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 『쾌락』 - 적어도 자신에게 적대적이지 않도록……
'자신의 세계'를 어떻게 다스리느냐 하는 문제가 시작이고 끝이다. 와중에 눈길을 끄는 부분은 '자기가 할 수 없는 것은 적어도 자신에게 적대적이지 않도록 만든다'는 부분이다.
어쩌면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좋은 것을 더 좋게' 만드는 것은 어렵지가 않다. 반대로 '나쁜 것을 더 나쁘게' 만드는 일도 어찌나 능숙하게 해내는지 모른다. 어찌할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굳이 애써 '화'를 내어 '적'으로 만들고 만다. 그렇게 하지 말고, 거기서 끝내라는 가르침. 더 나아가 그조차도 할 수 없다면, 도망치는 편이 낫다는 가르침이다.
그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어떠해야 할까? '자존심' 같은 걸 내다버려야 한다. '자기'가 굳건하게 서 있는 만큼 화가 나는 법이다. 어찌할 수 없는 순간에 발길을 돌려 도망칠 수도 없다. 타고나길 자존심이 세게 태어난 나는, 그게 정말 어렵다. 그래서 하루에 한 번씩 가상의 계산을 해보곤 한다. 끝까지 버텨서 한쪽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것과, 내가 진 셈 치고 도망치는 것 중에 어느 쪽이 더 이득인지……. 결론은 언제나 같다. 상대가 나가지 않으면 내가 나가는 게 상책 중의 상책이다. 마음속에 아무런 저항감도 느끼지 않고 도망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니까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가뿐하게 '몰아내'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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