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보 패르트1 '영적 미니멀리즘' - 아르보 패르트의 <프라트레스(Fratres)> 고백과 반성의 음악 - 아르보 패르트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황지우 시인의 시 「뼈아픈 후회」의 도입부다. 게으름, 나태함, 고의적 실수. 깨진 신뢰와 어긋나는 약속. 잘난 척에 폭력에 가까운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고 돌아선 후. 왜 그랬냐고 스스로를 한심해하며 책망할 때마다, 늘 이 시구가 머릿속을 맴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일지 모를 작곡을 한답시고 작업실에 처박혀 마치 ‘고도’(사무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처럼 결코 쉽게 찾아오지 않는 음악을 멍하니 기다리다가 마감 날짜를 지나 무심히 무섭게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속수무책일 때도 잘 하고자 하는 마음뿐인 가슴은 폐허가 되어 버리곤 한다. 그렇게 나를 질책하고 다시 추스르기 위한 시간에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이 .. 2016. 4.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