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지나쳤던 어떤 커플의 전설, 봉추산
쿵푸 온더로드의 셋째날의 코스는 봉추산입니다. 두번째 날 보타종승지묘(소포탈라궁)에서 멀~리 요상한(?) 모습으로 서 있는 봉추산을 보고, '아, 저기가 내일 갈 그곳이로구나'했지요. 제가 볼 때에는 마치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따봉"하는 바위산 같아보였습니다.
화살표의 끝에 어렴풋이 보이는 저곳이 바로 봉추산입니다.
연암이 열하에 왔을 때에는 봉추산을 직접 올라가지는 않았고, 그 모습을 간단하게 기록해두었지요.
바로 서쪽에는 봉추산 한 봉우리가 우뚝 서 있다. 높이가 백여 길이나 되는 다듬잇돌이나 방망이 같은 것이 하늘을 향해 꼿꼿이 솟아 있으며, 비스듬히 비치는 노을빛을 받아 찬란한 금빛을 내뿜는다. 강희 황제가 '경추산磬捶山'이라고 이름을 고쳤다 한다.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下, 197쪽
보슬비가 내려서 길이 미끄러울 수 있기 때문에, 케이블카(라고 불리는 슬로프;;)를 타고 약 20분 정도 올라갔습니다. 산세는 그렇게 험하지 않아서, 한 시간 정도면 걸어서 올라갈 수 있다고 합니다.
봉추산 입구는 굉장히 잘 정돈되어 있더군요. 출발하기 전 단체 사진은 필수! 이제 저 문을 지나면 봉추산의 그 방망이 바위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바운스~바운스~♬ 봉추산 바위를 만지면, 장수한다고 하더군요. ^^
아래 간략한 지도를 보시면 더욱 코스가 눈에 보이실 겁니다. 화살표 부분이 케이블 카를 타고 온 곳이고, 이모티콘이 있는 부분이 최종 목표지점인 봉추산 바위입니다.
케이블 카를 타고 올 때에는 사람이 다니는 곳인가 싶을 정도로 그냥 산이었는데, 어찌 이런 길을 다 닦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무로, 벽돌로, 가는 곳마다 정말 정돈이 잘 되어 있다는 점에 그저 놀랄 뿐~ 게다가 쇠사슬에는 N 타워에도 주렁주렁 달려있는 자물쇠들이 걸려있지 뭡니까.
평탄했던 길이 끝나고, 바위로 된 영역으로 진입하자 안개 속에 가려졌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안개 속이라 어쩐지 더 신비로워 보여서 여기선 다들 촬영 삼매경! ^^
봉추산 꼭대기로 오르니 발 아래 안개가 양탄자처럼 쫙~ 깔려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아찔하거나 무서운 기분이 들곤 하는데, 안개 덕분에 그런 공포심이 느껴지지 않았달까요. 오히려 푹신할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우리가 만지러 온(응?) 그 바위가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정말 깎아 만든듯한 빨래 방망이 같기도 한 것이, 어찌 이런 모양이 되었을지 참 신기했습니다. 아래 사진 속 원정대원들과 비교해보면, 그 높이가 정말 엄청나지 않습니까? 실제 높이는 38.28m라고 합니다. 예전에 봉추산이 있던 지형은 바다였다고 하는데, 침식작용으로 인해 바위가 깎여 이런 모양이 되었고, 물이 빠져나가면서 산만 남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딜 가도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준비성 철저한 분들, 그분들이 다녀간 흔적이 바위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이 바위는 도깨비 방망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남근의 형상처럼 보이기도 해서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그래서인지 사람의 손이 닿는 부분에는 많은 이름들이 적혀있었습니다.
바위를 등지고 보면 이런 모습입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엄지 손가락이랑 제일 비슷해 보였습니다. 따봉!
봉추산에서 실컷 만지고 찍고 내려오자, 쭌언니가 봉추산 바위에 얽힌 전설을 이야기해주었는데요...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용왕의 딸인 소용녀가 물고기로 변해 바다에서 놀다가 한 어부에게 잡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어부는 얼굴도 잘 생긴데다 성격까지 착해서 물고기인 소용녀를 풀어주었다고 해요. 소용녀는 어부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용왕은 이 두 사람의 사이를 허락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소용녀는 아버지의 보물이었던 바늘을 몰래 훔쳐서 어부에게로 도망치고, 땅에 이 바늘을 꽂자 바닷물이 빠지면서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변했지요.
네, 눈치채셨겠지만 그때 꽂은 그 바늘이 바로 봉추산 꼭대기에 있는 바위입니다. 이후 두 사람은 용왕의 방해를 받지 않고 알콩달콩 즐겁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물도 뺏기고 딸도 뺏긴 용왕이 그대로 있지는 않았겠죠? 옥황상제에게 찾아가 여차저차하니 자신의 딸을 좀 혼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리하여 한 선녀가 두 사람이 사는 곳으로 파견되어 동태를 살폈는데… 두 사람이 서로 아끼고 사는 모습이 좋아보여서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어부는 두꺼비 바위로, 소용녀는 뽕나무로 변하게 만들어 가까운 곳에서 서로를 볼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매년마다 뽕나무가 된 소용녀는 남편이 그리워서 눈물을 흘리는데, 이것이 바로 오디 열매라고 하네요.
그런데 아예 못 보는 것보다 가까운 데 있지만 함께 하지 못하는 게 더 잔인한 거 아닌가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이런 의문이 남는 선녀의 배려였습니다;;;
가까운 곳에 바로 두꺼비 바위가 있었고~ 뽕나무는 어디 있는지 모르겠더군요;; 여튼 곰샘은 이 전설을 들으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지나친 사랑은 팔자에 해롭다"고. 그러고 보니 올라오는 길에 사랑의 자물쇠가 걸려있던 것도 다 의미가 담겨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인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내려오는 곳이니까요. ^^;
그리고, 이제 쿵푸 온더로드 대원들은 북경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편에서는 북경에 있는 공자묘와 옹화궁 등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영상은 한유사랑씨가 촬영/제작한 것입니다. ^^*
'지난 연재 ▽ > 쿵푸 온더로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루쉰 박물관과 옹화궁, 쿵푸 온더로드의 마지막 이야기 (2) | 2013.10.14 |
---|---|
연암, 그리고 티벳 불교 (8) | 2013.09.30 |
북경에서 열하로, 연암의 자취를 만나러 가다 (8) | 2013.09.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