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질주1 봄의 목기를 닮은 혈자리 - 각손혈 올 봄엔 목기(木氣) 한 번 제대로 써 봐! 며칠 전 이사를 했다. 손으로 꼽아보니 스무 살이 된 이후로 지난 아홉 해 동안 벌써 여덟 번째 이사다. 나의 사주팔자에 가득한 역마의 기운이 이렇게 드러나는가 싶다. 그런데 이사를 자주 다니다 보니 좋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물론 매번 짐을 쌌다 풀었다 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것도 자주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이사 하루 전날까지도 맘 놓고 유유자적할 수 있는 내공이 생겼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신체가 되었다고나 할까. 적어도 물리적으로는 말이다. 그러나 이사의 진정한 묘미는 실은 다른 데 있다. 이삿날에는 내게 줄줄이 딸린 물건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평소에는 몇 안 되어 보이는 것들이 모아 놓으니 한 트럭이다. 서랍이며 옷.. 2014. 3. 6. 이전 1 다음