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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7

글쓰기의 능력, 한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움직이는 일 글쓰기의 능력, 한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움직이는 일 글이란 뜻을 드러내면 족하다. 글을 지으려 붓을 들기만 하면 옛말에 어떤 좋은 말이 있는가를 생각한다든가 억지로 경전의 그럴듯한 말을 뒤지면서 그 뜻을 빌려 와 근엄하게 꾸미고 매 글자마다 엄숙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사람은, 마치 화공(畵工)을 불러 초상화를 그릴 때 용모를 싹 고치고서 화공 앞에 앉아 있는 자와 같다. 눈을 뜨고 있되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으며 옷의 주름은 쫙 펴져 있어 평상시 모습과 너무도 다르니 아무리 뛰어난 화공인들 그 참모습을 그려 낼 수 있겠는가.글을 짓는 일이라고 해서 뭐가 다르겠는가. 말이란 꼭 거창해야 하는 건 아니다. 도(道)는 아주 미세한 데서 나뉜다. (……)글을 짓는 건 진실해야 한다.이렇게 본다면, 글을 잘 짓고 .. 2018. 9. 7.
세포들로 이루어지는 유기체, 그리고 사회 - 下 세포들로 이루어지는 유기체, 그리고 사회 - 下 옛날 사람들은 심(心)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해혹자는 복부(腹部)에 있다고 하고,또 혹자는 두부(頭部)에 있다고 해서끝내 의견을 통일할 수 없었다.이는 인신(人身)의 생리(生理)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마구치 마츠고로(山口松五郞), 『사회조직론(社会組織論)』(1882)​ 세포설과 정치사상 세포설과 정치사상. 이 둘이 연관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보았듯이 스펜서의 논리는 바로 세포설이라는 당대의 자연과학적 사실로부터 개개의 시민들이 자율적인 유기적 사회를 도출해내고 있다. 생물에서는 감각을 갖는 세포와 그렇지 않은 세포로 나뉘지만, 사회유기체 내에서 세포에 해당하는 시민들은 모두 각각 감각을 갖는다. 이를 통해 .. 2018. 9. 6.
맹자와 그의 시대 맹자와 그의 시대 우연히 동양고전에 접속해서 지난 10년간 정말 빡세게 읽었다. 많이 배웠고,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고, 나름 바뀌었다.어쨌든 갈무리가 필요하다는 생각, 혹은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 공자님에게? 하하. 그럴지도.하지만 우선은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에게 그동안 떠들어댔던 말들을 공들여 주워 담아 전달해 보려 한다. 친구들이여, 잘 읽어주길! 1. 일(一) 세계에서 다(多)의 세계로 맹자를 이해하기 위해 『맹자』 밖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진리이다. 지구가 어떤 곳인지를 더 잘 알기 위해 달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달까. 그래서 맹자라는 인물과 그의 사상은 『맹자』라는 텍스트 안에서 만큼이나 『장자(莊子)』, 『한비자(韓非子)』, 『관자(管子)』, 『열자(列.. 2018. 9. 5.
삶이라는 ‘가르침’ 김명길, 『학교는 시끄러워야 한다』 삶이라는 ‘가르침’김명길, 『학교는 시끄러워야 한다』 필자의 말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0. 『학교는 시끄러워야 한다』는 봄에 읽은 책들 중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책이었다. 나이 든 교사가 교직 생활을 되돌아보며 쓴 수기라는 점에서는 『학교의 슬픔』과 같지만, 아이들은 프랑스 선생님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보다는 .. 2018.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