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하경(下經)의 시작, 남녀가 '교감'하는 택산함


통하고 싶으냐?
연애의 도(道)를 깨치라 – 택산함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눈이 소복이 쌓였다. 바람이 싸늘해지고 냉랭해지더니 이틀 사이 겨울의 한복판으로 성큼 다가선 것이다. 문득 기운을 느낀다는 것은 계절에 대한 감각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손발이 시리고 어깨가 움츠러들고,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종종걸음을 걷게 되는 감각. 뜨거운 어묵국물이 생각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가게에서 걸음을 멈추게 되는 감각. 겨울의 한복판으로 내가 함께 걸어가고 있는 이것이 자연과 교감하고, 감응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닐까?


허나, 우리는 어느 새인가 이 계절의 감각을 잃어버리거나 무디어져 버렸다. 하루 종일 실내에서 생활하고, 난방이 잘 되어 있는지라 겨울에도 반팔셔츠를 입고 지내기도 한다. 여름은 또 어떤가. 어디든 냉방을 빵빵 틀어놓아서 여름 무더위를 느낄 겨를이 없다. 이렇게 되면 몸의 감각은 겨울이 오는지, 봄이 오는지 무덤덤해진다. 계절에 대한 감각이 이러할진대 사람과 사람의 교감은 어떠할까? 계절을 감각하지 못하는 몸은 타인과의 교감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우리 몸은 열린 신체다. 몸은 기가 안팎으로 교류하면서 살아가도록 만들어졌다. 그 기가 교류하는 통로가 바로 우리 몸의 경락이다. 허나 어떤 연유로 그 통로가 막혀버리면 몸은 무력해진다. 몸이 가진 능동적 생기(生氣)가 사기(邪氣)로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사기로 휩싸인 몸은 타인과 기운을 교류하지 못한다.


만물은 하늘과 땅의 기운이 교감하여 생겨난 결과다. 천지가 감응하듯 남녀가 감응한다. 천지가 감응하여 만물을 생성하듯 남녀가 서로 교감하여 자식을 낳는다. 허나, 능동적 교류가 일어나지 않는 몸에서는 그 어떤 생성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세태를 감지한 것일까? 요즘 TV에는 가상 부부가 등장해 연애하는 법을 시연하고, 연애기술을 가르치는 프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단언컨대, 몸이 가진 능동적 생기, 천지만물의 교감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허나 몸은 교감능력을 잃어버린 채로 살 수 없다. 그러니 죽기살기로 몸을 아프게 해서 소통시키게 하거나, 연애기술을 배워서라도 길을 열어가려고 한다. 몸이 스스로 길을 내고 있는 셈이다. 그 길은 단연 생성의 길이다.


택산함괘는 이 생성의 길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음양의 결합, 곧 남녀의 결합과 조화를 상징한다. 함은 감(感)이라는 뜻이다. 음과 양이 서로 느낌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여 감응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교감하고 싶은 이들이여! 통하고 싶으냐? 여기 택산함괘를 보라.



택산함 괘사


咸 亨 利貞 取女 吉(함 형 이정 취녀 길)
함은 형통하니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 여자를 취하면 길하리라.

彖曰 咸 感也(단왈 함 감야)
단전에 이르길 함은 느낌이니

柔上而剛下 二氣 感應以相與 止而說 男下女(유상이강하 이기 감응이상여 지이열 남하여)
柔가 올라가고 剛이 내려와 두 기운이 느껴 응함으로써 서로 더불어 그쳐서 기뻐하고, 남자가 여자에 아래함이라(내려옴이라).

是以亨利貞取女吉也(시이형이정취녀길야)
이로써 ‘亨利貞取女吉’이니라.

天地 感而萬物 化生 聖人 感人心而天下 和平(천지 감이만물 화생 성인 감인심이천하 화평)
천지가 느껴서 만물이 화생하고 성인이 인심을 느껴서 천하가 화평하나니

觀其所感而天地萬物之情 可見矣(관기소감이천지만물지정 가견의)
그 느끼는 바를 보아 천지만물의 실정을 볼 수 있으리라.

象曰 山下有澤 咸 君子 以 虛 受人(상왈 산하유택 함 군자 이 허 수인)
상전에 이르길 산 위에 못이 있는 것이 함이니, 군자가 이로써 비움으로 사람을 받아들이느니라. 


