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 그리고 종교를 갖는다는 것
Q1. 윤회란 무엇인가요?
질문: 전에 특강할 때 스님이 윤회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어요. 윤회는 생명이 죽으면 에너지가 흩어졌다가 그 흩어졌던 에너지가 모여서 새롭게 생명을 만든다고 들었는데요. 윤회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티베트 불화 가운데 12윤회도
스님: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는 윤회의 주체가 없어요. 내가 윤회한다는 말은 안 맞아요. 불교의 기본 이론은 무아(無我)지만 자기가 없는 사람은 없어요. 그렇지만 나라고 하는 것은 시간을 통해서 계속 변해요. 전과 지금이 동일하지 않아요. 일생을 살아도 동일한 내가 없어요. 그 중에 어떤 것이 나라고 할 수 없는 거지요.
어머니 뱃속에서 처음 생긴 수정란의 세포 하나와 성장한 몸의 60조개의 세포는 굉장히 달라요. 이 두 개의 유전자 정보는 동일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유전자 정보는 거의 동일하다고 할 수 있어요. 다만 변이가 확연하게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달라 보이지 않는 거죠. 변이가 일어나려면 내부적인 환경, 외부에 의한 엄격한 변화, 시대적변화가 왔을 때 변이 될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그러나 수억 년 동안 지구 환경자체에는 생명의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 일이 매우 드물었어요. 새로운 종이 별로 안 생긴 거죠. 수정란이 되기 전 정자와 난자는 내가 어떤 식으로 정보를 발현할 것인지 정의하여 수정이 되는 순간 정보가 발현되는 거죠. 기본정보는 어머니뱃속의 양수와 생각, 외부의 환경 등에 의해 만들어져요. 환경이 비슷하니까 부모와 비슷한 정보가 발현되지만 정보를 발현하는 주인공은 자기가 하는 것이에요. 수정란이 되어 세포가 분열할 때 정자와 난자가 서로 어떤 식으로 분화 할 것인지 의논하여 통합적으로 인지네트워크가 일어나도록 하는 거죠. 서로 억제할 부분과 발현될 부분을 협력해서 결정하는 거죠.
인지 공동네트워크를 만들어내니까 항상 하나의 공동체가 저절로 형성되는 거죠. 이런 공동체 네트워크가 통합적으로 인지되어서 나타나는 것이 ‘자아의식’이에요. 자아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60조개라는 세포가 서로 인지적으로 통합해서 작용할 것인지 안할 것인지 나누는 거죠. 인지능력이 통합되지 않으면 우리가 존재할 수 없어서 항상 통일된 상태로 느끼도록 하는 거죠. 60조개 안에서는 끊임없이 변이가 일어나도 전체를 하나의 공동체로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 ‘자아’라고 해요. 변이되지 않는 자아는 없어요. 변이하고 있지만 하나의 공동체로 여기는 인지적 습관이 있을 뿐이죠.
지금의 나를 동일하게 끌고 갈려고 하는 것은 인지의 오류에요. 나로 계속 동일하게 존재할 수 없는데 그런 나로 존재하고 싶어 하는 거죠. 이것을 불교에서는 ‘집착’이라고 해요. 집착이라는 인지상황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니까 자기인지와 현실이 어긋나는 거죠. 어긋나는 것이 고(苦)이며 고통스러운 삶이라하는 거죠. 불교의 윤회는 사건에 대한 잘못된 예를 고집하여 집착하는 사유의 연속이라 할 수 있죠. 세상의 모든 것들은 기본적으로 인연의 끈에 따라 자아의 공동체를 만들면서 변이하기 때문에 자아가 없는 건 아니에요. 다만 집착된 형태의 자아가 없을 뿐이에요.
옛날 사람들은 수정란을 물질이라고 생각했지 정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정신은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물질과 정신의 이원성이 해체되었죠. 정신작용을 하지 않는 물질은 가장 안정적인 상태로 있는 거죠. 반대로 생물들은 굉장히 불안정하죠. 외부에서 에너지를 계속 취해야 생존 할 수 있기 때문에 인지능력을 발달시켰어요. 불안정한 상태는 인지능력을 길러내는 쪽으로 작용하고 아닌 것은 인지능력을 작용하지 않는 쪽으로 발달했죠.
과거 인도에서는 수정란 안에 들어가는 정신에 따라서 사람을 구별했어요. 좋은 정신이 들어가면 높은 사람이 되고, 나쁜 정신이 들어가면 낮은 사람이 된다고 생각한 거죠. 여성들은 신(神)적인 요소가 아예 들어가지 않았다고 보았어요. 여성은 남성하고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었던 거죠. 불가촉천민의 남성들도 마찬가지로 신적인 정신성이 없다고 보았어요. 이 사람들은 특수한 물질은 물질인데 신성한 의미의 인간은 아니었던 거죠. 본질적인 차별이 있으니까 수정란의 의미가 없는 거죠. 수정란은 순수물질이고 여기에 뭐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달랐어요. 그러나 불교에서는 영혼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물질성이라는 것도 없는 거죠. 물질성처럼 작용하기도 하고 영혼성처럼 작용하는 것이에요.
