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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2

혹시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쌍하다면? 저마다 괴로움 하나씩은 있는 법 위 속이 비어 있을 때는 도리어 굶주리는 백성을 생각해본다. 이들은 한 달에 아홉 번밖에 먹지 못하여 달력을 보아가며 불을 지핀다.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을 때는 도리어 멀리 떠난 나그네를 생각해본다. 이들은 만리 타향에서 십 년 동안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몹시 졸릴 때는 도리어 아주 바쁜 관리들을 생각해본다. 이들은 파루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고 물시계의 물이 다할 적에 닭 울음소리를 듣고 입궐했다가 서리 내린 새벽에 퇴궐한다. 처음 과거에 떨어졌을 때는 도리어 궁색한 유생을 생각해본다. 이들은 머리가 하얗게 세도록 경전을 궁구했지만 향시에 한번도 합격하지 못했다. 외롭고 적막함을 한탄할 때는 도리어 노승을 생각해본다. 이들은 인적 없는 산을 쓸쓸히 다니며 홀로 앉.. 2015. 2. 17.
정말 벗고서 글을 쓰라는 건 아니고… 다용도의 편집후기『누드 글쓰기』편 편집부 다용도 초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저의 싸대기를 쫘악 하고 때리고 지나가던 어느 날, 횡단보도 앞에서 뒹구는 낙엽(이었을까, 광고판에 붙어 있던 잘생긴 남자모델이었을까)을 보면서 문득 상념에 잠기는 임군. 회사에서 사고치고, 친구와의 약속은 미뤄지고 또 미뤄지고, 몸은 힘들고 잠은 안 오고, 텔레비전에서는 볼 만한 드라마도 안 하고(임군 삶의 질에 있어서 갱장히 큰 영향을 미치는…), 그렇게도 좋아하던 가라데 훈련마저 심드렁하게 임하게 되던 그 겨울의 어느 날. 그러니까 아, 여기서 나의 속(?)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몇 년 혹은 몇 개월 전에 내가 습관처럼 되돌아가곤 했던 우울과 부정의 정념에 사로잡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뜩 들던 어느 날. ‘사주’와 ‘누드’.. 2011.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