하경의 처음 택산함괘

주역(周易)은 총 64괘를 상·하경으로 나눈다. 상경 30괘, 하경 34괘. 상경은 하늘의 도(道)이기 때문에 하늘괘, 중천건과 땅괘, 중지곤을 맨 먼저 놓았다. 반면 하경은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이므로 남녀가 만나 교감하는 함괘를 맨 먼저 놓았다. 그 다음이 남녀가 부부가 되어 가정을 꾸리는 항괘다. 이로써 보건대,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것으로부터 인사가 시작됨을 알 수 있다.


택산함괘는 상괘는 위가 끊어진 태상절 못괘(☳)이고, 하괘는 위가 이어진 간상련 산괘(☶)이다. 못은 택(澤)이 되고, 산은 산(山)이 되니 택산함(澤山咸)이 된다. 헌데 함은 ‘다 함(咸)’자인데 ‘느낄 함(感)’을 뜻하기도 한다. 택과 산이 어떤 이치로 느낀다는 뜻이 되었을까? 하늘의 기운은 산을 통해 내려오고 땅의 기운은 못을 통해 올라간다. 그러니 택산을 통해 천지의 기운이 서로 교류한다. 이런 이치로 산택통기(山澤通氣)하여 느낀다는 함이 된 것이다.


이것은 괘가 응하는 것으로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상육은 음(陰)이라 내려오기 좋아하고, 구삼은 양(陽)이라 올라가기 좋아한다. 상육이 자기 짝인 구삼과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가장 위에 있는 괘가 음양정응(陰陽正應)을 하고 있으니 그 아래에 있는 초육과 구사가 짝을 이루고, 육이와 구오가 짝을 이룬다. 모든 음과 양이 각각 짝을 이루어 전체가 조화를 이루었으니 마치 쌍쌍파티가 일어난 격이다. 이것을 몸적으로 풀이하면 수(水)는 올라가고 화(火)는 내려오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이 잘 이루어지니 아래 위의 기운이 잘 소통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니 이때 적극적으로 짝을 이루어야 한다. 음과 양, 남과 여가 결합하여 짝을 이루면 그 다음에는 결실을 맺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여 함괘에서는 ‘여자를 취하면 길하다’고 하였다.


하늘의 기운은 산을 통해 내려오고 땅의 기운은 못을 통해 올라간다. 산택통기!


또 음적인 못괘는 위로 올라가고, 양적인 산괘는 아래로 내려옴으로써 산과 못이 완전히 자리를 바꾸었다. 이는 남녀가 서로 자리를 바꾸어 음양이 자리를 바꿨다는 말이다. 그래서 ‘유상이강하(柔上而剛下)’. 굳센 양괘가 내려오게 되고 부드러운 음괘가 위로 올라가게 된 것이다. 이것은 남녀 음양뿐만 아니라 천지만물이 사귀는 이치이다. 이로써 보건대 감응한다는 것은 자리를 바꾸는 것이고, 상여(相與)는 한 괘를 이루어 한 몸이 되는 것이다.


헌데 한 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건 없이 마음을 비워야 한다. 스펙 따지고 얼굴 따지고 이익을 따지는데 어떻게 감응이 되겠는가. 하여 함(咸)은 남녀의 느낌만을 이르는 것이 아니다. 남녀가 느끼는 것은 천지도 느낀다. 천지가 느끼면 그 느끼는 기운이 화하여 만물이 태어난다. 그러니 진정으로 느껴야 한다. 그래야만 천지만물이 진정으로 느끼는 실정을 볼 수 있다.



택산함 효사


初六 咸其拇(초구 함기무)
초육은 그 엄지발가락에 느낌이라.

象曰 咸其拇 志在外也(상왈 함기무 지재외야)
상전에 이르길 ‘咸其拇’는 뜻이 밖에 있음이라. 


