로 다닐 때 어떻게 보였나요?
아주머니 : 뭐 어떤 학교가 분교 되어가지고 공부하는 거 아니여?
백수1 : 아, 그렇게 생각하셨구나.
백수2 : 학교 분교는 아니고요. 그냥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따로 모여서...
아주머니 : 종교를 떠나서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배우는 걸로 아는데.
백수2 : 맞아요!!
백수1 : 혹시 저희가 지나다닐 때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아주머니
: 아니 뭐 공부하는 거야 좋게 보이죠. 노는 사람 다르고 공부하는 사람 다른 건데. 젊은 사람은 젊은 사람대로 열심히들 하네,
그러고 내 또래에 공부하는 사람 있으면 ‘저 나이에 성취를 위해 가정생활하고 또 와서 열심히들 저렇게 공부하는구나.’ 싶죠.
좋게 보이던데, 처음에는 종교 시설인지 뭔지 싶어서 궁금했지. 그래서 (연구실 사람들한테) 여러 번 물어봤던 거에요.
하하. 역시 우리가 누군지 궁금해 하셨구나!!
내친김에 밥 먹으러 갈 때마다 우리에게 관심의 눈빛을 던져주는 아저씨들을 인터뷰 해보았다.
이 빌딩 바로 뒤에 감이당과 남산강학원이 있는 깨봉빌딩이 있다. 밥을 먹으러 갈때마다 이 곳에서 아저씨들의 뜨거운 눈빛을 느끼곤 했다.
백수2 : 혹시 일하시다가 이 길로 오고가는 저희 같은 친구들 보신 적 있으시죠? 막 무더기로 몰려다니고요~
회사 직원 분: 네네
백수1 : 저희가 깨봉빌딩에 있는 연구소에서 취재를 하러 왔는데요~ 가끔 담배 태우시거나 일하시다가 지나다니는 저희를 보면서 혹시 뭐하는 사람들인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회사 직원 분 : 아.. 저, 제가 피곤해서 잠깐 앉아있던 건데요. 다른 분한테 물어보시겠어요?
백수2 : (하하)네~ (다른 곳에 있는 직원 분께 다가가며) 안녕하세요! 옆에 깨봉 빌딩에서 기사 작성 때문에 취재 왔는데요 ~ 밥시간 때 저희 같은 옷차림을 입고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혹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고 계시나요?
회사 다른 직원 분 : (웃으시며) 잘 모르겠는데요~ 저도 살기 바뻐서....
백수1 : 아 ~ 모르셨어요? 점심때 마다 지나가면 항상 관심 가져 주시는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회사 다른 직원 분 : (우리가 지나가는 길을 가리키며) 여기 앉아 가지구요. 볼 때가 여기 밖에 없어요.
그렇다, 건물의 맞은편은... 그저 산 뿐! 볼 때가 여기 밖에 없는 것이었다!
백수2 : 아;; 그럼 깨봉빌딩에서 저희가 무엇을 하는지 아시나요?
회사 다른 직원 분 : 인문학 공부한다고 들었어요.
백수1 : 어떻게 아셨어요?
회사 다른 직원 분 : 같은 건물에 있으니까, 인문학 공부한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죠~
백수1 : 그럼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회사 다른 직원 분 : 그냥 배우러 다니는구나~ 배우는 게 나쁜 건 아니니까요~
아! 이제서야 우리가 받던 관심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번에는 TG스쿨 옆에 있는 회사를 취재해보기로 하였다. 출퇴근 하실 때 TG스쿨을 힐끔 보는 걸 여러 번 봤기 때문이다.
백수3 : 안녕하세요~~
회사 직원분 : 네, 어떻게 오셨어요?
백수3 : 뭐 좀 여쭤 봐도 될까 싶어서요. 여기 올라오는 길에 건물 하나 있잖아요. 혹시 아시나요? TG스쿨이라고...
회사 직원분 : 네네
백수3 : 거기 있는 사람인데 저희가 글 쓸 게 하나 있어서요. 이웃 분들이 저희를 어떻게 보시나 해서 몇 가지 질문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회사 직원분 : 네네
백수3 : 혹시 제가 있는 데가 뭐하는 곳인지 아시나요?
회사 직원분 : 아니요, 모르겠어요.
백수3 : 공부하는 곳인지도?
회사 직원분 : 그것도 모르겠어요. 그냥 팻말보고 연구소인가보다 했죠. 그냥 좀 특이 했어요. 주로 낮에 근무 안하고, 주말에는 사람이 많고. 그래서 일반 회사는 아닌 거 같았어요. 주로 저녁이나 주말에 많이 나오죠? 우리 근무할 때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지 않고 퇴근할 때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백수3 : 어떻게 보였나요?
회사 직원분 : 특이하다. 뭐하는 곳일까? 안 그래도 궁금했어요.
백수3 : 저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주변 분들은 모르는 거 같아서..
회사 직원분 : 그렇죠. 모를 수밖에 없죠. 설명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고 보니 백수인 우리들의 시간 감각은 조금 다르다. 오늘이 평일인지, 주말인지보다 세미나가 있는 날, 없는 날로 요일을 인식했고 출퇴근 시간보다 밥 먹는 시간이 소중하니까ㅋㅋㅋ
마지막으로 동네 주민 분들 중 제일 친근한 장금성 할머니를 만나보았다.
백수3 : 할머니~~ 저희들 옆에(TG스쿨) 위에(장금성) 살고 계신데 어떠세요?
장금성 할머니 : 나야 좋지! 조용하지, 필요하다고 하면 도와주지, 여기 청소 다 하지. 아 그 거기 키 큰 애 하나 있잖아, 머리 짧고. 걔 마당 쓰는 거 보니까 기똥차게 쓸더구만. 내가 여기서 가만히 보고 있었는데 정말 꼼꼼하게 쓸더라구, 그래서 내가 속으로 ‘저것도 성격이구나’ 하면서 칭찬을 했어.
설마 이 분?
장금성 할머니 : 그래, 맞어ㅋㅋ 그리고 1층은 요새 뭘 맨날 소리내서 읽고 그러던데?
백수3 : 낭송 말씀하세요?
장금성 할머니 : 그래 낭송. 그거 재밌던데, 공자왈 맹자왈 뭐 별걸 다해. 근데 나는 듣고 있으면 너무 좋아. 그래서 내가 우리 아가씨들한테 맨날 하라고 그랬어~
백수3 : 저희가 무슨 공부하는지는 아세요?
장금성 할머니 : 인. 생. 철. 학. 작년에 지붕 공사한다고 아저씨가 왔는데 물어보더라고, 저기는 뭐하는 곳인데 학생들이 들락날락 거리느냐고. 그래서 인생 공부 시키는 곳이라고 하니까 좋다는 거야. 그런 곳이 있다니 얼마나 좋으냐고. 자기가 아는 사람 중에 못된 사람이 하나있는데 그 사람을 여기로 보내서 사람 만들어야겠다고 하더라고(허허허) 아주 좋은 데야. 잘 왔어~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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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터뷰를 통해 동네 주민 분들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지만 이미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니ㅋ 직접 이야기를 나눠어서 그런지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소통의 기회가 생기길 바라며~ 끝!!
글_봄봄(청년백수 공자프로젝트 <나는 백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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