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처음이(이니까 말이)야
오키나와현에 속하는 작은 섬에는 모두 일곱 명 정도의 초등학생이 있다. 아이들은 담임선생님과 함께 합주회를 열기로 하고, 맹연습에 들어간다. 그런데 합주에서 하모니카를 맡은 아이가 다른 친구들과 영 박자를 맞추지도, 심지어 하모니카를 제대로 불지도 못하자, 친구들의 원성이 점점 높아지고 아이는 자신감을 잃어간다. 이 섬에는 도쿄에서 조직범죄 대책반에 있던 경찰이 주재원으로 파견되어 왔는데, 이 주재원은 열심히 연습하면 된다며 하모니카를 맡은 아이를 격려한다. 하지만 아이의 실력은 쉽게 늘지 않고, 주재원은 계속 아이가 연습을 쉬지 못하도록 독려하는데, 오히려 그 독려가 아이에게는 스트레스가 되어 아이는 폭발하고 만다. 어찌어찌 평정을 찾게 된 아이에게 주재원은, 네가 하기 싫어하는데도 계속 해야 한다고 다그쳐서 미안하다고 말하며, 하지만 꼭 말해 주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한다.
"서툰 일에 도전하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란다.
연습은 힘겨울지도 몰라. 하지만 열심히 하면 반드시 친구들이 힘을 빌려 줄 거야.
그러면 더 열심히 할 수 있고, 그렇게 열심히 하면 그 일을 할 수 있게 되지.
할 수 있게 되면, 즐거워지게 돼.
즐겁다는 걸 알게 된 너는 이제 하모니카를 불지 못하는 아이에게 상냥해질 수 있어."
완소 사카구치 켄지(坂口憲二)가 주인공인 주재원으로 나왔던 일본드라마 <오늘도 맑음. 이상 무>(本日も晴れ。異常なし)의 한 장면이다.
오늘도 맑음 이상무!!
한 사람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방법은 뭔가 작업을 함께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보통 여행을 함께 가면 서로(의 인간성)를 잘 알게 된다고 하지만, 내 경험으로는 무언가 결과물을 내야 하는 작업을, 그것도 되도록 여러 사람이 관여된 작업을 해보면 그 사람의 성격과 장단점이 확실히 드러난다. 이를테면 처음 해보는 일에는 누구나 서툴고 따라서 실수를 하게 마련인데, 실수를 지적받았을 때 받아들이는 방식이나, 이후에 동일한 일에 실수를 또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서 성격이나 그 일과 맞는 자질을 가졌는가 등이 크게 드러난다.
사람은 누구나 다르다. 우리는 이것을 잘 알고 있고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이것을 자기 자신에게 적용하는 사람은 매우 적은 듯하다. 특히 자신이 똑똑하거나, 올바른 가치관을 지녔다고 생각하거나, 이 일을 오래했거나 등등 무엇이든 자신에게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점에 빠져 있는 사람은, 일에서 실수를 하거나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 그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남 탓을 하거나 아예 회피해 버린다. 왜냐하면 내 머릿속의 나는 이 일을 10년 이상 열심히 해온 사람들과 한 달 만에도 똑같이 해낼 수 있는 그런 슈퍼맨 슈퍼우먼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 다르기 때문에 내가 지금 이 일에 모자랄 수도 있고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고 아예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모자라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그 일을 잘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빨리빨리’에 익숙한 피가 흐르는 탓인지, 언제나 오래 걸리는 것, 힘든 것은 딱 싫어한다. 다이어트 같은 것도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식이에도 신경을 써서 하지 않으면 건강을 상하게만 한다는 게 상식이지만 수술(시술)이나 약물, 무작정 굶기 등으로 빨리 손쉽게 이루려 한다.
40대에도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 주고, 삶에 대한 그 열정으로 다른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언니, 한비야 씨는 그녀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 잡게 했던 책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에서 이렇게 말했다.
“누구든지 처음은 있는 법. 독수리도 기는 법부터 배우지 않는가. 처음이니까 모르는 것도 많고 실수도 많겠지. 저런 초짜가 어떻게 이런 현장에 왔나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러니 이 일을 시작한 지 겨우 6개월 된 나와 20년 차 베테랑을 비교하지 말자.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만 비교하자. 나아감이란 내가 남보다 앞서가는 것이 아니고,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앞서나가는 데 있는 거니까. 모르는 건 물어보면 되고, 실수하면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면 되는 거야.”
그렇다. 우리가 비교할 대상은 ‘남’이 아니라 ‘어제의 나’이다. 이것만 잊지 않아도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거나 자존감이 낮아지거나 터무니없는 자만으로 남들을 피곤하게 만들거나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제대로 사랑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지금 막 어떤 일에 들어선 초짜들, 혹은 들어선 지 좀 됐지만 아직 어설픈 이들, 모두 괜찮아(요), 처음이니까. 어제의 나보다 한 발만 나아가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되니까.
그러니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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