음이 맨 처음에 있어 초육이다. 초육은 아직 성장과정의 초기단계에 있다. 남자를 그리워하고 좋아하는 느낌이 아직 낮은 단계에 있다. 그래서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엄지발가락에 머물러 있다. 이때 사랑의 주도권은 구사에게 있다. 초육이 사귀려고 하는 뜻이 자기와 음양응이 되는 외괘의 구사에게 있으니 뜻이 밖에 있다고 한 것이다. 초육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연애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구사가 구애를 해오면 가만히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六二 咸其腓 凶 居 吉(육이 함기비 흉 거 길)
육이는 그 장딴지에 느끼면 흉하니 거하면 길하리라.

象曰 雖凶居吉 順 不害也(상왈 수흉거길 순 불해야)
상전에 이르길 비록 흉하나 ‘居吉’하다는 것은 순하면 해롭지 않음이라. 


음이 두 번째에 있어 육이다. 육이는 사춘기에 접어든 여자다. 짝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고조되어 장딴지에 와 있다. 엄지발가락을 지나 장딴지가 서로 맞닿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느낌이 장딴지에 있다고 한 것은 짝을 찾아 자꾸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돌아다닌다면 성급하고 경솔한 남자를 만나게 되어 흉하다. 여자에게 함부로 접근하는 남자일수록 제대로 된 남자는 드물다. 그러니 청춘의 마음이 하늘하늘 움직이는 때일수록 가만히 집에서 때를 기다려야 한다. 기운이 순하게 되어 마음이 가라앉으면 그때 잘 분별하여 응해도 늦지 않다. 


육이는 성급하게 짝을 찾지 말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


九三 咸其股 執其隨 往 吝(구삼 함기고 집기수 왕 인)
구삼은 그 넓적다리에 느낌이라. 그 따르는 이를 잡으니, 가면 인색하리라.

象曰 咸其股 亦不處也 志在隨人 所執 下也(상왈 함기고 역불처야 지재수인 소집 하야)
상전에 이르길 ‘咸其股’는 또한 처하지 않음이니, 뜻이 따르는 사람에게 있으니 잡는 바가 아래이니라.


양이 세 번째에 있어 구삼이다. 구삼은 느낌이 고조되어 넓적다리에까지 와 있다. 하체가 완전히 느껴지니 사랑을 구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기 쉽다. 구삼과 함께 아래에 있는 초육과 육이의 음은 구삼을 든든한 오빠처럼 여기고 따른다. 이런 상황에서 구삼이 초육과 육이의 감정을 애정으로 착각하여 그들에게 구애하고 결합하려 하면 곤란하다. 왜냐하면 그들의 짝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초육의 짝은 구사이고, 육이의 짝은 구오다. 구삼이 초육이나 육이에게 구애하면 구사나 구오에게 제재를 당한다. 구삼은 이런 상황을 잘 파악하여, 자신의 짝인 상육과 짝을 이루어야 한다.


연애하는 데에도 도(道)가 있다. 자기에게 어울리는 짝을 찾는 것이 연애의 도다. 최고의 상대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상대를 구하는 것이다. 구삼이 넓적다리로 느낄 정도로 왕성한 기운일 때, 그 기운을 잘 써야 한다. 초육과 육이와 같이 따르는 자들의 기운을 조절하고, 전체를 간파하여 자신에게 맞는 상대를 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한 것이다. 


九四 貞 吉 悔 亡(구사 정 길 회망)
구사는 바르게 하면 길해서 뉘우침이 없어지리니

憧憧往來 朋從爾思(동동왕래 붕종이사)
자주자주 오고 가면 벗이(벗만) 네 뜻을 좇으리라.

象曰 貞吉悔亡 未感害也 憧憧往來 未光大也(상왈 정길회망 미감해야 동동왕래 미광대야)
상전에 이르길 ‘貞吉悔亡’은 느껴서(느낌이) 해롭지 않음이요, ‘憧憧往來’는 빛나고 크지 못함이라. 


양이 네 번째에 있어 구사다. 구사는 상괘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하괘를 직접 지휘하는 실무 책임자다. 구사는 양이기 때문에 하괘의 초육과 육이의 두 음이 잘 따른다. 바로 여기에 구사의 갈등이 있다. 구사가 구애해야 하는 대상은 초육인데 성숙한 육이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하지만 육이의 짝은 구오다. 설사 육이에게 마음이 끌린다 하더라도 참고 견뎌야 한다. 구사가 이를 극복하고 초육에게 구애하면 바르게 되어 길하다. 


