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영1 벤야민의 『문예이론』에서 베껴두었던, 글쓰기와 삶에 관한 생각들 최근에 ‘직업적 글쓰기’를 접겠다고 한 고종석은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다. 소설을 많이 쓴 편은 아니지만, 그의 단편들(『제망매』와 『엘리아의 제야』로 묶여져 있다)은 나름의 맛이 있는 좋은 작품들이었다(고 기억한다). 얼마 전 그의 ‘마지막 소설’이라는 광고문구를 단 『해피 패밀리』 속 한민형의 다음과 같은 말은 글쓰기와 그 주체에 대해 잠시 상념에 잠기게 만들었다. '글이 사람'이라는 말은 확실히 과장된 격언이다. 글쓰기는 그 주체를 미화하기 마련이다. 이것은 심지어 자학적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자학적 글의 저자는 그 자학으로서 자신을 미화한다. 자기혐오를 제 윤리성의 증거로 내세우는 것이다. 글을 보고 반한 사람은 많지만, 만나본 뒤에도 여전히 매혹적인 사람은 좀처럼 없었다. 거의 예외.. 2013. 3.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