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무용1 [약선생의 도서관] 원문에 갇힌 의미를 해방하는 번역 『번역하는 문장들』 번역, 타자가 들어오는 관문 조재룡의 『번역하는 문장들』 프랑스어에는 ‘에크리튀르’(écriture)라는 단어가 있다. 인터넷 포털 사전을 활용해 찾아보면 ‘문자, 글씨, 글쓰기, 문체, 화법이나 작곡법’ 등등으로 번역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체로 문자와 관련된 의미들을 지칭한다. 물론 사전에 나와 있는 뜻으로만 보면 그리 어려운 단어가 아니다. 그러나 이 단어는 현대철학에 와서 무척이나 문제적인 단어가 된다. 형이상학의 시대, 신의 시대에 ‘신의 음성’, ‘존재의 목소리’, ‘양심의 목소리’는 우리를 움직이는 강력한 배후였다. 우리가 바라보는 현상 이면에 실체적 진리가 존재하며, 세상은 언제나 그것으로부터 움직인다는 초월적 신념은 강고한 것이었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말했을 때 신은 바로 이런 .. 2016. 8.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