허나 구사가 자신의 짝인 초육에게 구애를 해도, 아직 어린 초육은 이를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구애하면 결국 초육이 응하여 따르게 되니 좋은 성과가 있다. 그래서 ‘자주자주 오고 가면 벗이 네 뜻을 좇으리라’고 했다. 여기서 애인을 벗이라고 한 것은 구사에게 초육이 처음에는 애인 같은 기분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성숙한 과일은 빛이 좋고 커서 먹음직스럽다. 그런데 초육은 아직 성숙하지 않다. 그래서 ‘빛나고 크지 못하다’고 했다. 그러니 구사는 ‘내 애인이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좋겠다’ 하는 사욕을 버리고 조건 없이 마음을 비워야 한다.


구사는 어린 초육과 응해야 한다.


九五 咸其脢 无悔(구오 함기매 무회)
구오는 그 등심에 느낌이니, 뉘우침이 없으리라.

象曰 咸其脢 志末也(상왈 함기매 지말야)
상전에 이르길 ‘咸其脢’는 뜻이 없기 때문이라.


양이 다섯 번째 있어 구오다. 구오는 전체를 이끌어 가는 중심적인 위치다. 그래서 몸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등으로 느낀다. 경락적으로도 등으로 흐르는 태양경(太陽經)은 몸 전체를 관통한다. 등심으로 느낀다는 것은 온몸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랑의 감정도 가장 왕성하다. 왕성한 느낌의 등심으로 육이와 짝을 이루게 되니 뉘우칠 일이 없다. 이때는 느낌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더 이상 생각하거나 망설일 필요가 없다. 그래서 ‘뜻이 없다’고 한 것이다. 느낌대로 움직여도 그릇됨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지가 아마 공자가 나이 칠십이 되어서 이르렀다는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를 어기지 않았다)의 때가 아닐까? 


上六 咸其輔頰舌(상육 함기보협설)
상육은 그 볼과 뺨과 혀로 느낌이라.

象曰 咸其輔頰舌 滕口舌也(상왈 함기보협설 등구설야)
상전에 이르길 ‘咸其輔頰舌’은 구설에 오름이라.


음이 맨 위에 있으니 상육이다. 상육은 노쇠했기 때문에 사랑의 감정을 주로 얼굴과 말로 표현한다. 지혜의 말과 너그러운 포용력으로 강한 성격의 구삼과 조화를 이룬다. 허나 상육이 구삼과 짝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화려한 경력으로 치장하고 허풍을 떨면 구설에 오르게 된다. 그러니 나이가 들수록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상육은 지혜가 필요한 시기


남녀가 만나 교감하는 함괘는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를 실은 하경 맨 처음에 놓인다. 그만큼 음양의 통함은 사람살이의 근본이 된다. 택산함괘는 ‘느낀다는 것’으로 음양이 교감하여 감응하는 이치를 말한다. 시쳇말로 ‘작업의 기술’을 말하고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쩨쩨한 연애기술이 아니다. 나이에 맞게, 때에 맞게, 내 몸의 느낌을 조화시키는 기술. 그것이 택산함괘가 일러주는 연애의 도(道)다. 그 최고 경지는 단연 느낌대로 움직여도 그릇됨이 없는 것, 바로 그것이다.



이영희(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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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쉬엄 2016.02.12 13:11 답글 | 수정/삭제 | ADDR

    올려주신 순서로 짬짬히 읽다보니 오늘 드디어 하경 첫괘를 읽었습니다. 완전 왕초보라서 그 뜻을 다 이해하지 못하나 그림과 더불어 설명해주셔서 주역이 어떤 학문인지 조금은 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곳 글을 읽다가 더욱 관심이 생겨 '갑자서당'이란 책도 구입해서 지금 같이 읽고 있구요. 하여튼 이렇게 혼자서 얼마나 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관심가지고 가는 길을 찾아볼랍니다. 학당가서 공부해보고 싶긴 하지만 형편이.....;;; 뜻이 있으면 길도 있겠지요. 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북드라망 2016.02.15 10:58 신고 수정/삭제

      네, 뜻이 있으면 길이 있지요.
      저희 블로그가 '쉬엄'님에게 또 하나의 길이 되는 것 같아 기쁘네요.
      고맙습니다. 잘 읽어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