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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스트로스22

교정(校訂)의 맛 교정(校訂)의 맛 오선민(인문공간 세종) 6월의 생명 찬가 모내기를 마친 6월의 들판을 보니, 싱그러운 씩씩함이 느껴진다. 이글이글 한여름의 열기와 우당쿵쾅 번개 돌풍의 충격도 예감된다. 어떤 뜨거운 시작이 다가온다. 이렇게 6월이 생기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막 교정지를 출판사로 보냈기 때문이다. 이제 책은 내 손을 떠나 그 자신의 탄생을 위해 걸어간다. 어떤 시련이 책을 기다릴 것인가? 전체 내용을 지탱해줄 문면(文面)의 디자인이라든가, 과감한 표정을 지을 겉표지의 모습이라든가, 인쇄소에서의 여러 공정과 생산-유통에서 발생할 일들도 궁금하다. 나에게는 설명하고 싶은 진실이 있었지만, 책이 통과할 세상의 진실은 다를 것이다. 그래도 소망하기를, 신화의 맛을 나누고픈 이 마음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한 .. 2023. 6. 27.
“어쩌면 나도 착해질지 몰라”— 인문학 입문 강의 ‘WHY & HOW 인류학’ 후기 “어쩌면 나도 착해질지 몰라” — 인문학 입문 강의 ‘WHY & HOW 인류학’ 후기 안녕하세요. 오늘은 인문학 입문 강의 그 두번째 시간, 오선민 선생님의 ‘인류학, 왜 공부해야 하나요?’와 ‘인류학,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강의 후기를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지난번 서양철학 강의 이후 저희 인문학 입문 강의의 입소문이 널리널리 퍼져서 요즘 제일 핫한 신인류(?) 신도시의 서준맘까지 강의를 들으러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오늘은 서준맘으로 빙의해 보겠습니다. 뿅! 짜라란~. (두 팔 앞으로 뻗고 주먹 쥐었다 폈다 하면서) 안녕, 안녕! 나 서준맘이야. 자기들, 내가 맨날 공구만 하는 줄 알았지? 나 진짜 속상해. 아무도 몰라. 민정이 언니 서정이 언니도 몰라. 내가 ‘공구’도 하지.. 2023. 4. 17.
[레비스트로스와함께하는신화탐구] 청소하기의 신화학 청소하기의 신화학 청소의 어려움과 두려움 청소는 무서운 일입니다. 치우고 돌아서면 또 치울 것이 나오고 어제 치웠어도 오늘 치워야 합니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고, 심지어 한도 없습니다. 멈추면 죽는구나, 하는 절박감을 주는 활동 중에 청소만한 것이 또 있을까요? 그런데 누구나 해야 하고, 죽기 직전까지 멈출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상 속에서 또 제일 부정되는 일이 청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반 일리치가 비판하듯 근대의 청소가 임금 노동의 보완물인 그림자 노동으로 되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내일 또 어질러져 있을 텐데 오늘 안할 수도 없고 아무리 해도 그 자체로는 어떤 의미도 가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청소는 무용과 허무라고 하는 무시무시한 어둠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직시하기가 두렵습니다. 청소.. 2022. 12. 19.
[레비스트로스와함께하는신화탐구] 먹-텔링(eat-storytelling)의 기원을 찾아서 먹-텔링(eat-storytelling)의 기원을 찾아서 먹는 이야기의 뿌리는 어디에? 아침을 먹는 와중에도 점심을 상상하고, 점심을 먹는 와중에도 간식을 고민합니다. 냉장고에 계란이며 두부며 잔뜩인데도 어쩐지 먹을 것이 없는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어쩌면 저는 하루의 대부분을 먹는 생각으로 채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저만 그렇지는 않나 봐요. 빨래 개며 티비나 좀 볼까 하고 리모콘을 켰더니 온통 먹는 이야기입니다. 깊은 시골에 들어가서 먹는 이야기(《나는 자연인이다》, 《삼시 세끼》), 회사원이 먹는 이야기(《고독한 미식가》), 먹을 것 놓고 게임하는 이야기(《지구오락실》) 등. 그런데 생각해보니, 요즘만이 아닙니다. 「헨젤과 그레텔」도 숲에서 간식 먹는 이야기고요, 백설공주도 사과 먹는 이.. 2022.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