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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좋다

[불교가 좋다] 과거의 기억이 끄집어지는 게 너무 힘들어요

by 북드라망 2025. 8. 28.

과거의 기억이 끄집어지는 게 너무 힘들어요


질문자1: 저는 지금 여기서 글쓰기를 배우고 있어요. 지금 현재를 잘 살기 위해서, 또 미래를 잘 살기 위해 내공을 키우려고 글쓰기를 하고 있는데, 자꾸 과거로 돌아가서 제가 감춰뒀던, 서랍 속에 넣어뒀던 것들이 자꾸 끄집어지면 너무 힘들어지는 상황이 발생해요. 그래서 그걸 계속 끄집어내는 게 괜찮을까요?

 


정화 스님: 그렇죠. 기본적으로는 지금 그렇게 하면, 내부가 조용해지려고 자기를 끄집어내서 ‘나를 좀 알아주세요’라고 하면서 자기가 그전에 있었던 감정을 희석하는 과정이에요. 묻어놨던 감정들이.

만일 그렇게 안 나오면 옆 사람하고 갑자기 감정이 부딪칠 때, 그것이 막 나오는 거예요. 지금은 자기 스스로 글을 쓰면서 그걸 끄집어내게 되는데, 기본적으로 글쓰기뿐 아니라 생각하고 말하고 한 것 자체가 다 기억정보들이 융복합으로 만드는 현재예요. 예를 들면 저렇게 시상에 들어왔잖아요? 들어오면 아까 말한 대로 무의미하다고 그랬잖아요. 시상에 딱 들어가면 무의미하지만, 옛날에 익숙하던 것하고 다른 어떤 정보도 올 것 아니에요. 이런 정보만 대뇌피질로 가서 새로운 해석을 만들려고 해요. 익숙한 것은 아예 보내지도 않고, 대뇌피질에서 정보가 모인 시상이라는 우체국이 있어요. 그 우체국에서 밖에서 들어온 것을 다 모집하고, 내 안에서도 모두 다 모집을 해요.

그런데 똑같은 것은 그냥 시상 쪽에서 전부 없애버려요. 그리고 옛날 것을 가지고 지금이라고 보는 거예요. 묻어뒀던 것이 막 나오니까, 그게 풀리면서 옛날에 자기를 불편하게 했던 것들이 해소되어가는 과정이에요. 글 쓸 때 그렇게 나오면 산에 가서 한 번 툭, 통곡하고 오면 정말 좋습니다. 왜 통곡하고 오면 좋냐 하면, 감정이 그렇게 올라오면 기분을 나쁘게 하는 신경 조절 물질이나 호르몬 등이 마구 솟아올라요. 근데 확 울면 희한하게도 눈물 속에 그런 것들이 엄청 많이 밖으로 빠져나와요. 한번 울고 나면 시원한 이유는 감정 해소해서 시원한 게 아니고, 안에 있으면서 기분을 불편하게 했던 물질들이 밖으로 빠져나오는 거예요.

두 번째, 더 중요한 것은 잠을 잘 자야 해요. 잠을 잘 때 우리 뇌에는 잠을 자면 청소부가 있는데, 이 청소부는 잠잘 때만 일을 해요. 그래서 뇌 안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 물질들을 정리해요. 뇌 안에는 공동(空洞)구라 해서 그냥 물 같은 것만 담겨 있는 뇌실인가 하는 것이 서너 군데 있는데, 거기에다 버려요. 그럼 뇌가 청소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것이 있을 때까지 가면 빨리 잠자리를 잘 만들어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힘을 빼고 가만히 누워있는 채로 잠드는 훈련을 해야 해요. 힘을 빼야 해요. 힘을 뺀다는 것은 안에서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하니 지켜보는 것하고 똑같아요. 얼굴 근육이나 뭔 근육 하나에도 힘이 들어가는지 않는지 살핀 다음에, 들어간 힘 있으면 다 내려놓고요. 이 동작이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요. 아사나 중에서 가장 쉬우면서 동시에 가장 어려운 아사나가 편히 쉬는 아사나인데, 온몸에 힘을 빼고 가만히 있는 아사나예요. 사바아사나라고 하는데, 그냥 누워있어요. 힘을 쭈-욱 빼고. 이때 생각이 막 돌아가면 안에 근육들이 뭉치거든요. 그렇지 않도록 누워서 가만히 있는 연습으로 잠들어가야 해요. 아들 생각, 딸 생각, 누구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냥 멍-하니 자면 돼요.

그런 상태의 깊은 잠에 들어가면, 안의 청소부들이 청소를 너무 잘해줘서 다음날이 개운해져요. 그래서 평소에 이런 게 올라오면 ‘아 이렇게 올라와서 묵힌 때들이 하나씩 벗겨지고 있구나’ 하고 이해하면 돼요. 그런 게 심한 날은 빨리 가서 그냥 힘 빼고 잠자는 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질문자2: 저는 평소에  생각을 많이 안 하는데, 어떻게 하면 생각을 깊이 많이 할 수 있을까요?

정화 스님: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그냥 읽고, 스스로 표현해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 글쓰기 같은 것이죠. 기본적으로는 많이 읽고 봐야 합니다. 그래야 생각하는 힘이 길러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훌륭한 사람이 말했으니까 ‘이것은 정답이야’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그렇게 말하면, 예를 들어 어떤 식의 말이나 행동을 일구어 놓은 철학사니 종교니 하는 것이 다시는 나올 필요가 없는 거예요. 그때 나왔던 사람들은 대부분 기존의 익숙한 문법에다가 태클을 건 사람들이에요. 근데 그냥 태클을 걸면 미친 사람밖에 안 돼요. 자기가 말하고 있는 이유를 잘 정리해서 말하면 신선한 이유가 되는 거예요. 여기에는 굉장히 많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믿고 아까 말한 자기 생각을 가지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내는 힘을 가졌을 때 생각하는 힘이 생겼다고 해요. 그 이전까지는 생각하는 힘이 되는 자료들을 많이 확보해야죠.


정리_감이당 청년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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