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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20

[약선생의 도서관] "그 한 부분에 머리를 내던져 적어도 금이라도 가게 하자" 전락의 훈련, 철저한 제로 - 나쓰메 소세키의 『갱부』 - 소세키의 강연 중 「문예의 철학적 기초」라는 제목의 강연이 있다. 이 강연은 마흔 살이 된 소세키가 동경미술학교 문학회 개회식에서 진행한 것이다. 강연이라지만 요즘 같은 그런 대중 강연은 아니었던 듯하다. 강연 내용에는 만만치 않은 논리들이 촘촘하게 스며들어 있다. 소세키 입장에서도 그랬던지, 강연 후에 소세키가 녹취록을 정리하고 보니 들고 간 강연 원고보다 두 배나 긴 글이 되고 말았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오래전에 이 글을 읽을 때는 그리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아마 소세키 강연의 백미는 ‘자기본위(自己本位)’를 묘파한 「나의 개인주의」이지 않느냐하는 편견 아닌 편견이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모르겠다. 인간 인식의 불행은 집합적 대상의 어느 한.. 2016. 9. 6.
『한국의 근대성 소설집』, 문학을 읽었으면 떠나라! 『한국의 근대성 소설집』, 문학을 읽었으면 떠나라! “문학을 통해 근대를 만나고자 했던 이광수는 조선의 근대문학을 서구의 근대문학으로 수입하려 했다는 것. 그것은 이광수에게 있어 문학(리터러쳐)이란 이제까지의 문학(전통적인 문=학)과는 대척점에 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광수의 이러한 태도는 비단 이광수만의 시각이라기보다 근대 초기 계몽주의자들의 계몽담론에 대한 문학적 전개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과정에 다름 아니었다. 요컨대 이미 새로운 시대는 시작되었다. 새로운 시대가 저기에 ‘있다’. 문명의 길, 근대의 길, 이제 과제는 하루라도 빨리 저기 있는 이상(원본)으로서의 근대를 따라가는 문제였다는 것.”- 문성환 엮음, 『한국의 근대성 소설집』, 해제, 11쪽 ‘유럽’은, 그저 자신들이 살던 .. 2016. 7. 19.
문화의 추방자이자 이민자, 에드워드 사이드와 뉴욕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문화를 위하여 (1): 뉴욕과 에드워드 사이드 논쟁하기 좋아하는 싸움닭. 이것은 ‘뉴요커’에게 붙은 무수한 딱지 중 하나다. 뉴욕에서 직접 살아보니 이 이미지의 유래를 알 것 같다. 여기서는 논쟁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마저도 논쟁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뉴욕이 그토록 광고해대는 (그 놈의!) 다양성 때문이다. 다양한 인간들이 좁아터진 섬에 모여 살다보면 서로에 대한 오해와 몰이해, 잘난척이 어쩔 수 없이 생겨난다. 무지 자체는 괜찮다. 문제는 무지를 고집할 때다. 바로 그때 무지를 깨뜨리려는 자와 무지를 고수하려는 자 사이에 논쟁이 시작된다. 쿨하지 못해 미안한 이름, 문화 나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에 살 때는 과열된 애국심이나 유치한 반일 감정에 거리를 두며 나름 ‘쿨녀.. 2016. 4. 29.
박남준 시집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쫓기듯 사는 삶에 잠시 숨을 고르게 해주는 시집 ― 박남준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살다보면 일도 관계도 참 벅차게만 느껴질 때가 있다. 하루살이 인생처럼 허덕허덕 간신히 보내고 있거나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살얼음판 위를 달리듯 하는 때. 그러다 어떤 임계점 같은 곳에 다다랐을 때, 그러니까 달려도 달려도 맹렬히 쫓아오는 일의 기세에 더 이상 도망칠 의욕도 잃고 그냥 “날 잡아먹어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나를 팽팽하게 했던 모든 끈을 다 놓아 버리려 했을 때, 만난 시집이 바로 박남준의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실천문학사, 2010)였다. 박남준 시인은 지리산 자락 마을인 경남 하동 악양에 10여 년째 살고 있고, 그 이전에는 전북 모악산 자락에서 또 10여 년을 살았다고 한다. 그래.. 2016.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