불교에서는 내가 어떻게 행위하고 인식하느냐에 따라 본인이 결정된다고 보았어요. 외부를 의식하는 것이 나를 결정하는 것이죠. 사실상 계속 외부만 본다면 자아에 혼란이 와요. 기본적으로 자아를 중심으로 이끌어가되 외부도 필요한 것이에요. 우리의 자아는 장막에 둘려있어 보호 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구멍이 숭숭 뚫려있어요. 그 구멍으로 외부의 영향이 들어오면 나를 변이시키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청춘남녀가 결혼을 하면 자아에 뚫린 구멍으로 결혼이라는 묘한 환경이 들어오면서 나에게 남편이나 아내라는 변이가 일어나는 것이에요. 동일한 내가 아닌 거죠. 자식을 낳으면 자식이 들어오면서 부모가 되는 것이에요. 자아가 뚫려 있어 외부의 영향이 들어올 뿐이지 자아자체는 하나예요. 이것을 상실하게 되면 ‘도대체 내가 누구인가’ 라고 허망해지는 것이죠. 외부가 필요하긴 하지만 너무 외부로 시선을 돌리면 내부가 손상이 되요. 적절하게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어요.
Q2. 교회에 나가는 것이 괴로워요
질문: 저는 종교가 기독교입니다. 그런데 감이당 수업을 하면서 근대를 형성하는 기초에 교회가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목사님 말씀을 들어도, 교회친구도 배타적이고 편협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어 교회 가는 것이 불편해져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교회가는 것이 불편해진 나, 어떻게 할까요?
스님: 개종을 하세요.(ㅎㅎ) 불교라든가 천주교로 개종하라는 것이 아니라, 아예 종교에서 손을 때세요. 모든 종교성에서 벗어나 나한테 가까운 사람들을 무조건 좋아하는 훈련을 하는 거여요. 상대가 어떻게 했으니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으니까 좋아하는 일만 생각하고 하는 거예요. 외부를 보면 실패하게 되어있어요. 외부를 기준으로 내 삶을 가지고 흔드는 거거든요. 지금부터는 불편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어요. 종교가 위대한 것처럼 보여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아야 위대한 것이에요. 나가고 싶으면 한 번씩 나가보고 아니면 안 나가도 괜찮아요. 기본적으로는 모든 종교에서 떠났다고 생각해야 해요. 내가 할 일은 우선 나를 좋아하는 거에요.
한 예로 신혼부부를 데리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둘 다 불교신자였어요. 그들에게 지금부터는 당신 종교가 무엇이냐고 물을 때 불교라고 하지 말고, 아내한테는 남편을 좋아하는 것이 내 종교이고 남편한테는 아내를 좋아하는 것이 내 종교라고 말하면서 살라고 했어요. 지금 상황에서 천주교나 불교로 개종해도 소용없어요. 오랫동안 교회에 다녔으니까 뭔가 허전하면 교회에 가보고 안 그러면 가지 마세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내가 사랑하는 것은 가족이고 주변사람이에요. 일생동안 사람을 많이 만날 것 같아도 많이 만나지 못해요. 자기 주변의 사람들을 강도 있게 좋아하는 것만으로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내 종교입니다’ 라고 말하세요. 죽을 때 ‘나는 정말 내 인생을 좋아하면서 살았습니다’라고 말 할 수 있으면 돼요.
지금 젊으니까 지금부터 몇 십 년 그렇게 살아보세요. 단, ‘내가 이렇게 너를 좋아했는데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라고 말 할 필요는 없어요. 내가 이렇게 사는 것을 남한테 뭐라고 들으려고 하지마세요. 우리는 어린아이가 아니니까요. ‘너의 인생이 훌륭하다’는 말이 어린아이한테는 필요해요. 왜냐면 어린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어른이라 자기가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어요. 또, 교회 다니는 사람이 편협하다고 싫어할 필요가 없어요. 그럼에도 나는 당신을 좋아하겠다고 마음을 가지는 거여요. 그러나 ‘당신이 말하는 것이 나한테는 안 맞습니다’라고 말하면 돼요. 그 사람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가지면 나한테도 미워하고 싫어하는 감정의 씨앗을 심는 거예요. 세상이 원래 다른데 어떻게 모든 사람들이 내 생각하고 똑같겠어요. 내가 사람을 좋아하는데 다 좋아 할 필요는 없어요. 나부터 ‘나의 종교는 인생을 좋아하는 것입니다’라고 나의 종교를 바꿔보세요.
정리 _ 용재(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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