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3649 '나'를 '남'의 자리에 세우기 '나'를 '남'의 자리에 세우기 산(히말라야)을 오르는 내내 나는 지갑과 노트, 물병이 든 배낭 하나뿐이었다. 모든 무거운 짐은 셰르파가 짊어졌다. 가이드는 셰르파에게 하대(下代)를 했다. 그들의 관계가 조금씩 나를 변화시켰다. 아, 이 말엔 어폐가 있겠다. 정확히 말하면 나 스스로 변해갔다.‘나는 돈을 주고, 당신은 노동력을 주기로 했으니 계약에 따라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들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짜증이 났다. 폭력이나 폭언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감정을 거르지 않고 표현하기 시작했다.수십 년간 서울에서 썼던 문명의 가면을 이마 위로 올리는 데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셰르파는 상대하지 않았다. 미숙하나마 한국말이 통하는 가이드가 주된 대상이었다. 현지인들에게 던진.. 2018. 10. 10. 율라 비스, 『면역에 관하여』 - '자연'과 '부자연' 사이 율라 비스, 『면역에 관하여』 - '자연'과 '부자연' 사이 일단, 책에 관해 이야기 하자면, 재미있게 읽었다. 더불어, 이른바 '상식'으로 생각하고 있던 바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바로 그점이 '훌륭한 책'의 첫번째 조건 아닐까?) 이 책이 주는 영감은 비단, '면역'에 국한 되지 않는다. '면역'을 통해서 성, 인종, 체제에 이르는 지배적 상상력을 전복한다. 몸은 닫혀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온갖 세균과 바이러스들이 득실거리는, 말하자면 '공동체' 혹은 '공생체'다. 이른바 '현대사회'은 더는 쪼개지지 않는 '개인'을 기초로 구축된 곳이기 때문에 우리는 몸이나 마음을 생각할 때 '닫힌 모델'을 떠올리기 쉽다. 타자의 영향을 '나'가 선택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여기는 셈이다. 그.. 2018. 10. 8. 계절은 바뀌고 아기는 자란다 비정기연재 '아기가 왔다' 포토 에세이'아기가 왔다' 시즌1(바로가기) 연재 마감에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많은 줄로 압니다. 아직 아기의 어휘가 거의 제자리 걸음(겨우 의성어 몇개 합니다)인지라, 할 이야기가 좀 쌓이면 시작하겠다고 했던 시즌2를 시작하기엔 아직 무리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아기는 여전히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중이니, 간단히 사진 한장+짧은 글로 소식을 전할 수 있는 '포토에세이'를 그때그때 비정기 연재하려고 합니다. 재미있게 봐주셔요! ^^ 계절은 바뀌고 아기는 자란다 그 순간에는 이 시절이 도대체 언제 지나갈까 싶지만 지나고 나면 '벌써 이렇게 됐나?' 싶다. 육아와 계절이 그렇다. 우리 딸이 놀이터에 처음 출입하기 시작하던 무렵, 그는 눈높이 보다 약간 높이 있는 장애물을, 마치 다.. 2018. 10. 5. ‘관품(官品)’ 으로서의 사회 - 中 ‘관품(官品)’ 으로서의 사회 - 中 이른바 군(群)이라는 것은 사람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다. 부분에 정밀하지 못하면 전체를 볼 수 없다. 하나의 군[一群], 한 나라[一國]의 성립 역시 체용공능(體用功能)이 생물의 한 몸[一體]과 다름이 없어 크기의 차이는 있어도 기관의 다스림[官治]은 서로 준한다. 고로 인학(人學)은 군학(群學)으로 들어가는 문이다.─옌푸(嚴復), 「원강(原强)」(1895) ‘관(官)’의 의미 이는 스펜서의 ‘organism’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인 것처럼 보인다. 스펜서에게 유기체의 핵심은 단순히 부분이나 기관들로 나뉘어져 있다는 점보다 생명 그 자체의 특성인 성장한다는 점, 성장하면서 복잡해진다는 점, 복잡해지면서 부분들은 더욱 상호의존적이 된다는 점에 있었다. 그런 점에서 .. 2018. 10. 4. 이전 1 ··· 450 451 452 453 454 455 456 ··· 9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